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빨리 끝나길 바랄 것”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1.14
“김정은, 우크라이나 전쟁 빨리 끝나길 바랄 것” 지난달 20일 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우크라이나전에 대규모 특수부대를 파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관련 방송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한국, 트럼프에 맞춤형 취향 저격중요” 

 

[기자] 윤석열 한국 대통령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등을 통해 매우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 왔습니다. 이제 트럼프 당선인과도 소통이 이전처럼 원활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특히 대북 정책 집행과 조율에 있어 트럼프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 간의 '케미스트리'(궁합), 즉 한미 대통령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협력과 조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 한국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수년 만에 골프 연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트럼프 당선인과 일본의 아베 신조 전 총리가 골프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맺은 일화는 잘 알려져 있습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골프, 기독교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은 것도 유명합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동맹 관계나 국가 간 관계보다 개인적인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1기 행정부 당시 개인적으로 꺼렸던 지도자로는 중국의 시진핑 주석,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그리고 한국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고 합니다. 트럼프 당선인이 2017 11월 한국을 방문했을 때 청와대 환영 만찬에서 여러 문제가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당시 미국 정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하니 한국의 여자 프로 골퍼를 초대하거나, 트럼프가 좋아하는 케첩과 햄버거가 포함된 식사를 준비해 줄 것을 조언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한국 측에서는 이러한 조언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한국 전통 음식과 K-팝 등 문화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시차 때문에 미국 대표단 일부가 공연 도중 졸거나 집중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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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2002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란초 팔로스 버디스에 있는 오션 트레일스 골프장에서 골프채를 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 / AP

 

한국과 미국 간 관계를 고려할 때 트럼프 당선인의 취향에 맞추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과 개인적인 관계를 잘 맺는다 해도 한미 관계가 순조로울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경제적 관점을 중시하는 인물로, 주한미군 감축이나 주일미군과의 통합을 검토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또한, 확장 억제력과 관련한 ‘B-52’, ‘B-1B’, ‘B-2’ 등 전략 자산의 운용 비용 부담을 한국 측에 요구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종종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설득하면서, 주일미군 파견이 미국의 안전 보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일본과 미국이 '윈윈' 관계임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도 주한미군이 미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데 필수적인 요소임을 강조하면서 관계 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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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5일, 일본 가와고에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오찬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오른쪽)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이 오찬에서는 일본 햄버거 전문점인 먼치스 버거 쉑(Munch's Burger Shack)의 햄버거가 제공됐다. / AP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이 예상치 못한 상황 전개” 

 

[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국제사회에서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폴란드(뽈스까)는 우크라이나에 더는 무기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의 전쟁 해결책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러한 국제적 변화가 북러 간 협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북한군 파병은 지난 9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방북했을 때 김정은 북한 총비서에게 직접 요청한 것으로 시작됐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병력 보충이 시급했기 때문에 약 한 달 만에 북한이 러시아에 병력을 파견하게 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앞서 김 총비서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성공할 것이란 정보를 많이 접했다고 하는데, 당시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기였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김 총비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11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한 직후 끝날 가능성을 고려해 푸틴 대통령은 1월 말까지 쿠르스크주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격퇴하기 위해 5만 명의 병력으로 전면 공격 작전을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북한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사태로, 전선에 배치된 북한 병사들의 희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북한 군부대를 하나의 부대로 파견하는 대신 용병 형태로 러시아군에 직접 편입시키려 했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북한군은 독자적인 지휘권을 갖지 못하고 위험한 상황을 거부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현재 김 총비서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루라도 빨리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북한군 희생자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뿐인 듯합니다. 희생자가 계속 늘어나면 이러한 소식이 확산해 병사들의 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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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1 9, 북러가 체결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습니다. 이후 11일에는 김 총비서의 정령으로 이 조약이 북한에서 비준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조약이 북러 중 어느 한 나라가 전쟁 상태에 처할 경우 상호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 군사 동맹을 복원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러 간의 이러한 군사 협력이 앞으로 한반도와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저는 북러 조약에 따라 군사동맹으로 격상됐다고 평가하기는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푸틴 대통령이 이 조약을 군사동맹으로 설명한 적이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전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북한은 한미일이 주도하는 문화적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러시아에 군부대를 파견한 것도 이 조약이 군사동맹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도 참전할 수 있음을 피력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한반도 유사시에 러시아가 군대를 보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러시아는 이미 여러 항만을 보유하고 있어, 북한으로부터 얻을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합니다. 게다가 러시아 국내 여론도 부정적일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러시아가 가장 중요시하는 중국이 이러한 개입에 반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러시아는 쉽게 개입하지 못할 것으로 봅니다. 푸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은 식량이나 에너지, 그리고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기 등 한정적인 지원일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주의해야 할 점은 김 총비서가 북러 조약을 군사동맹으로 강조한다고 해도, 이 조약에는 자동 참전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푸틴 대통령이 한반도 유사시 개입 의사를 가지고 있다면 애초에 자동 참전 조항이 포함됐을 것입니다.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에서 희생되고 있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갖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러한 감정에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사태를 계산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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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16일, 핀란드 헬싱키의 대통령궁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정상 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 AP

 

중국, 북한에 상당한 불쾌감한중 관계 강화로 경고”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12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만 명 이상의 북한 병사들이 러시아 동부로 파견됐고, 그들 대부분이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군과 함께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했다고 확인했습니다. 이와 함께 앞으로 북한이 추가로 7차 핵실험, 정찰위성 발사, 대남 선전용 풍선 등을 통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볼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한국 국가정보원이 지난 9월 국회 보고에서 언급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입니다. 북한은 이미 핵실험을 할 수 있는 준비를 완료한 상태로 보입니다. 다만, 북한의 핵실험 여부는 중국과의 관계에 따라 변동될 가능성이 큽니다. 2022년 봄, 시진핑 주석은 김 총비서에게 친서를 통해 핵실험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달하며 자제를 요청한 바 있으며, 당시 북한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의 국내 상황은 계속 악화했고, 러시아와 연대 속에서 체제 유지를 위한 억지력 강화를 내세우며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도 커졌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상당히 불쾌감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중국이 한국에 단기 체류 비자를 면제해 준 것도 북한에 대한 하나의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러시아에 계속 접근한다면, 중국 역시 한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다는 경고로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 역시 북한의 행보를 우려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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