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8일,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한인타운으로 알려진 뉴몰든을 처음 방문해 한인들을 만났습니다. 뉴몰든은 남한을 제외하고 탈북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작은 평양'이라는 별칭을 가진 곳이기도 한데요.
이날 국왕을 안내한 뉴몰든 서남부 킹스턴 지역구의 박옥진 의원은 국왕이 탈북민들을 포함한 지역 한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방문에 의미를 더했다고 전했습니다.
서혜준 기자가 박옥진 의원에게 국왕의 뉴몰든 방문기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남북한이 하나된 한인타운 ‘뉴몰든’에 국왕 첫 방문, 자랑스러워”

[기자]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처음으로 뉴몰든을 방문했습니다. 처음 방문 소식을 들었을 때 뉴몰든의 어떤 것들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으셨나요?
[박옥진]찰스 3세 국왕이 뉴몰든을 방문한 사실은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킹스톤이라는 지역구 가운데 특별히 '뉴몰든'이라는 지역을 지목했는데요. 이곳은 영국뿐만 아닌 유럽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사는 동네입니다. 이번 찰스 3세 국왕의 뉴몰든 방문은 한인 커뮤니티를 만나서 한국을 더 잘 알고 싶다는 강하고 뚜렷한 의지를 나타낸 사례로 보입니다. 처음 국왕이 뉴몰든으로 한인들을 만나러 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너무 기뻤고, 뿌듯했습니다. 저는 국왕을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는데, 뉴몰든에 거주하는 한인으로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국왕에게 우리 한인 문화를 최대한 많이 보여 드리고 싶었고, 경험시켜 드릴 기회를 갖게 돼 정말 자랑스러웠습니다. 국왕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 전에 먼저 한인들을 만나게 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한인 문화는 결국 '한인'에게서 나오는 것이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 사회에서 우리 한인들이 지역 주민들과 조화로운 공동체를 이루면서 지역 문화를 얼마나 풍요롭고 훌륭하게 만들어 나가는지 소개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국왕 방문 때 다양한 궁중 음식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생일을 며칠 앞두고 있던 국왕에게 미역국을 끓여 생일상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에서 명인이 담근 김치와 한국 요리법이 담긴 책자를 국왕에게 선물했는데요. 킹스톤 지역구가 11월 22일을 유럽에서 최초로 김치의 날로 선정했는데, 그것을 축하하는 자리도 가졌습니다. 김치 선물을 받으신 국왕은 본인은 매운 것을 못 먹는데 "김치를 먹으면 머리가 터질까?"라고 농담을 하면서 웃으셨죠.
[기자] '한인'을 강조하고 계신데, 남한과 북한 사람 모두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박옥진]뉴몰든 지역은 남한 분들과 북한 분들이 자연스럽게 섞여서 사는 지역입니다. 물론 남한 지역주민들의 인구는 한 2만 명 정도 되고 북한 주민은 800 명에서 1천 명 정도 되는데요. 사실 유럽에서 북한, 남한 사람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고 상호간에 경계없이, 갈등없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살아가는 그런 지역입니다. 그래서 제가 말씀드리는 '한국 문화' 또는 '한인'은 남한 또는 북한의 문화나 음식이라고 구별해 강조하기 보다는 "남북한이 자연스럽게 섞여있는 문화"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기자] 찰스 3세 국왕이 뉴몰든을 방문한 계기는 무엇이고, 방문 당시 어떤 소감들을 나누셨는지도 궁금합니다.
