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탈북민들은 탈북 과정에서 성적 착취, 강제 노동, 강제 결혼, 사이버상의 강제 채팅 등 다양한 형태의 인신매매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 전문가로 다수의 탈북민을 상담해 온 오은경 박사는 인신매매를 경험한 탈북민들은 심각한 정신적 외상과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지만 ‘성폭행’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던 과거와 달리 북한 내부에서도 젊은 세대 안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맞아 천소람 기자가 오은경 박사와 탈북민들이 겪는 인신매매 실태와 그 후유증, 인신매매에 대한 북한 내부 인식 변화에 관해 짚어봤습니다.
인신매매 피해 악순환 … "피해자가 가해자 되기도"
[기자] 안녕하세요.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을 맞아 북한 주민 그리고 탈북민들이 겪는 인신매매 현실을 짚어보고자 합니다. 북한 주민에게 노출되는 인신매매는 북한 내에서의 인신매매 그리고 탈북 과정에서 겪는 인신매매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들은 어떤 위험에 노출되고 있을까요?
[오은경]북한에서 겪는 인신매매도 똑같습니다. 강간이나 성적 모욕, 성적 착취와 같은 문제들을 북한에서도 겪고 있습니다. 어린아이의 경우 강제 노동에 투입되는 것도 북한에서 이루어지고 있죠. 상대적으로 북한 내에서 약자에 대한 태도나 인식이 낮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북한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탈북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거취 문제 등에서 어려움이 있다 보니 삶 속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신매매에) 노출되고, 그러다 보면 본의 아니게 인신매매, 성적 착취의 대상이나 매춘, 성매매, 원치 않는 강제 결혼, 사이버상의 채팅, 혹은 BJ(인터넷 방송인) 같은 역할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자] 온라인, 즉 인터넷 방송에서 노출될 수 있는 인신매매는 무엇이 있을까요?
[오은경]탈북 여성의 경우 탈북을 하고 인신매매를 당하는 과정에 장애인이나 시골에 거주하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팔려 가기도 하지만, 어떤 탈북 여성의 경우에는 성매매의 대상처럼 성을 사고파는 매춘과 관련된 곳에 팔리기도 합니다. 이게 오프라인상에서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서도 강제 채팅이라든지, 음란 행위를 보여주거나 노출하는 형태의 문제들로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기자] 탈북민들이 탈북 과정에서 노출되는 인신매매 현실도 궁금합니다 .
[오은경]한 탈북민이 자신이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팔려 간 건데요. 그 사람의 경우에는 자기가 약 8천 위안(약 1천100달러) 정도에 팔려 왔다고 이야기해요. 그 8천 원이 늘 자신의 몸값인 거예요. 중국의 시어머니는 '내가 너를 8천 원에 사 왔는데 이것밖에 안 하냐, 더 일을 해야 한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거죠. 그 값이 자신의 목숨 값, 어떻게 보면 자신의 생명 값, 존재 값인 거잖아요. 자기 몸이 상품화돼서 팔려 가는 것뿐만 아니라 '내 몸값은 8천 원'으로 자신을 인식하고 있는 거죠. 인간으로서 고유한 존재를 값으로 매길 수 없잖아요. 근데 '8천 원에 사 왔기 때문에 더 일해야 한다, 혹은 밤마다 남편에게 몸을 내줘야 한다'는 식으로 늘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마음을 갖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한 인간으로도 사람의 목숨은 귀하고 값을 매길 수 없는데, 그렇게 자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게 좀 안쓰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기자] 탈북민 상담 혹은 인터뷰를 통해서 들으셨던 내용 중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었을까요 ?
[오은경]자신이 인신매매 피해를 당한 거예요. 팔려 간 거죠. 처음에는 많이 놀라고 두렵고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처음에는 (인신매매)를 당해서 상처가 됐는데,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자신도 다시 인신매매 중개업자가 되는 거죠. 인신매매라는 게 사실 불법적인 삶의 방식인 거잖아요. 인권 유린 속에서 내가 인신매매의 대상이 됐는데 다시 중개업자가 돼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삶 속에서 겪는 너무 최악의 상황이나 사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탈북을 시도하더라도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성적 특성이 있잖아요. 상대적으로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이 남성보다 피해가 훨씬 크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제가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기자] 피해자였다가 가해자가 된다는 점이 참 안타깝네요.
