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우라늄광산 함몰,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집중
2023.01.27
![[줌인 북한] 우라늄광산 함몰,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집중 [줌인 북한] 우라늄광산 함몰, 하노이 회담 결렬 뒤 집중](https://www.rfa.org/korean/news_indepth/zoominnk-01272023085559.html/@@images/1d948526-401e-426e-8971-018c45bb274e.jpeg)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보는 ‘줌 인 북한’. 정성학 한국 경북대학교 국토위성정보연구소 부소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광산 곳곳에서 갱도가 붕괴되고 지반 함몰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약 2~3년에 걸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지반 함몰의 원인이 자연적인 현상이 아닌, 무리한 우라늄 채굴활동에 따른 인위적 사고인 것으로 판단되는데요. 함몰된 크기와 규모로 보아 갱도 내 붕괴 사고에 따른 인명피해가 적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우라늄정련공장 시설의 확장, 채굴량 증가에 따른 광산 지반의 함몰 등은 북한이 핵물질 생산 증대를 서두르는 정황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 정성학부소장님. 안녕하십니까. RFA가 지난 19일, 황해북도 평산의 우라늄 광산에서 갱도 입구가 붕괴되는 정황을 보도했는데요. 붕괴 현황을 자세히 분석해 보셨다고요?
[정성학] 네.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미국의 민간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Jacob Bogle) 씨를 인용해 평산 우라늄광산에서 갱도 일부가 붕괴된 것으로 보이는 지반 함몰이 포착됐다고 보도(관련 기사)했는데요, 저도 위성사진을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우라늄 광산의 중앙 부근 네 곳에서 100미터 안팎의 길이로 지반의 침하가 일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하 갱도 붕괴에 따른 함몰 사고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최근 함몰이 포착된 세 곳은 2019년에서 2021년 사이에 발생한 것인데요. 2019년 2월에 하노이 미북 회담이 결렬된 이후 북한이 핵무력 강화 정책으로 선회하고, 핵물질 생산 활동에 주력하면서 일어난 광산 사고인 것으로 보입니다.
- 그렇다면 우라늄 광산의 지반 함몰이 최근에 잇달아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나요?
[정성학] 맞습니다. 평산 우라늄 광산의 지반 함몰 경과를 보면, 처음에는 100m가 넘는 길이에 2천280제곱미터(m2)의 면적으로 하나, 그리고 155제곱미터의 크기로 또 하나, 이렇게 두 곳에서 지반 함몰이 있었는데, 2003년 이전에 발생한 것들입니다. 그 후로 10여 년간 함몰 현상이 없다가 2019년 말에 56m 길이, 800제곱미터 면적으로 새로운 지반 침하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2021년 3월에 51m 길이에 757제곱미터 크기로 추가 매몰이 발견되고, 같은 해 7월에는 인접 지역에서 70m 길이에 1천 제곱미터 면적으로 지반 침하 현상이 또 포착됐습니다. 특히 2021년 7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나타난 함몰 지역 세 곳은 삼각형 모양으로 인접해있는데, 아마도 이 일대에서 지하 갱도 내 붕괴 사고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 말씀하신 대로 시기상 2019년 이후로 지반 함몰 현상이 급격히 늘어났는데요. 이것은 인위적인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정성학] 그렇습니다. 위성사진에 나타난 함몰 크기와 형태를 보면, 이것들은 지반이 약해서 일어난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인위적 행위에 따른 매몰로 판단됩니다. 다시 말해, 우라늄 광석 채굴량을 늘리기 위해 적절한 안전조치 없이 무리하게 광산을 개발하다가 함몰이 발생하고, 붕괴 사고도 일어난 것으로 평가됩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2019년부터 2021년 사이에 세 번이나 광산의 지반이 함몰된 것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핵물질 생산 증가를 서두른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 부소장님께서 광산 갱도 내 붕괴 사고도 있었을 거라고 언급하셨는데요. 인명 피해 가능성도 있을까요?
[정성학] 제 판단으로는 함몰된 크기와 규모로 볼 때 갱도 내 붕괴 사고로 적지 않은 인명피해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평산 우라늄 광산 붕괴 사고는 지금까지 외부에 보도된 바 없기 때문에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죠. 지역 주민이나 광산 근로자의 증언에 기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 지난 시간에 우라늄정련공장에서 폐광 침전지와 댐을 추가로 건설하는 정황을 소개하면서 이것 또한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늘리려는 의도로 풀이했는데요. 마지막으로 우라늄광산과 우라늄정련공장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정성학] 우라늄 광산은 마장산에 있습니다. 위성사진에서 확인한 우라늄 광산의 전체 부지는 217헥타아르로 한국 여의도 면적(290헥타아르)의 약 75%에 해당하는데요. 광산 좌측에는 우라늄광석을 채굴하고 남은 검은색의 찌꺼기가 720m 길이로 골짜기에 수북히 쌓여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채굴한 우라늄 광석은 530m 길이의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공장 분쇄장으로 이송되고요. 공장에서 우라늄 광석을 정련 또는 제련해서 우라늄정광(Yellow Cake)을 생산합니다. 이 우라늄 정광이 핵단지로 옮겨져 핵물질로 바뀌게 되는 겁니다.
끝으로 남북한의 우라늄 광산 분포 실태를 간략히 소개하면, 북한에는 평안북도 박천과 황해북도 평산 두 곳에 우라늄 광산이 있는데, 박천광산은 개발이 중단된 상태고, 지금은 평산에서만 우라늄광산을 운영 중입니다. 반면 한국은 우라늄 광산이 없어서 원자력발전소의 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을 100%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한국에도 충청남북도 일원에 우라늄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지만, 환경파괴와 오염 등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개발을 못 하는 실정인데요. 이 점도 북한과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 네. 오늘은 황해북도 평산 우라늄 광산 지반의 함몰 현상과 그 원인에 대해서 살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부소장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부소장: chungsh1024@naver.com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