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북 순항미사일 저고도 비행 성능 확인 안 돼”
<기자> 마키노 기자님. 북한이 최근 연이어 순항미사일을 발사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위협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네, 북한이 지난달 24일, 28일, 30일에 이어 이달 2일에도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이 다양하고 새로운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가볍게 볼 일은 아니지만, 과대평가해서도 안 됩니다. 시험발사 결과를 보면 북한의 순항미사일 속도는 항공기와 유사한 시속 600~700km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 정도 속도라면 비교적 쉽게 격추할 수 있습니다. 미사일이 불규칙한 비행을 한다 하더라도 격추는 어렵지 않습니다. 일부 한국과 일본 언론에서는 북한의 순항미사일이 변칙 기동을 하기 때문에 격추가 어렵다고 보도하지만, 이는 정확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미국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이 위협적으로 평가되는 이유는 낮은 고도에서 비행할 수 있는 능력 때문입니다. 낮은 고도 비행을 위해서는 지형 대조 유도 방식(TERCOM) 같은 고급 유도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 시스템은 미사일이 목표에 접근하는 경로 상의 지형 정보를 사전에 입력합니다. 그리고 미사일이 발사된 후 실시간으로 지나가는 지형과 사전에 입력된 지형 정보를 비교하면서 미사일의 비행 경로를 조정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미사일이 낮은 고도에서도 정밀하게 목표를 향해 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TERCOM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토마호크처럼 낮은 고도로 정밀하게 비행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화살-2형'이 낮은 고도에서 비행하는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는 북한이 저고도 비행 능력을 강조하고 싶은 의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공개된 사진만으로는 복잡한 지형에서의 비행을 증명하기 어렵습니다.
북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까지 러시아에 ‘KN-23’, ‘KN-24’와 같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판매했다고 합니다. 북한이 군사 도발에 사용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순항미사일을 대안으로 발사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KN-23’(SRBM)은 한 발에 미화로 약 300만 달러지만,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의 경우 한 발에 약 100만 달러입니다. 따라서 비교적 저렴한 무기로 위협 수위를 높이려는 의도일 수도 있습니다.
<기자> 최근까지 북한이 발사했다고 주장한 극초음속미사일과 잠수함발사형 미사일의 수준과 역량은 어떻게 파악되고 있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먼저, 북한이 지난달 14일에 발사했다는 극초음속미사일에 대해 조선중앙통신은 극초음속 기동형 탄두를 장착한 중거리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한미일 당국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극초음속이라고 확인한 바가 없습니다. 극초음속미사일은 대기권 내에서 발사될 때 큰 마찰로 인해 고온이 발생하는데, 북한이 이러한 높은 온도에서도 기체를 유지할 소재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주장한 잠수함발사형 미사일에 관해 두 가지 흥미로운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이 해당 미사일을 '전략 순항미사일'이라고 칭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중거리미사일은 국지적인 전투에서의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전술미사일'로 분류됩니다. 북한이 '전술' 대신 '전략'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한국과 주일미군, 그리고 일본을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있음을 시사하며, 일본의 전쟁 개입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이 미사일을 '불화살 3-31'이라고 명명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일반적으로 '화살-2형'이라고 불리는데, 이 미사일에 특별히 '3-31'이라는 수식을 붙인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북한이 이 미사일을 하나의 억제 수단으로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말 '화산-31'로 명명된 전술핵탄두의 실물 사진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통해 '-31'이라는 수식은 '화산-31'을 탑재할 수 있는 순항미사일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물론 북한이 실제로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는 불분명합니다. '3-31'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북한이 순항미사일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음을 한미일에 암시하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군사 도발과 함께 고도의 심리전을 통해 한미일에 압력을 가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기자> 한편, 앞서 북한은 지난해 말 전원회의에서 올해, 즉 2024년에 정찰 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북한은 올해 위성 3개를 추가로 발사할 계획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작년 9월에 북한과 우주개발 부문에서 협력할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러시아가 북한에 광학 카메라나 위성 기술 등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북한이 발사하겠다는 밝힌 위성의 수가 많다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국방개혁 5개년 목표의 하나로 군사위성을 통해 한미일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주변 지역이나 해역을 5분마다 촬영하기 위해서는 약 200개의 위성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북한이 그 정도의 많은 위성을 발사하고 통제할 능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또 김 총비서가 서방 국가들처럼 외국 정부나 기업이 발사하는 위성을 공동으로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군사 정찰위성 발사를 비판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구상에 동의할 국가는 많지 않을 겁니다.
최근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박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북한이 최근 재외공관을 폐쇄하고 있는 것이 위성 발사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의 대사관 폐쇄 결정이 자금 부족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김 총비서가 외교관을 경계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외교관들이 북한에 외부 정보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기 위해 대사관을 폐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다시 말해, 외부 정보 유입에 대한 경계심을 느끼는 상황에서, 위성이 외교 활동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배신할 수 있는 인간보다는 기계를 더 신뢰하겠다는 계산도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 관광객 방북, 인적교류 확대 첫 걸음”
<기자> 앞서 러시아 국영 매체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의 관광객들이 2월 9일 북한을 단체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푸틴 대통령의 방북과 함께 공동 문서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동 문서에 김정은 총비서도 서명할 예정이며, 러시아인들의 북한 관광과 관련된 사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하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네, 이번 주부터 러시아 측에서 북한을 방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작년 12월 올레크 코제먀코러시아 연해주 지사의 북한 방문 당시 합의된 사항에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북러 소식통에 따르면, 마식령 스키장을 방문하는 스키 관광객들이 있을 것이며, 여름에는 강원도 원산에서 열리는 여름 캠프에 러시아 아이들도 참가할 예정입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한국이나 중국 사람들과 달리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 주민과 직접적인 접촉이 없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러시아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또 러시아는 이러한 인적 교류를 통해 북한 노동자 파견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러시아에는 수천 명의 북한 노동자가 있는데, 러시아는 이를 3만 명까지 확대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 노동 비자 대신 관광 비자나 유학 비자를 통한 파견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러시아 관광객의 방문은 북러 간 인적 교류 확대의 첫 걸음일 것입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중동 국가인 이란이 현재 미국과 대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나요?
[마키노 요시히로]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부터 이란에 미사일 등 군사적 지원을 해왔습니다. 이란이 보유한 '샤하브' 중거리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노동 중거리미사일을 기반으로 개량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또, 북한은 2010년 한국군 천안함을 격침한 것으로 추정되는 소형 잠수함을 이란에 제공한 전력이 있으며, 과거 이란의 과학기술자들이 북한의 핵실험을 시찰한 사실도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란이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관한 자료를 제공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UN의 엄격한 제재 아래 북한과 이란 간 무기 거래는 크게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란과 미국 사이에 대립이 심화하고 있지만, 이것이 북한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는 보지 않을 겁니다. 다만, 미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약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북한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 보입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