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우크라에서 무인기·AI 전술 습득 우려”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0.16
“북한군, 우크라에서 무인기·AI 전술 습득 우려” 최근 북한이 남한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남북 연결 도로 중 일부 구간을 폭파하며 긴장감을 높이는 가운데, 북한 전역에서 지난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140만 명에 달하는 청년들과 학생들이 인민군대 입대와 복대를 탄원하며 그 수가 매일 증가하고 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앵커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북한군 투입 가능성무인기·AI 등 신전술 습득, 동아시아 안보 위협 우려"

 

[기자] 최근 영국 일간 매체인가디언북한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사용을 지원하기 위해 군 기술자들을 전선에 파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EU는 만약 사실로 확인될 경우 추가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아직까지 확실한 증거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북한군 기술자 파견설이 사실일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또 만약 사실로 확인된다면, 국제사회가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추가 조치는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북한군 병사나 장교가 러시아에 파견된 것에 대해 언급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진실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군이 외국 군대와 함께 행동하는 것은 베트남 전쟁 당시 공군 조종사를 파견한 이후 처음인 것 같습니다.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합동 군사 훈련을 한 경험이 없다는 말입니다. 일본 자위대 전 간부들도 만약 북한군이 러시아 부대에 들어가 같이 행동한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다만, 독립된 부대를 만들어 최전방에서 참호 또는 지하터널을 구축하거나 러시아군 점령지역에서 건설 작업을 담당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군은 현재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하루에 1200명 정도의 병사가 사망하고 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북한군 병사의 큰 성과를 기대하지 않고, 인해전술의 하나로 전선에 투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럴 경우 많은 북한군 병사의 희생이 생길 수 있는데요. 또 다른 면에서는 북한군이 오늘날 현대화된 전투 방식을 배우는 귀중한 기회를 얻어낸다는 점도 있을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무인기나 위성 통신, AI 인공지능 등을 이용하는 새로운 전술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이러한 새로운 전술을 배운다는 것은 동아시아의 안전 보장과 한미일에 새로운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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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 연설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 연합뉴스

 

[기자] 지난 1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가 전날인 10일 노동당 창건 79주년 기념 담화에서 '인민대중 제일주의'를 강조하며 간부들의 혁명화를 언급했습니다. 이번 담화는 김정은 명의로 된 개인 담화 형식으로 노동신문에 실렸는데요. 김 총비서가 특히 부정 축재, 세도, 관료주의의 근절을 강하게 주문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북한 내부에서 이런 부정적인 행위가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10 10일 당 창건 기념일에 이러한 담화를 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리고 이번 달에 평양에서 전국 간부 사업 활동화 회의도 열렸습니다. 이 회의도 처음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부정부패와 뇌물 문제가 북한 내부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많은 탈북민이뇌물을 주고받는 것은 생활을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서 그다지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말합니다. 또 한국에 와서 처음으로 뇌물이 범죄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그만큼 북한에서 뇌물은 일상과 깊이 연관돼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노동당이나 정부, 군 간부들입니다. 그들과 그의 가족들은 간부라는 위치 때문에 시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 수 없습니다. 사실상 이들은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받는 것 외에는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는 상황입니다. 또 이러한 간부들은 최고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갑작스럽게 충성 자금을 요구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올여름에 발생했던 평안북도나 자강도에서의 수해 복구 사업처럼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부분 나라에서는 국회 예산의 예비비를 사용해 대응하지만, 북한에서는 여러 부서에 충성 자금을 내라는 지시가 내려옵니다.

 

