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북 외교관, 낡은 차 몰고 항상 무리지어 다녀”

뉴욕-서혜준 seoh@rfa.org
2023.09.25
상인들 “북 외교관, 낡은 차 몰고 항상 무리지어 다녀” 뉴욕에 위치한 유엔본부 앞.
/ RFA Photo

앵커: . 그럼 계속해서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본부에 나가 있는 서혜준 기자를 연결해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를 비롯해 현지 분위기를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서혜준 기자,

 

[서혜준] . 저는 유엔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 본부앞에 나와 있습니다.

 

  • 내일이 유엔 총회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데요. 현지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서혜준] 유엔총회는 매년 9 회기가 시작되고 1~2 뒤에 각국의 정상급 인사와 외교장관, 대사 등이 기조연설을 하는 일반토의 행사를 개최합니다. 주제에 구애받지 않는 만큼 각국이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자리인데요.

 

상임이사국을 포함해 총 193개 회원국 대표가 참여하고, 이 중에는 각국 정상이 참석하는 만큼 유엔 본부 주변의 경비도 삼엄하고, 유동 인구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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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명절인 ‘욤 키퍼(Yom Kipper)’를 맞아 더욱 썰렁한 유엔본부 앞. / RFA Photo

 

오늘은 뉴욕에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데요. 새벽부터 내린 비로 뉴욕에는 해안 홍수 주의보가 발령된 데다 유대인 명절인 욤 키퍼를 맞아 도시는 썰렁합니다.

 

내일은 유엔총회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데요. 기조연설이 예정된 북한 대사의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았지만, 이날 북한대표부를 출입하는 외교관은 볼 수 없었고, 주변 분위기도 조용했습니다.

 

  • 북한 유엔대표부 주변 뉴욕 시민들의 반응도 들어보셨다면서요?

              

[서혜준] . 유엔 북한대표부 인근에서 오랜 기간 개인 상점을 운영해 온 주민들에게 북한 외교관들에 대해 알고 있는지 물었는데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 주민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들이 유엔 북한대표부 인근에 살지 않는데, 그 이유는 집세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 그만큼 돈을 낼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동네에서 출퇴근을 하는데, 북한 외교관들이 타는 자동차도 다른 국가의 외교관과 달리 매우 오래된 낡은 차라고 합니다. 그리고 늘 다섯 명이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고 하는데요.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외교관들의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부 주민은 북한 외교관들이 미국 뉴욕에 있는 것을 몰랐다면서 놀라기도 했는데대다수는 큰 관심을 두지 않은 분위기였습니다. 그만큼 외부에 노출을 꺼리는 북한 대표부의 특징을 알 수 있었습니다.

 

  • 내일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북한 측 대표가 기조연설을 하는데요.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가 연설할 것으로 예상되죠?

 

[서혜준] . 내일이 유엔 총회 일반토의 마지막 날인데요. 애초에는 최선희 북한 외무성이 참석하지 않을까란 기대가 모아졌지만, 최선희 외무상이 아닌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북한을 대표해 연설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12일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최선희 외무상이 동행했기 때문에 유엔 총회에도 참석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끝내 유엔총회일반토의 잠정 명단에 변경 사항은 없었습니다.

                                     

유엔이 공개한 일반토의 연설 순서에 따르면 북한은 미국 뉴욕 현지 시간으로 26일 오전으로 잡혔는데요. 이날 시리아, 바레인, 교황청에 이어 4번째로 연설할 예정으로 알려졌습니다. 참고로 북한은 2014년과 2015년에 리수용 당시 외무상을 연설자로 내세웠고요.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리용호 외무상을 뉴욕으로 파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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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당시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기조연설에 나선 바 있다. /RFA Photo

 

그리고 2019년부터는 김성 대사가 연설해 왔는데요. 코로나 대유행으로 북한이 국경을 봉쇄해 인적교류가 끊어진 데다, 미북 관계가 악화하면서 5년 연속 북한 고위급 대표단의 방미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유엔에 따르면 올해 일반토의에는 194개국이 참여했고요. 이 중 161 나라가 정상급 인사를 파견했습니다.

 

  • 김성 대사가 내일 기조연설에서 무슨 말을 할지도 관심인데요. 어떤 연설을 예상할 수 있을까요?

 

[서혜준] 당연히 북한 측의 주장을 피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지난 2019년 미북 관계가 단절된 이후 더 악화하고 있는 때에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 개발, 정찰위성 발사 등의 정당성을 강력히 주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018 당시  리용호 외무상은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지만일방적으로 핵무장을 해제하지 않겠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요. 당시 리 외무상은 미국에 대한 신뢰 없이 북한이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없다”며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정신이상자’라고 맹비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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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일반토의가 개회한 19일 유엔본부에서 연설했다. / AP

 

지금은 그때보다 미북, 남북 관계 등이 더 나빠졌을 뿐 아니라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이 더 강화된 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이미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규탄하고, 북러 간 무기 거래를 지적하며 이를 중대한 도전이라고 말했기 때문에 북한도 미국, 한국 등을 향해 더욱 거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때마침 오늘(25)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윤 대통령의 지난 20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북러 간 무기거래 가능성을 경고한 것에 대해 히스테리적 망발”, “미국의 어용 나팔수라며 맹비난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최근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고, 최근 북러 정상회담까지 마치면서 북러 관계가 더 밀착되는 상황에서 내일 김성 북한 대사가 어떤 연설을 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앵커: . 서혜준 기자.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유엔 총회가 열리고 있는 뉴욕 유엔본부에 나가 있는 서혜준 기자였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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