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대북제재 협의체, 유엔 수준 활동 가능”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4.10
“다국적 대북제재 협의체, 유엔 수준 활동 가능” 뉴욕의 유엔 본부 건물
/ AP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미 정보기관 결심한다면, 대북제재 감시 협의체 추진 가능

 

<기자지난달 말(3 28),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 임기를 1년 연장하는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진행했지만, 러시아의 거부권으로 부결됐습니다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의 이행 여부를 감시해 온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활동이 창설 1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됐는데요. 그동안 전문가단이 어떤 활동을 해왔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평가해주시겠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1년 동안 총 11건이 채택됐습니다. 그 중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은 2009 6, 세 번째로 채택된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설립됐는데요. 이들은 관계기관이나 당사자로부터 결의 이행 상황, 특히 위반 사례에 대한 정보를 수집, 심사, 분석했습니다. 당시 유엔 회원국을 비롯한 유엔 산하의 관계 기관, 그리고 관련 당사자들은 (전문가단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전적으로 협력하기로 결정했는데요. 올해 3월에 발표된 전문가단의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해상에서 이뤄지는 북한의 석유 정제품 불법 수입, 북러 간 무기 거래, 그리고 10만 명 이상의 북한 노동자가 약 40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 등을 밝혔습니다. 또 북한이 외화의 50% 정도를 사이버 공격으로 얻어내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습니다. 과거에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을 운반할 수 있는 이동 발사대를 수입하거나 여러 가지 사치품도 수입했다는 사실도 밝힌 바 있습니다. 대북제재 전문가단의 활동은 주로 북한의 불법 활동을 조사하고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는데, 이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 형성에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자하지만 전문가단의 활동에 한계도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 않았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네, 전문가단은 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 5개국과 일본, 한국 등의 전문가들로 구성됐습니다. 과거 전문가단 소속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가단의 보고서를 둘러싼 논의에서 러시아나 중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은 북한과 관계에서 핵과 미사일의 불법 거래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요. 전문가단이 중국을 방문해 혐의에 대한 조사를 하려 했지만, 대부분의 경우 중국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랴오닝성 대련에서 불법 거래가 많이 이뤄졌음에도, 중국 측은 보고서에 대련이 언급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현지 조사 요청에도 응하지 않았습니다. 또 대만 기업이 북한 담당 회사에 대량살상무기 제작에 사용될 수 있는 부품을 수출한 사례도 있었지만, 중국은 대만을 '특별한 지역'으로 여겨 보고서에 게재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중국, 러시아와 관련이 깊은 나라들은 대체로 전문가단의 활동에 비협조적이었는데, 예를 들어, 작년 가을 석유 제품에 대한 불법 거래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한 유엔 회원국은 55개국으로 전체의 약 4분의 1에 불과했습니다. RFA 보도에 따르면 리비아 등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북한 외교 관계자가 활동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전문가단의 활동은 대북제재 이행에 일정한 성과를 얻었지만,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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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단의 임기 1년 연장 표결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된 것에 대해 대단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기자또 일부에서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한 다국적 기구 설립을 대안으로 제안했습니다. 유엔이 아닌 한미일 등 개별 국가들이 모여 다국적 대북제재 감시 기구를 설립하는 대체 방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과거 전문가단에 참여했던 나라들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여러 나라의 유엔 대표부 당국자와 전문가들이 한 달에 한 번씩 함께 일해왔습니다. 현재 영국, 미국, 프랑스, 일본, 한국, 싱가포르의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열리고 있으며, 북한의 불법 활동에 대한 기밀 정보 교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스라엘군이 2007 9월 시리아에서 건설 중이던 플루토늄 생산용 아키바 원자로를 파괴했던 사건에서 이 원자로가 북한 영변의 원자로와 동일한 구조였다는 세부적인 정보가 당시 회의에서 공유된 바 있습니다. 또 이 정보는 전문가단 보고서에 직접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보고서의 방향을 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또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관한 자료는 이스라엘 정보 기관이 미국 정보 기관에 제공한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정보기관이 결심한다면, 유엔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활동과 견줄 만한 성과를 언제든지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일 등이 협력해 유엔을 벗어난 다국적 전문가단을 구성한다면, 과거 유엔 전문가단의 보고서와 유사한 의미 있는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기구를 통해 중국이나 러시아에 대한 엄격하고 자세한 조사도 가능해질 겁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고서가 불법적인 관행을 멈출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중국이나 러시아, 그리고 이들과 가까운 나라들은 유엔의 권위가 없는 이러한 보고서에 대해 강제력이 없다며 무시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유엔 전문가단을 대체할 다국적 기구의 설립은 장단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경제 제재 외에도 정보 전달 노력 병행해야

 

<기자> 북한은 오늘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제재를 받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효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과거 유엔 대표부에 근무했던 외교관의 말을 빌리자면, 상대방을 설득하지 않고 강압적으로 이뤄지는 대북제재의 성공 확률은 대략 10%~20% 정도라고 합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가 실패했다는 지적도 자주 듣는 얘기입니다. 대북제재가 실패했다고 평가받는 주된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북한의 기존 경제 구조가 폐쇄적이었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서방 국가들이 제재를 가해도 북한은 상황에 따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북한은 1990년대까지 일본을 주요 무역 대상국으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제재를 가하면서 북한은 대안으로써 한국을 택했고, 한국이 햇볕정책을 포기하면서 중국을 선택했습니다.

 

과거 경제 제재가 성공한 사례로는 2차 세계대전 직전 일본과 아파르트헤이트정책(1948년부터 1994년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시행된 인종 분리 정책)을 시행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있습니다. 과거 일본은 미국, 영국, 중국, 네덜란드가 주도로 형성된 무역 봉쇄망(‘ABCD 봉쇄망)으로 강력한 제재를 받았습니다. 특히 석유의 80%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영국과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무역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 아파르트헤이트정책을 포기했습니다. 반면,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제재가 강화될수록 북한은 더욱 핵과 미사일 개발에 집중하며 반발하는 구조가 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대북제재가 성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기자> 지난 4,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단의 임기 연장에 반대한 러시아에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북한은 안보리의 제재와 제재위 활동을 인정한 적이 없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감사하며, 이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는데요. 앞으로 북한의 제재 회피를 감시하고 억제하기 위해서 어떤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최근까지 북한은 에너지 획득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전자전과 항공 작전을 포함한 통상적인 군사 훈련을 자주 공개하고 있지만, 이는 러시아를 통한 석유 문제 해결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북한이 에너지를 획득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사이버 공격에 대한 단속이 점차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북한의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피해 금액도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북한이 경제적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제재 외에도, 북한이 꺼려하는 방법을 추가로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젊은층에 외부 정보 제공이 중요합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젊은층에 대한 교육 등의 보도를 계속하는 것으로 볼 때, 북한은 외부의 영향을 받기 쉬운 젊은층의 반발을 매우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는 국제사회가 외부 정보를 북한 내부로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경우에 따라 경제 교류를 일부 완화하면서 중국이나 러시아가 수출입에서 주도권을 쥐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북한 내부에 정보를 유입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새로운 수단을 연구하는 것이 한미일 등 대북제재에 대해 같은 입장을 가진 국가들이 구상 중인 유엔 전문가단을 대체할 협의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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