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한 일부 북 주민, ‘일주일 격리’ 안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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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무엇보다 건강이 우선이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누구나 한 번씩은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 이후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의료체계의 중요성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dprkhealth.org) 센터장과 함께 기획한 ‘북한 보건∙의료 해부.’

북한 보건과 의료 체계의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 보고 주민들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모색해 봅니다. 서울에서 안경수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이 시간 진행에 천소람 기자입니다.

[기자] 드디어 북한 당국이 국경을 개방했습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북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세계적인 악성 전염병 전파 상황이 완화된 것과 관련해 방역 등급을 조정하기로한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결정에 따라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우리 공민(북한 국적자)들의 귀국이 승인됐다”라고 통보했습니다. 3년 7개월 만에 공식 국경개방입니다. 참 오래 걸렸는데요. 북한의 공식 국경개방,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

[안경수] 공식적으로 국경 왕래가 재개됐다는 점과 전면적으로국경 왕래가 재개됐다는 것은 다른 의미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항공, 철도, 버스 등의 교통편으로 해외 북한 대사관, 외교관 성원들, 북한 기관 또는 사무소 요원이나 성원들, 단체에 있었던 성원들, 유학생 등이 북한으로 들어오고 있는데요. 지금의 개방은 전면적인 것이 아닌 지난 3년 코로나 기간 해외에 체류해 있던 북한 주민들의 복귀를 위해 북한 측의 필요에 따라 임시적,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거죠. 저는 불특정 다수, 즉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이 허용돼야 그때 전면적인 국경 개방이 재개됐다고 보고 싶습니다. 지금 상태는 공식적이면서 부분적인 국경 개방 상태이고, 현 상황은 점진적이고 계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의 주요 기념일이나 중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 기간에 이런 식으로 공식적이면서도 계획적인 부분적 왕래가 계속될 겁니다 .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굉장히 큰 행사잖아요. 그때 많은 인력이 오가지 않을까 싶고요. 북한에서도 언제까지 이렇게 부분적인 개방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올해 4월에 열린다고 했던 평양 마라톤 대회도 마지막 순간에 취소되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들이 내년에는 진행되어야 합니다. 2024년을 목표로 남은 4개월 동안 점진적으로 국경 개방을 더 확대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자] 단둥-신의주 육로를 통한 북한 주민들의 귀국 동향이 계속 관찰되고 있습니다. 귀국 행렬에는 버스와 더불어 구급차까지 동원됐다고 합니다. 구급차는 단순히 귀국을 위한 차량 수단이었을까요? 굳이 구급차를 동원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안경수] 혹시 모를 발열 증상과 기침 증상 등의 코로나 관련, 그리고 또 다른 질환 증상의 환자가 이동 중에 생길 수 있으니 그것을 대비하는 아주 원론적인 차원으로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육로를 오가는 행렬에 의학적인 명분을 붙여 구급차가 따라간 겁니다. 차 한 대라도 더 따라가서 행렬을 만들어야 중국에서 갖고 올 수 있는 (물건이) 더 많아질 수 있는 거죠. 보건의료적인 이유가 당연히 있겠지만, 공식적인 명분을 붙여 차 한 대라도 더 보내서 다시 돌아올때 무언가를 더 많이 갖고 올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북한 내에서는 대부분 구급차가 그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구급차가 필요할 만큼) 몹시 아픈 사람은 사전에 확인하고 (코로나 위험으로 인해) 북한으로 들어올 수 없죠.

[기자] “귀국한 인원들은 일주일간 해당 격리 시설들에서 철저한 의학적 감시를 받게 된다”고 하는데요. 우선 어떤 해당 격리 시설들에 머물게 될지, 그리고 어떤 의학적 감시를 받게 될지 짚어주시죠.

