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수해 시찰, 되레 구호에 방해”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08.07
“김정은 수해 시찰, 되레 구호에 방해”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달 말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 앞서 침수지역을 돌아보고 있다. 2024.7.31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와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최근 북한 북부 지역이 이례적인 홍수 피해를 입은 가운데, 북한 매체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수해 지역을 시찰하며 주민 구출을 지휘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홍수 피해 직후 북한 당국이 취한 조치들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아사히 신문 외교 전문기자[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북부 지역의 홍수 피해에 대해 취한 행동은 통상 국가의 프로토콜(절차)에 따른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먼저 김정은 총비서와 함께 피해 현장에 도착한 구성원은 김덕훈 내각 총리와 조용원 노동당 부위원장 등 늘 똑같은 사람들입니다. 당 정치국 구성원이기에 같이 시찰한다는 게 이유인 것 같은데, 군사시설도, 식량공장도, 재해 현장도 늘 같은 구성이란 말입니다. 하지만 통상 국가라면 그런 시찰의 목적에 따라서 상황을 잘 파악하고 대응책을 수행할 수 있는 적합한 부서의 담당자가 수행할 것 같습니다. 조선중앙TV 영상에서도 수해 피해 주민보다 최고 지도자의 모습이 더욱 부각됐습니다.

 

김 총비서는 고급 승용차에 타고 홍수 상태인 도로를 시찰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는 최고 지도자를 절대 위험한 장소에 보내지 않습니다. 반드시 현지에 먼저 가서 안전을 확인한 담당자가 있었을 것입니다. 홍수 현장에서 무인기(드론)가 여러 대 비행했습니다. 조선중앙TV가 방송한 영상은 피해 상황을 자세히 파악하기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화려한 모습을 강조하기 위한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일부러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보트에 탔지만, 그것도 위험한 장소에 스스로 나서는 용기 있는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연출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도 반드시 미리 안전 확인을 했던 담당자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불필요한 행동이 많아져 구호 활동의 효율이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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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31일 공개한 사진에서는 군인 2명만 구명조끼를 착용했고, 김 총비서와 김덕훈 총리 등 다른 인물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 /연합뉴스

 

저는 앞서 재해 대응을 담당했던 일본 육상 자위대 간부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 간부가 지방 부대에 있을 당시 일본 화산이 폭발해서 육상자위대에 재해 파견 명령이 내려졌을 당시 그는 현장에 가는 것을 자제해야 했다고 합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하면 오히려 구출 활동에 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는 겁니다. 김 총비서의 이번 수해 현장 시찰은 진정 인민을 위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 정부가 수해 복구 지원 의사를 표명했지만, 북한은 이를 사실상 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남측 언론의 인명 피해 추산 보도를 비난하며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발언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김 총비서 명의로 한국에 대해서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로 한국이 북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수해 인명 피해에 대해서 김 총비서는 한국 언론 보도를 비난했지만, 아마 김정은 총비서도 정확한 피해 상황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재산 피해보다 인명 피해를 매우 중요시합니다. 인명 피해 소식은 북한 여론을 악화시키고 최고 지도자의 신뢰를 흔들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북한 지방 간부들은 인명 피해 실태를 최고지도자에게 정확하게 보고하는 것을 초조해할 것입니다.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 담당자가 처벌받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애매한 상황에서도 지금 한국을 강하게 비난했다는 것은 한국이 적이라는 인식을 최고 지도자가 북한 주민들에게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기자> 유엔 국제기구들도 북한의 수해에 대한 즉각적인 공식 보고를 받지 못했고, 사전에 비축된 구호 물자에 대한 사용 요청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내에 비축해 두었던 구호 물자도 처음에 즉각적으로 활용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인데, 피해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도 북한이 이렇게 자력갱생을 고집하는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이 한국의 수해 지원 제안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제사회나 중국과의 협력을 거절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원래 자력갱생을 강조해온 나라였는데요.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제 지원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에 북한이 국제기관이나 여러 나라에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판단을 따르지 않는다는 자세를 명확하게 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1990년대와 현재 북한을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습니다. 북한 외부 세계, 특히 서방 나라들에 대한 경계심이 상당히 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작년 12월에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 10월부터는 앙골라나 르완다, 스페인 등 여러 재외 공간을 폐쇄했습니다.

 

북한은 요즘 러시아, 베트남, 벨라루스 등 특정 권위주의 국가 중심으로 대면 외교를 추진하고 있지만 서방 나라들과의 교류에 큰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과 중국 간의 관계도, 관광객 왕래도 시작하지 않았고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 비자 갱신 문제가 생겨나서 정말 좋은 관계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이번 국제 협력을 거절하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자세의 배경이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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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정은 총비서가 "우리는 재해복구나 인민생활을 위해서 국방을 포기하는 일이 없을 것이며 국방을 위해 인민생활을 덜 관심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엄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북한에서 매년 장마철 홍수는 어느 정도 예견된 문제이지 않습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이번 수해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며, 이에 대한 책임은 김정은 총비서에게 있습니다. 북한은 관개 시설을 건설하고 수량을 조절해 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기반시설은 대규모 자연재해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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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로 침수된 평안북도 신의주시. 2024.7.31/ 연합뉴스

 

이번 수해의 원인이 됐던 압록강에 대해 북한은 허가 없이 물을 이용하고 있다는 중국 측 항의를 받아왔습니다. 북한은 압록강 물을 몰래 이용해 왔으며, 이는 외교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홍수에 대응하지 못한 원인은 국방 분야에 집중적으로 자금을 투입하면서 홍수 대비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홍수 대비에는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던 것은 물론, 중국과의 외교를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는 것 모두 최고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은 주민들에게 지원금을 강요하고 있다고도 하는데, 지금 김 총비서는 자기 책임을 다른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모습입니다.

 

<기자> 최근 독일(즉 도이췰란드)이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하면서 정전협정을 관리하는 유엔사 회원국이 18개국으로 늘어났습니다. 독일이 유엔군 사령부 회원국으로 정식 가입한 것은 향후 한반도 정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 외무성은 6일에 독일을 비난하는 대변인 담화를 발표한 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책임은 독일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보복 조치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영국과 국교를 맺고 있으며, 런던과 평양에 서로의 대사관도 설치하고 있습니다. 독일이 유엔사에 가입했다는 것으로 외교 관계를 단절시키겠다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독일은 요즘 인도태평양 지역에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7월에는 일본 주변 지역에서 항공자위대와 독일, 프랑스, 스페인 공군이 공동 훈련을 했습니다. 독일이 이러한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북한보다 중국과의 관계입니다. 독일은 중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는 자동차 업계 등의 경제인들로부터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으면서도, 유럽 리더로서 중국과 대결 자세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중국에 대해 신중하게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존재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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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기 평택 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유엔사 연병장에서 열린 독일의 유엔군사령부 가입 기념식에서 독일 국기가 미국, 한국, 유엔기와 함께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그 경우에는 유엔사에 가입하는 것이 독일 입장에서는 매우 큰 이익입니다. 유엔사 가입은 유엔군 지위협정 제5조에 따라 일본에 있는 요코스카나 카데나 등 7개의 재일 미국 시설 구역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독일이 유엔사에 가입한 것이 향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활동을 위한 하나의 거점을 만들기 위한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갑자기 크게 증가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박봉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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