이런 충성 자금을 준비하기 위해서도 뇌물이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북한에서는 뇌물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사회가 되고 있으며, 이는 정상적인 국가 운영을 방해하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런 담화나 회의로 간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간부들의 월급을 제대로 보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간부들의 월급을 올린다고 해도 비생산적인 독재 정권의 유지 비용만 증가하기 때문에 이는 결국, 하이퍼인플레이션. 즉 초고속 물가 상승을 초래하고 국가 경제는 파탄 날 겁니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간부들을 경질하고 사회주의나 독재 체제를 포기하는 것밖에 없습니다. 결국, 김 총비서는 이러한 담화나 회의를 반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7월 말 발생한 수재민을 평양에서 보호하고, 지방 발전 ‘20×10 정책을 보건시설과 과학교육 및 생활 문화시설, 양공관리시설 등으로 확대한 점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수재민을 평양에 데려온 것에 대한 언급은 있었지만, 김 총비서가 수해 복구에 대한 지시를 내렸음에도 복구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수해 복구가 예상보다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신호로 봐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 복구 작업이 계속되면서 압록강 근처에 고층 아파트가 건설 중인 모습이 북중 국경 지역에서 확인된 바 있지만, 아직까지 완성되지 않은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 총비서가 복구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애초 10 10일 당 창건 기념일까지 복구 작업을 끝내라는 지시 자체가 무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려면 콘크리트를 충분히 굳혀 기초 바닥을 단단히 다져야 하고, 그 위에 하나씩 층을 쌓아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김 총비서는 과거에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나 평양종합병원을 10 10일 당 창건일까지 완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러한 지시들은 정치적 목표, 특히 체제 유지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경제나 생활면에서 희생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뇌물 문제와 마찬가지로, 김 총비서가 이러한정치 우선주의발상을 버리지 않는 한, 북한의 발전은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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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북한 외무성이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한국의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은 지난 3일과 9일에 이어 10일에도 심야 시간에 무인기를 평양시 중구역 상공에 침범시켜 반공화국 정치 모략 선동 삐라를 살포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을 감행했다"고 밝혔는데요. 하지만 한국군은 "북한 주장에 대한 사실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실제 상황은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저는 북한이 이번 무인기와 관련해 한국에 매우 강력히 반발하는 배경에는 세 가지 사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북한 내부적인 혼란입니다. 북한 외무성이 11일 자로 발표한 중대 성명에 따르면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대북 전단(삐라)를 살포했던 날이 11 3, 9, 11일이라고 합니다. 중대 성명은 이를 만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그래도 지난 3일과 9일 무인기가 비행한 직후에는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한국의 구체적인 행동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했던 것은 지난 9일 북한군 총참모부의 성명이 나온 이후부터입니다. 그때 남북 연결도로 폭파 등을 예고했고, 실제로 지난 15일에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를 폭파했습니다.

 

저는 지난 7일과 8일 양일간 열렸던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총비서가 예고했던 한국 적대시 정책에 대한 헌법 개정안을 발표하지 못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계속되는 궁핍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한국과 평화적인 통일을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과 관계에서 이익을 얻어내고 있다는 북한 부서나 간부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 출신자가 많은 일본 조총련 관계자도 북한의 한국 적대시 정책에 대해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혼란을 막고 북한 체제를 결속하기 위해 무인기에 대해 심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또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한국을 강하게 비난하는 것도 한국을 그리워하거나 동경하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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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한국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남측 무인기가 평양에 침투해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북한의 주장과 관련한 질의가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 이유는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듯이 무인기가 살포한 전단이 북한 체제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전단지 내용에는 김정은과 김주애에 대한 비판이 포함된 것 같고요. 그런 것에 대한 우려가 여러 가지 심한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김 총비서의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을 겨냥한 공격을 위해서는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무인기가 필수라고 합니다. 일주일 사이에 평양 상공에 세 번이나 무인기가 진입한 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큰 충격을 받을 겁니다. 결국, 이번 사태의 원인은 북한 내부의 혼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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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15일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했다고 한국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사진은 한국군 CCTV에 잡힌 경의선 도로 폭파 장면. 2024.10.15 /연합뉴스

 

[기자] 또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의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그리고 15일에는 '평양 무인기 사건'의 주범이 한국군이라는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증거를 공개하지는 않았는데요. 특히 북한은 이번 무인기 사건과 관련해남측의 중대적 정치군사적 도발에 대해 모든 공격력을 준비 상태에 두고 있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 북한은 여러 도발 행위를 이어가다가 지난 15일에는 남북 연결 도로도 폭파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원래 자살 행위와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는 나라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미국푸에블로호사건(1968)이나 도끼 만행 사건(1976)에서도 김일성 주석이 결국 유감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2015년에 일어났던 목함지뢰 폭발 사건에서도 한국군이 양보하지 않자 김 총비서가 갑작스럽게 화해를 시도하기 위해 당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을 파견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한국 정부는 만약 북한이 공격한다면, 그것은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상황에서 북한은 군사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는 북한 체제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만약 북한의 한국 적대시 정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해 북한 군이 불만을 갖거나, 김 총비서의 권위가 추락하면 북한이 갑작스럽게 군사 행동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북한 내부의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마키노 기자님오늘 말씀 감사합니다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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