[안경수] 지금 불특정 다수가 북한으로 입국하는 게 아닌 정해진 인력이 입국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들어오기 전 비행기나 철도, 버스 등을 타기 전에 그 사람들에 대한 기본적인 방역 조치는 다 마치고, 확인이 된 사람들이 탑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몸이 아픈 사람은 귀국을 원해도 갈 수 없는 거죠. 격리 시설은 집단으로 일주일간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하잖아요. 북한에 그런 곳이 대표적으로 역 근처에 위치한 여관이 있습니다. 3~4층 규모의 여관 건물에 머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건물을 통째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건물을 전체적으로 소독할 수도 있는 일종의 격리 시설로 볼 수 있는데요. 거기서 기본적인 각종 발열, 기침, 체온 등의 증상을 관찰한 후에 각자 집으로 갈 것 같습니다. ‘의학적 감시’ 앞에 그냥 ‘철저한’을 붙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과연 모두 일주일간 철저한 격리를 하고 집으로 또는 직장으로 갈까'라는 겁니다. 일주일간 격리하지 못하는 사정이 있는 귀국자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 송환되는 사람들은 특정한 이유가 있어 외국에 머물던 북한 사람들입니다. 나갈 때도 어렵게 나간 사람들이죠. 이 사람들은 각자 사정이 있고, 3년 동안 급하게 해결돼야 할 용무가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에 나가 있던 국가 관료, 공직자, 사업자, 각종 단체 성원, 외화벌이, 유학생들이 일주일 격리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사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건강 확인만 받고 일부 인원들은 빨리 보고하러 다시 나갈 수도 있는 사람들이에요. 바쁜 사람들이죠. 소위 사업(뇌물 혹은 청탁)이라고 하죠. 사업을 하면서 '난 하루만 있다가 가야 해' 혹은 '빨리 평양에 가야 해', '빨리 보고해야 해' 등 이런 식으로 빠져나갈 인력이 있을 겁니다.

[기자] 일주일간 격리가 잘 지켜지지 않을 확률이 있다는 말씀이군요.

[안경수] 너무 높습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죠.

[기자] 네. 결국은 ‘위드코로나(코로나와 공존)’로 가게 되겠지만, 해외에 머물던 주민들이 송환되면 어떤 경로로든 북한 내 주민들에게 코로나 유입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위험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시고, 북한 당국은 어떻게 헤쳐 나갈 걸로 보십니까?

[안경수] 지금 3년여의 코로나 기간 해외에서 체류하다 북한으로 귀국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들이 백신을 한 번만 접종한 것도 아니고, 두세 번씩 접종했을 겁니다. 물론 중국에서 접종한 백신의 효용성에 대한 질문이 있죠. 또, 최근 코로나 변이가 다시 등장하는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지금 한국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었잖아요.

또 우리가 생각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 해외나 중국에서 3년 동안 체류하다가 들어오는 인력들이 격리 이후 주로 어느 도시로 가게 될까요. 결국, 평양으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평양은 방역이 3년 동안 북한에서 좀 더 철저했습니다. 그러니 북한 당국은 그만큼 부담이 덜한 거죠. 귀국한 인원들이 여러 지역으로 가게 된다면 북한 당국은 방역 대책으로 머리가 아플 겁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 대부분의 종착지가 결국 평양이나 대도시일 겁니다. 평양, 청진, 신의주 등은 북한에서 방역이 그나마 엄격하게 잘 돼있던 곳이죠.

[기자] 그렇군요.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대부분의 인원이 대도시로 간다는 점이 격리 이후에도 북한 당국 입장에서는 통제하기가 조금은 더 수월하겠군요.

[안경수] 그렇죠. 이 사람들은 특정된 사람들이에요. 지금 들어오는 인력들은 다 철저하게 관리가 되는 인력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가 일반 주민들보다 훨씬 잘 되겠죠. 북한은 외교관뿐만 아니라 해외 사무소, 외화벌이, 해외 노동자들도 특권입니다. 예를 들면 카타르 월드컵 당시 건물을 지으러 노동자들이 많이 갔을 때, 가기 싫은데 억지로 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다 돈 주고 뇌물 주고 나간 거예요. 정말 외국에 나가는 게 특권인 나라이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하죠.

[기자] 네, ‘북한 보건∙의료 해부,’ 오늘 대화는 여기까지입니다. 서울에서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안경수 한국 통일의료연구센터 센터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 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