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서 자취감춘 북한 노동자들 ‘격세지감’

워싱턴-노정민 nohj@rfa.org
2022.06.20
몽골서 자취감춘 북한 노동자들 ‘격세지감’ 북한 의사들이 일했던 몽골 현지 병원, 건물 간판에 북한 인공기가 그려져 있다.
/강동완 교수

앵커: 몽골은 한 때 수백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캐시미어 공장에 파견돼 일했고 병원과 식당, 건설 현장에서도 쉽게 북한에서 파견된 인력이 눈에 띄었던 주요 외화벌이 현장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대부분 북한 식당이 문을 닫았고, 북한 의사들은 병원에서 자취를 감췄으며, 건설 현장과 공장에서도 더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유엔 대북 제재에 따라 이들이 모두 본국에 송환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노정민 기자가 이 달 초 직접 몽골 현장을 둘러보고 온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장으로부터 현지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식당병원캐시미어 공장 등에서 일했던 북한 노동자들  

 

  • 강동완 교수님. 오늘 시간 내주셔서 고맙습니다. 우선 교수님께서 몽골 어느 지역을 언제 다녀오셨는지요?

 

[강동완] 제가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약 2주간 일정으로 몽골을 다녀왔습니다. 주로 몽골의 수도인 울란바토르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봤고, 몽골과 러시아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이 바로 수흐바트라라는 시골 마을인데요. 그 지역에 가서 몽골과 러시아 간 국경 상황이 어떤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다녀오게 됐습니다.

 

  • 우선 몽골 내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이 궁금한데요. 이전부터 몽골에 북한 노동자들이 많았습니까?

 

[강동완] 제가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 재작년에 러시아를 다녀왔는데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책으로 발간했는데 몽골과 동유럽 지역에도 북한 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참고했던 자료가 2016년에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작성한 해외 북한 노동자 실태라는 책이 있거든요. 그 책에 보면 북한 노동자들이 몽골에 나와서 일하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 자료를 바탕으로 과연 지금도 북한 노동자들이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려 했습니다.

 

  • 몽골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주로 했던 일은 뭔가요?

 

[강동완] 해외 북한 노동자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하면 먼저 북한 식당을 들 수 있습니다. 몽골은 북한과 두 번째로 수교한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 비해서 우호 관계가 굉장히 돈독한데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약 여덟 군데 정도의 북한 식당이 이곳 몽골에 있었다고 합니다. 북한 식당은 몽골뿐만 아니라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과 큰 차별성은 없지만, 그래도 해외 북한 식당을 들 수 있고요. 두 번째는 건설 노동자들입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연해주 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대부분 건설 노동자로 파견되는 점을 고려하면, 몽골에서도 건설 붐이 일고 있어서 건설 노동자로 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는 몽골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몽골의 주된 산업이 바로 캐시미어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장을 몽골이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 캐시미어 공장에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나와서 일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 부류 정도로 북한 노동자들이 몽골에 나와 있었던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식당은 문닫고, 의사들노동자들은 자취 감춰 

 

  • 이번에 교수님께서 몽골의 북한 식당, 북한 병원 등도 직접 찾아가 보신 것으로 아는데요. 이번에 가서 확인해본 북한 노동자들의 상황은 어땠습니까?

 

[강동완] 우선 북한 식당을 다 찾아봤는데요. 가장 유명하다고 하는, 이전에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갔다는 세 곳 식당을 확인했는데, 이 중 두 곳은 이미 다른 가게로 바뀌어서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고요. 나머지 한 곳은 식당으로 운영하는 그 건물의 한 층을 북한 대사관에서 매입했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코로나와 대북 제재 때문에 운영은 하지 않고 있지만, 공사 중이라는 표지판이 그대로 붙어 있었고, 해외 북한 식당임을 알리는 간판이 여전히 붙어 있어서 잠시 이곳이 운영이 중단됐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대부분 북한 식당들은 문을 닫은 상태였고요. 한 곳만 잠시 공사 중이라는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병원은 북한의 고려의학과를 전공한 의사들이 몽골에 나와 진료를 하고 있었는데, 현지 관계자와 함께 병원을 직접 찾아가 보니 당시에 진료를 했다는 기록, 병원 간판에는 여전히 몽골 국기와 북한의 인공기가 걸려있지만, 그곳에서 더는 북한 의사가 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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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현지 병원 내부에 있는 안내판. 북한 의사들이 직접 진료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통생통사 TV 캡쳐

 

  • 네. 그럼 건설 노동자들이나 캐시미어 공장 노동자들도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까?

 

[강동완] 캐시미어 공장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많게는 800명 가량이 일을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은 대북 제재에 구멍이 뚫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아직 북한 노동자가 남아 있고요. 2020년에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교통편이 다 막혔기 때문에 본국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지금 많이 남아 있죠. 하지만 몽골은 대북 제재를 엄격히 이행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대북 제재 마감 시점이었던 201912 22일을 기점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대부분 다 본국으로 송환되면서 남아 있는 북한의 건설 노동자나 캐시미어 공장 근로자들은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건 현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현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일하고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몽골에 더 이상 없다고 확인해 준 부분이고요. 또 북한 대사관 근처를 조사했는데, 대사관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남아 있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건설 현장이나 캐시미어 공장 등 대규모 인력을 파견한 곳에서는 더 이상 북한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중국러시아와 달리 엄격한 대북 제재 이행 때문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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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과 러시아 국경 지역의 경고판. /강동완 교수

 

  • 교수님께서 중국과 러시아 등 북한 노동자 실태를 많이 조사하셨는데요. 코로나나 대북 제재 이후 해외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강동완] 가장 큰 차이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한 그룹과 다른 그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 이후 집에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지 못한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자이긴 하지만, 이들을 엄격히 단속하거나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몽골을 비롯해 다른 국가들은 경제적 지원이나 서방 민주주의 국가와 관계 때문에라도 대북 제재를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볼 때 지금 (몽골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것 같고요. 다만 앞으로 대북 제재나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면 다시 이쪽 지역으로 북한 노동자들이 파견될 텐데 그때 우리가 이들의 인권이나 여기에서 살아가는 북한 노동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 강동완 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강동완 한국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장으로부터 몽골 내 북한 노동자 실태에 관해 들어봤습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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