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 선교사들의 생사가 10년 넘게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이들의 석방과 김정은 정권의 종교 자유 침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억류자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이들을 잊지 말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때까지 단기적 압박뿐 아니라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최춘길 선교사의 북한 억류 10년을 맞아 한덕인 기자가 국제 종교∙인권 단체와 정부 기관의 대응책을 들어봤습니다.
7개 국제 단체 “억류 문제 해결 때까지 북 압박해야”
지난 12월 1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9차 유엔 총회 본회의.
이날 본회의에는 지난달 22일 유엔 인권위원회(제3위원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을 상정해 표결 없이 전원 동의 방식으로 최종 승인했습니다.
[유엔총회 부의장] 북한의 인권 상황과 관련해 위원회는 표결 없이 결의안 초안을 채택했습니다. 총회도 이에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그렇게 동의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로써 북한인권결의안은 20년 연속 유엔에서 채택됐습니다.
특히 이번 결의안은 “북한은 당사국으로서 참여한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Consular Relations, VCCR)’에 따라 구금된 타 회원국 국민에게 영사 직원과의 의사소통 및 접근의 자유와 보호를 제공하고, 이들의 신분을 확인하며 가족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유엔총회 결의는 국제법상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사회의 공통된 요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각 회원국에 정치적·도덕적 의무를 부여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자국의 인권 문제에 관한 지적을 전적으로 거부하며 “논의할 가치조차 없다”라고 반발했습니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날 본회의에서 북한 대표단 성명을 낭독하고, 유럽연합(EU)이 제출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한 결의안 초안’(draft resolution on the situation of human rights in the DPRK)에 대해 “국가의 존엄과 주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정치적 도발이자 우리 사상과 사회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적대적인 의도에서 비롯된 행위로 간주하여 전적으로 거부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김성] 매년 강제로 채택되는 이 반북 ‘인권 결의안’은 미국의 선동에 의해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것으로, 우리의 실제 인권 보장 정책 및 현실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이는 국제 무대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평판을 훼손하고 국제적 압박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합니다.

이런 가운데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한국 국적의 최춘길 선교사의 억류 10년을 맞아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 '랜토스 재단', '세계기독연대', 영국 의회의 '북한에 대한 초당적 의원모임', '호스티지에이드' 등 전 세계 7개 정부 기관과 국제인권 단체에 '최 선교사를 비롯해 북한에 억류된 다른 선교사들의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가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보는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7개 단체 모두, 국제사회가 이 사안을 잊지 말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협력해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미 연방정부 산하 미 ‘국제종교자유위윈회’(USCIRF)의 비키 하츨러(Vicky Hartzler) 위원은 지난 12일 RFA에 “지난 수년간 북한에서 종교 자유를 침해한 관료들에 대해 제재를 부과할 것을 미국 정부에 권고해 왔고, 특히 북한과 모든 협상에서 최춘길, 김정욱, 김국기 선교사와 다른 종교 양심수들의 즉각적인 석방이 포함돼야 한다는 권고도 계속돼 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양심수’란 종교, 신념, 또는 정치적 이유로 부당하게 구금된 사람을 뜻합니다.
또 하츨러 위원은 미국 정부가 유엔 및 회원국들과 협력해, 특별 절차(Special Procedures), 임의 구금에 관한 실무 그룹(Working Group on Arbitrary Detention)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북한에 억류된 최 선교사와 다른 종교 양심수들의 석방을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일랜드의 기독교 박해 감시 단체인 ‘처치인체인스’(Church in Chains)의 데이비드 터너(David Turner) 대표는 (11일) RFA에, 국제사회가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억류 1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터너 대표는 “전 세계 각 정부가 최춘길, 김국기, 김정욱 선교사뿐 아니라 10년 전 중국에서 납치돼 북한 감옥에 수감된 조선족 출신 장문석 집사의 석방을 명시적으로 촉구해야 한다”라며, “이는 단순한 비판을 넘어 북한의 종교 탄압을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한국 통일부는 지난 12월 3일, 최춘길 선교사 억류 10년을 계기로 북한에 억류된 선교사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번 성명에는 '국제 종교·신념의 자유 연대( IRFBA)', 영국의회의 '북한에 대한 초당적 의원모임'(APPG-NK), 주한 슬로베니아 대사관, 그리고 미국의 크리스 쿤스 상원의원 등이 동참했습니다.
