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② 박인휘 교수 “미북 대화, 트럼프 하기에 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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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북한에 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오히려 핵시설을 방문하는 등 미북 사이에 본격적인 기싸움이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이런 가운데 박인휘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이 자발적으로 대미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진단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북한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도,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일 수 있다”라고 그는 분석했는데요.

[전문가 진단]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천소람 기자가 박인휘 교수와 대담했습니다.

박인휘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본인 제공
박인휘 한국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 본인 제공

" ,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도 대미 전략 변화 가능성 희박 "

[기자]박인휘 교수님, 안녕하세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북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먼저 여쭙고 싶은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 북한을 'nuclear power(핵 보유)'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에게 연락하겠다"라며 다시 만날 의사를 밝혔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북한이 지금과는 다른 대미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있을까요?

[박인휘]마지막 미북 접촉이 2019년 (베트남)하노이인데, 그 이후 6년 동안 북한의 핵 무력은 엄청나게 고도화됐고, 미국에 대한 반감은 훨씬 더 깊어졌습니다. 핵 무력 고도화와 반미 감정이 커진 것을 트럼프 행정부가 해결해 줘야 하겠죠.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북한이 자발적으로 대미 전략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북한과 '스몰 딜(부분 합의)'을 포함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실제로 북한 문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행동을 취할지에 대해서 저는 한 50% 가능성만 보고 있습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 힘을 쏟고, 북한 문제는 추가적으로 '평화를 원한다'라는 메시지만 계속 (던질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이 정말 북한 문제에 힘을 쏟을 것인가'의 가능성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높게 보지는 않습니다.

[기자]북한은 지난달 25일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29일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핵시설을 방문했고요. 또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북한을 '불량국가'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이 처음 공개적으로 미국에 날 선 비난을 한 건데요. 북한의 이 모든 행동을 어떤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까요?

[박인휘]김 총비서가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한이 일관되게 하고 있는 군사력 강화의 하나로 봅니다. 북한의 행동은 미국과 주변국이 하기에 달려 있어서 미국이 평화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더 큰 위기를 만들 필요는 없겠죠. 그래서 적당한 수준의 위기를 만들고 있고, 앞으로 그 수준은 전적으로 미국이 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미국이 하기 나름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콘도 시설도 언급하고, 김 총비서와 대화할 의지도 밝혔는데요. 북한은 미국의 어떤 모습을 원하고 있는 걸까요?

[박인휘]미국이 북한의 핵 무력을 어느 정도까지 인정해 주느냐가 핵심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경제 제재를 포함해 '북한이 노멀 스테이트(정상 국가)가 되는 것에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지원해 줄 수 있는가'가 핵심이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리 '뉴클리어 파워'라고 표현했지만, 미국과 북한의 접촉이 이루어지게 된다면 당연히 시작점은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의) 4개 합의입니다. 싱가포르 4개 합의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합의한 바가 있잖아요. 미국이 북한의 핵 무력 지위는 인정해 주고 북한에 일정한 수준의 노력과 성의를 보여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게임인데요. 그렇게 하려면 미국이 엄청난 자원을 써야 하는데 과연 트럼프 행정부가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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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ald Trump Kim Jong Un 2018년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나고 있다. / AP (Evan Vucci/AP)

“북한군 파병에 대미 메시지 담겨… 미북 대화까지 시간 걸릴 듯”

[기자]현시점에서 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박인휘]미북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있지만, 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소 만 명 이상의 북한군이 추가 파병될 예정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오고 있잖아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이 발을 점점 깊게 담근다는 것은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데, 미북 대화가 열릴 가능성은 저는 크게 보지는 않습니다.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하는 것에는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입니까?

[박인휘]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데,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발을 깊숙이 담글수록 북한 문제도 함께 쳐다봐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자] '미북 관계 정상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 체제', '한반도 비핵화', '전쟁포로 유해 발굴 송환'이 담긴 싱가포르 4개 합의안을 말씀하셨는데요. 이밖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만남이 성사되기 위한 선행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요?

[박인휘]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미북 대화의 시작점은 싱가포르 4개 합의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북한은 한반도 비핵화에 합의했지만, 이제 입장을 바꿀 텐데 그것을 미국이 어느 정도까지 용인해 줄 수 있을까가 매우 큰 문제죠. 핵 보유 인정을 받고 싶지만, 미국과 비핵화를 합의한 문건이 있지 않습니까. 그 두 간극을 어떻게 메울지가 가장 큰 문제일 것 같습니다.

[기자]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습니다. 이미 북한은 러시아에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며 전략적인 밀착을 강화해 왔는데요. 전쟁이 끝난다면, 북한의 입지와 경제적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박인휘]북한이 상당한 규모의 파병을 했는데 국제사회는 3개 나라 이상의 국제 전쟁으로 보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이죠. 단순히 북한은 러시아를 도와줌으로써 경제적 지원과 군사적 기술 등 이득을 바라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북한과 러시아가 가까워진 측면이 있죠. 북한이 얼마만큼 이득을 챙기느냐, 그리고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다가 러시아, 중국과 협력을 통해 외교적인 공간을 확보했는데 그것을 지탱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외교 활동을 적극적으로 한 국가였으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고 입지가 축소될 수 있는 측면이 있겠지만, 워낙 고립돼 있던 국가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북한의 역할이나 존재감이 없어지는 것이 큰 타격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미 외교 현안에서 북한 중요… 남북 관계는 먹구름”

[기자] 2025년, 미국이 외교 정책에서 가장 중점을 둘 사안은 무엇일까요. 그동안 북한 문제는 미국의 외교 정책 우선순위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모습이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어떨 것으로 보십니까?

[박인휘]북한 문제가 외교 부문에서 중요한 안건 중 하나로 다뤄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유럽, 러시아, 중동 사안보다 앞서지는 않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요 인사들이 북한 문제에 대한 발언을 자주 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 문제가 어느 정도 중요한 사안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고요.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북한을 언급하면, 북한도 불필요한 도발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그것 자체로도 일종의 효과가 있는 거죠. 주요국에 비해 외교 사안의 중요성은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북한 문제는 테이블 위에 살아있는 안건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자]이런 가운데 현재 한국 지도부는 혼란스러운 상태입니다. 사실상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 막혔고, 윤석열 정부에서는 더 악화했습니다. 만약 정권이 바뀌더라도 남북 관계가 당장 개선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2025년의 남북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박인휘]남북 관계는 개선의 여지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올해는 북한이 주장하는 두 개 국가론의 2년 차에 해당하잖아요. 생각보다 법 정비 등이 오래 걸리고 있어서 올해는 개선의 여지가 더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북한을 위해 무엇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을 쳐다볼 이유가 없습니다. 남북 관계는 당분간 개선의 여지가 없고, 결과론적으로 한국 정부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기자]교수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전문가 진단], 오늘은 한국 이화여대 박인휘 교수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에 따른 미북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천소람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