[박옥진]올해는 영국이 한국과의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해입니다. 그래서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찰스 3세 국왕의 뉴몰든 방문은 한영 수교 140주년 맞아 윤석열 대통령 국빈 방문을 앞두고 영국 왕실에서 영국 내 한인 커뮤니티와 만나 의사소통 기회를 갖고 한영 관계에 관한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려고 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국왕은 뉴몰든 하이스트리트(High Street)에 소재한 감리교회에서 한인 단체장들과 자선단체, 종교인 대표 등을 만났는데요. 그분들이 하시는 활동에 큰 관심을 보이고 개개인에게 질문도 하고 가끔씩 농담도 나누셨어요. 저는 행사를 안내하는 역할이어서 그 자리에 참석한 분들을 국왕에게 소개하면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통역을 드리다보니 아쉽게도 사적인 소감을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기자] 어떤 행사들이 진행됐고, 국왕이 북한과 한국 음식 등을 골고루 경험하는 자리가 되었나요? 당시 상황을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박옥진]찰스 3 세 국왕은 비가 제법 내리는 날씨였음에도 불구하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이들부터 노인들에게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국왕은 감리교회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킹스턴 의회 대표들을 마다하고, 경호원이 제공하는 우산도 받지 않고 곧장 빗속에 서있는 지역 주민들에게 다가가 인사부터 나누었습니다.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감리교회 입구에는 한영 수교 140주년 관련 사진과 자료, 한복이 전시되어 있었는데요. 그 다음날 열릴 전시회 방명록에 국왕이 최초로 사인을 하셨습니다. 한영 문화 교환 단체로부터 생일 선물로 김치 단지와 한국 음식 요리법 책자를 선물 받으셨어요. 감리교회 안에서는 한인 단체장과 한인학교장을 비롯해 시민 단체 대표들과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교회 한편에는 구절판을 비롯해 궁정 전골, 각종 김치, 떡, 배, 수정과 등이 차려졌습니다. 시식을 해 보라는 저의 권유에, 싸가서 버킹엄 궁에서 먹어보겠다 하시더군요. 그리고 한인들로 구성된 '허밍버드 합창단'의 합창과 춤 공연이 있었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부채를 국왕께 선물로 드렸는데 부채를 펼치는 연습을 여러번 해보며 즐거워하셨습니다. 그리고 감리교회 옆에 위치한 빙수와 케익이라는 가게에 가서 젊은 한인들을 만나 한국 음식, 문화, K-Pop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국왕의 뉴몰든 방문, ‘통일 자치구’라는 지역의 의미 강조돼”
[기자] 뉴몰든은 영국에서 남한 사람, 북한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사는 곳이라는 것을 찰스 3세 국왕은 알고 계시던가요? 어떤 반응이셨나요?
[박옥진]뉴몰든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한인들이 사는 곳이라는 것은 모르신 것 같지만, 영국 내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은 사는 곳으로 알고 계신 것 같았습니다. 뉴몰든에는 북한 주민들도 유럽에서 가장 많이 살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이날 국왕이 한인 단체장들과 탈북민들을 만나실 때, 한인들 가운데 특히 북한 주민들에게 관심을 많이 보이셨습니다. 그 분들에게 어떻게 북한을 나올 수 있었는지, 그 여정은 힘들지 않았는지, 이곳에 와서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는지 자세히 질문을 하기도 하셨습니다.

[기자] 영국 왕실 고위 인사가 뉴몰든을 공식 방문한 것은 처음인데, 이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뉴몰든이 앞으로 어떤 역할 더해갈 수 있다고 내다보십니까?
[박옥진]한인들끼리는 자칭 뉴몰든을 '뉴몰동'이라 부릅니다. 한국에서 '신당동', '서초동' 이렇게 부르듯이 '뉴몰동'이라고 부르는데, 이 곳은 한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여있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이번 찰스 3세 국왕이 한인 타운인 뉴몰든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이 지역에 살고 있는 한인들의 위상은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됐다고 봅니다. 뉴몰든에서는 일년내내 한인 문화행사가 열립니다. 5월에는 단오, 가을에는 추석 행사, 새해 행사, 김치 행사, K-Pop 대회 등 많은 문화행사가 열리는데요. 그래서 이 곳 한인들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며 공동체를 형성하고, 서로 다른 문화를 공유하고 나누기를 즐깁니다. 영국 내에서 이런 지역적 특성을 지닌 도시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건, 뉴몰든 지역에서는 남한과 북한 주민들이 상호간에 갈등없이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통일 지구를 형성해 지내는 의미있는 곳입니다. 따라서 이번 국왕 방문을 통해 이 의미를 더 확고히 하고 전 세계에 남북한 통일은 이렇게 이뤄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뉴몰든은 한인 문화의 허브로서 남북한 통일 지역의 핵심 지역으로 그 역할을 더 충실히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말씀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뉴몰든 서남부 킹스턴 지역구의 박옥진 의원과의 대담이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박봉현, 웹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