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지 말라”… 북 신의주, 밤에도 ‘행진곡’ 틀며 건설 공사
2024.11.05
앵커: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에서 오는 12월을 목표로 수해 복구에 따른 살림집 건설이 한창인 가운데 한밤중에 방송차까지 동원해 노래를 크게 들며 공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설 노동자들이 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노랫소리가 얼마나 큰지 압록강 너머 단둥까지 들린다고 합니다.
또 위성사진에 따르면 제방과 살림집 건설이 마무리 작업에 들어간 가운데 복구 인력을 위한 임시 숙소가 철거된 동향도 포착됐습니다.
신의주 수해 복구 상황을 천소람 기자가 보도합니다.
“내부 공사에 애먹는 듯… 전기 부족한데 가전제품이 웬 말?”
중국 단둥 현지의 복수 소식통이 지난 3일 직접 촬영해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제공한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일대의 모습.
지난 7월 수해가 일어났던 지역에서 건설 공사가 한창입니다.
소식통들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압록강 너머 신의주 일대에 짓고 있는 고층의 살림집이 보이는데, 대부분 건물은 지붕을 포함해 외관 공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한 모습입니다.
단둥의 한 소식통은 이날 “여전히 밤낮으로 공사가 진행 중인데 밤에는 방송차가 와서 중국까지 들리도록 행진곡 같은 노래를 틀어대는 바람에 압록강 주변이 매우 시끄럽다”라고 RFA에 전했습니다.
수해 복구에 동원되는 노동자들이 하루 2교대로 공사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데, 밤에 일하는 돌격대와 건설 노동자들이 졸지 않도록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있다는 겁니다.
또 다른 평안북도의 내부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청)은 신의주에 짓고 있는 살림집과 관련해 “아직 내부 공사를 못해 입주가 미뤄지고 있다”라며 “내부 공사에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라고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새로 짓는 살림집에 TV와 냉장고, 냉온풍기, 전기 난방 등을 공급해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라며 “하지만 신의주시 주민들도 전기 부족에 시달리는데, 새 살림집에 어떻게 전기를 공급할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단둥의 현지 소식통이 2024년 11월 3일에 촬영한 북한 신의주 살림집 건설 현장 모습. / RFA (김지은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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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마무리 단계… 건설 인력 철거 동향 식별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11월 4일에 촬영한 북한 평안북도 일대.
지난 7월 말 발생한 대규모 홍수로 인해 황무지로 변했던 지역에는 제방 공사가 마무리된 모습이 보이고, 고층 살림집이 건설되면서 태양의 이동에 따라 그림자가 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수해 복구 초기와 비교해 건설 인력도 많이 빠진 모습입니다.
한국 농어촌공사 농어촌연구원의 김혁 선임연구원은 5일 RFA에 “지역마다 다르지만, 건물은 거의 다 올라간 것 같다”라고 평가하며 주변 정리를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혁] 위화도 지구 쪽은 건물이 상당수 다 올라간 것 같고, 주변 정리를 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존 건설을 하며 지저분했던 일대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에 봤을 때보다 제방 공사가 더 잘되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 윤곽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제방 공사는 기본적으로 다 정리됐고, 살림집 건설 지역은 아무래도 위화도 지역이 정리가 거의 다 끝난 것 같습니다. 이에 맞게 건설 인력이 상당수 빠진 느낌이 많이 듭니다.
김 선임연구원은 “인력이 많이 필요한 수해 복구와 건설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고, 지금은 내부 공사와 도로망, 하부 시설 등을 정비하는 과정인 듯 보인다”라며 북한이 목표한 오는 12월 당 전원회의 전까지 무리 없이 수해 복구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그는 김 총비서가 수해 복구 사업으로 ‘애민 정치’를 부각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혁] 최근 정치적인 상징성, 애민 정치라는 걸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이 수해 복구 모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감정은 훨씬 크다는 거죠. 그래서 정치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의 11월 5일 자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전날인 4일 평안북도 의주군 어적리와 신의주 하단리의 피해 복구 건설 현장을 현지 지도하며 “피해 복구 전투를 12월 당 전원회의를 맞으며 최상의 수준에서 완공하라”고 지시한 바 있습니다.
지난 7월 수해 발생 이후 김 총비서가 현장에 찾은 것은 총 세 번.
잦은 현지 지도와 함께 수해 복구에 박차를 가할 것을 독려하는 가운데 김 총비서가 제시한 마감일까지 건설 공사를 끝낼 수 있을지, 또 주민들이 새 살림집에 입주해 생활할 만큼 제대로 된 환경을 갖출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