[오은경]처음에는 죄책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신도 중국에서 거취가 불분명하고, 돈을 벌고 살지 않으면 팔려 간 그곳은 희망이 없는 곳인 거예요. 너무 열악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낳은 자녀를 키워야 하고, 너무 열악한 농촌의 남편에게 의지할 수도 없고, 자신이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근데 마땅히 할 수 있는 게 사실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 같은 북한 여성을 통해서 벌이하게 되는 것들도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선택하긴 했지만, 피해자이지만 다시 가해자가 되는 것은 너무 안타까운 일이죠.
인신매매 겪은 탈북민 , "트라우마 잠재돼 있다가 발현되기도"
[기자] 인신매매를 겪은 탈북민들은 그 트라우마, 즉 심리적 외상을 평생 지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한국 혹은 제3국에 정착한 뒤에도 그 트라우마가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 트라우마가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고, 그들이 겪는 후유증은 무엇이 있을까요?
[오은경]어떤 탈북민들은 하나원에 입소했을 때부터 외상 반응이 크게 나타나는 사람이 있어요. 감정이나 정서를 조절하기 어렵고, 계속 눈물을 흘리거나,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혹은 화를 극단적으로 내는 등 곧바로 반응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제가 연구나 인터뷰를 해보니 어떤 사람들은 오히려 정착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야 트라우마 반응이 나오더라고요. 트라우마가 잠재돼 있는 거예요. 내 마음 속에 있다가 불쑥불쑥 나타나는 경험이 제일 안타까운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사람의 상처들은 결국 마음에 남아 있고, 그것이 언제 발병하는지의 문제입니다. 사건이 클수록, 나쁠수록, 악의적일수록 담아둘 뿐 언젠가 한 번은 표출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외상 사건이 두 번이냐 세 번이냐보다 사건의 유형이라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복합 외상을 탈북민이 경험하게 되면 그것이 개인의 심리나 성격 구조에 변화를 주는 모습들도 있습니다.
“북한 젊은 세대들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

[기자] 북한 주민, 그리고 탈북민들은 성적 착취 그리고 인신매매에 지속되어 노출되고 있는데요.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이들의 인권 상황이 개선된 점이 있을까요? 혹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오은경]여전히 북한은 인권 침해 국가로 존재하고 있고, 북한에서의 사회적 약자나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들에게 인권은 당연히 그들이 몰라야 할 영역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어린아이들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고 있고, 또 특정 계층들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성 착취나 성폭력 같은 행동들도 아마 지금도 북한에서는 발생하고 있을 겁니다.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있는 탈북민들이 간부에게 끌려가 강간당했다'라는 것은 사실 너무 많이 듣고 있는 내용들이거든요. 지금도 아마 이런 행동들이 발생할 것이고, 이렇게 발생하는 것이 아마 북한이 오랜 시간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자 하는 방법이기 때문에 최대한 모르게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 과거와 현재를 비교했을 때 인신매매와 성폭력에 대한 북한 내 인식은 어떨까요? 변화가 있었을까요?
[오은경]인신매매에 대해서 옳고 그런 게 무엇인지, 또는 성폭력이 무엇인지 또는 자신들의 정권이 어떤지를 알면 북한의 4대 세습을 영위하고 싶은 체제를 위협하는 행동인 거잖아요. 외부 정보의 유입을 두려워하는 것도 '주민들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한 태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탈북민들 그리고 북한 안에 있는 젊은 세대들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말씀은 제가 분명히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양한 정보를 통해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눈을 뜨고자 하니까요. 제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가 당한 게 인신매매인지 간혹 인지했다'는 탈북민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민은 인신매매를 모른 채 온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당신들이 경험한 것이 성폭력이었고 인신매매였고, 북한 내에서는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하나도 누리지 못했고, 인권침해, 인권 유린을 경험한 것이다'라고 이야기를 하면 그때 '인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한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방식을 전혀 느끼지 못한 사람들이 오히려 한국에 와서 '인권'이라는 것에 대해 고마워하고 소중해하기도 하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탈북민들이 내가 경험한 것이 인권 유린이었다는 걸 알고 더 목소리를 높여서 알리는 일에 더 앞장서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하곤 합니다.
[기자] 네,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상담심리 전문가 오은경 박사와 탈북민이 경험하는 인신매매 실태와 그 후유증을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박봉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