또 한국 정부는 앞서 지난 9월에도 김정욱 선교사 억류 4천일과 김국기 선교사 억류 10년을 맞아 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의 불법적 억류 행위를 규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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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류자들의 이름 잊지 말고 꾸준히 알려야”
국제 인질 석방 단체인 ‘호스티지에이드’(Hostage Aid Worldwide)는 (11일) 한국 정부의 이 같은 노력을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하고, “단순한 인정과 금전적 보상이 가족의 귀환을 대신할 수 없다”라며, 억류된 이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각국이 외교적 채널을 통해 인도적 해결을 촉구하고, 이 사안을 정치화하지 않도록 지속적인 외교적 압박을 가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호스티지에지드’는 최 선교사와 다른 억류자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꾸준히 대중에 알리고, 종교 공동체를 중심으로 재조명 캠페인을 강화해 국제적 관심을 환기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종교 지도자들의 협력을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세계기독연대’(CSW)도 북한 상황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환기시키고, 선교사들의 석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각국이 지속적으로 이 사안을 언급해 줄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세계기독연대’는 (11일) RFA에 “올해 발간한 북한에 관한 최신 보고서의 제목을 ‘우리는 외면할 수 없다’라고 한 것도, 선교사들의 석방을 위해 국제사회가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을 상기시키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밖에도 ‘세계기독연대’는 최근까지 북한에 억류된 세 명의 한국인 선교사 문제를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이들의 이름을 미 ‘국제종교자유위원회’와 ‘국제 종교·신념의 자유 연대’(IRFBA)의 양심수 목록에 포함하기 위한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김영호 한국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일 영국 의회 차원에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해결을 위해 연대해 온 영국 의회의 ‘북한에 대한 초당적 의원모임’의 티모시 조(Timothy Cho) 사무국장을 접견하고 감사패를 전달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두 사람은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 등 한국인 억류자 6명의 석방에 관한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김 장관은 이날 “북한은 이 문제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유야무야될 것이란 오판을 접고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선교사를 포함한 억류자 6명을 즉각적이고 무조건 석방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조 사무국장도 지난 11일 RFA에 "북한에 대한 초당적 의원 모임은 영국 의회에서 열리는 모든 북한 인권 관련 행사에서 납북자와 억류자들의 사례를 알리고,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침해 문제를 부각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각 종교∙인권 단체는 한국인 선교사의 억류를 북한의 종교 자유 탄압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기독교 인도주의 단체인 미국 ‘오픈도어즈’(Open Doors US)의 라이언 브라운(Ryan Brown) 대표는 (12일) RFA에 “북한 정부가 종교나 신앙의 자유 문제를 우선적으로 다룰 것을 촉구한다”며, 특히 북한이 정치범 수용소의 존재를 인정하고, 국제 인도주의 단체가 즉각 수용소의 생존자에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모든 정치범 수용소를 해체하고 정치범들을 석방할 것을 국제사회가 요구할 것을 권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미 ‘랜토스 재단’(The Lantos Foundation)의 카트리나 랜토스 스웻(Katrina Lantos Swett) 회장도 “북한 정권에게 종교는 의심과 두려움의 대상이기에 종교 활동가들의 안전을 보장할 방법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국제사회가 북한 정권이 최소한의 종교적 자유를 허용하도록 압박하는 노력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 정권의 폐쇄성과 정보의 불투명성은 국제사회의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북한에 10년째 억류된 최춘길, 김국기, 김정욱 선교사를 비롯해 다른 억류자들의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국제사회가 계속 관심을 두고 압박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또 이들이 석방되는 그날까지 단순한 외교적 압박을 넘어,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협력과 조치로 이어지기를 많은 사람이 바라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