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기자 “마이루폴시 주민, 북한군 목격”
2024.10.18
앵커: 북한군 특수부대가 러시아에 파병돼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 중이라고 한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가운데,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북한군이 목격됐다고 우크라이나 현지에서 이번 사안을 추적해 온 언론인, 카테리나 자카르첸코 씨가 밝혔습니다. 그는 RFA에 북한군을 직접 목격한 현지 우크라이나 주민과 대화를 나눴다며 북한군이 쿠르스크 또는 도네츠크 지역으로 이동 중이며, 내달 1일까지 전투에 투입될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자카르첸코 기자를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지난 10월 4일, 도네츠크 인근의 러시아 점령 지역에서 북한 장교 6명이 미사일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는 소식을 처음 보도한 카테리나 자카르첸코(Kateryna Zakharchenko) 기자.
그는 1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보낸 서면 인터뷰에서 “어제(17일) 러시아 점령 도시인 마리우폴의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이 직접 북한 군인들을 봤다고 말했다”라며 북한군 파병설을 거듭 확인했습니다.
(Yesterday, I spoke with residents of the occupied city of Mariupol, and they saw North Korean soldiers with their own eyes.)
자카르첸코 기자는 “러시아가 점령한 상태에서 북한군의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관련 자료는 없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군의 제복이 러시아 군대와 달랐다”고 덧붙였습니다.
(They don’t have photos because it’s dangerous to take such photos under occupation, but they mentioned that the uniforms are different from the Russian army.)
또 그는 키릴로 부다노프(Kyrylo Budanov)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 국장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맞서 싸우기 위해 약 1만 1천 명의 북한 보병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한국 국가정보원이 18일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 2천 명 규모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내용과 유사합니다.
앞서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 포스트’, ‘리가넷’ 등도 자국의 국방부 정보총국을 인용해 북한군 보병 3천 명 규모의 ‘특수 부랴트 대대(Special Buryat Battalion)’를 편성 중이며, 이미 북한이 러시아에 약 1만 명을 보내 훈련에 돌입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자카르첸코 기자는 러시아 점령 지역 목격자들의 증언과 정보자료(intelligence data), 키이우 당국의 공식 성명을 바탕으로 “현재 북한군들이 쿠르스크 지역, 또는 도네츠크 지역으로 이동 중이며 오는 11월 1일까지 전투에 투입될 준비를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They are expected to be ready to fight in Ukraine by November 1. They are being transferred either to the Kursk region or to the occupied territories of Ukraine, specifically Donetsk Oblast.)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자국의 국방부 정보총국(HUR)을 인용해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견됐음을 거듭 강조한 가운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서방의 관심과 지지를 얻기 위해 조작한 ‘가짜뉴스’라며 북한 파병설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자카르첸코 기자는 “우크라이나인이자 언론인으로서 러시아의 발언은 허위 정보이거나 선전용으로 본다”라며 “러시아는 민간인을 표적으로 한 미사일 공격조차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그는 우크라이나 현지인들이 북한군 파병을 실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지를 묻는 말에
“우크라이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적에 계속 저항하고 자국을 방어할 준비가 되어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Ukraine is monitoring the situation and is prepared to continue resisting the enemy and defending its home.)
자카르첸코 기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민에 대한 동원령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불만과 시위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군을 데려오는 것이 더 쉽다”라며 “푸틴 대통령은 지금도 국민을 의식해 또 다른 대규모 인력 동원을 발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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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국가안보소통조정관은 지난 15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북한군 파병과 관련한 보도 내용을 확인할 수 없고, 러시아가 계속해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시기에 (이 보도가) 나왔다는 맥락에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도 16일 “(북한군 파병 보도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매우 우려스럽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국정원은 18일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파병을 결정했고, 병력 이동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같은 날,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파병을 한 사실이 확인되면 추가 제재 조치를 고려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편, 북한군 1천500명이 함경북도 청진과 함경남도 함흥 인근에서 러시아 군함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이동했다고 한국 국가정보원이 밝힌 가운데, 함경북도 청진의 현지 주민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18일 RFA에 “이 취재협조자는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인데도, 부대 이동 등 북한군 파병에 관한 징후를 전혀 몰랐고, 소문도 듣지 못했다”라고 말했다며, 파병이 매우 은밀하게 진행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