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북 산림, 7년간 서울 면적 3.8배 증가
2023.06.01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2015년부터 ‘산림복구 10개년 전투’를 진행 중인 가운데 매년 북한 산림이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 항공우주국이 제공하는 위성사진을 통해 2001년부터 2021년 사이 북한 산림면적의 변화를 비교∙분석해 본 결과 2015년까지는 산림면적이 매년 0.8%씩 감소했지만, 북한이 ‘산림복구 10개년 전투’를 시작한 이후부터는 0.8%씩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푸른 산을 만들겠다는 김 총비서의 노력이 일부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산림복원을 위해 당국이 산에 소토지 개간을 금지하면서 주민들이 생계의 어려움을 겪는 데다 여전히 취사와 난방 연료로 나무 땔감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연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산림복구 사업의 성과는 속단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 정성학 연구위원님. ‘북한’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민둥산입니다. 실제로 북한 주민들이 땔감이 없어 산에 있는 나무를 많이 베었기 때문에 산에 나무가 없다는 탈북민들의 증언도 있고요. 그래서 김정은 정권도 산림 복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실제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 산림이 늘고 있다면서요?
[정성학] 북한에서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홍수 피해가 발생하고요. 산사태로 농경지와 살림집이 유실되는 자연재해가 되풀이됩니다. 그 원인은 말씀하신 대로 북한의 민둥산을 꼽을 수 있는데요. 그래서 김정은 북한 총비서는 북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2015년부터 10년간 ‘산림복구 전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사 16도 이상의 비탈 산지 개간을 제한했고요. 전국적으로 산림녹화 운동을 펼쳤는데요. 위성사진으로 중간 점검을 해보니 실제로 지난 7년간 북한 산림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2015년도 신년사에서도 “전당, 전국, 전민이 산림복구 전투를 힘 있게 벌여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고 강조한 것을 기억합니다.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산림복구 운동이 시작됐는데요. 구체적으로 위성사진에서 어떤 변화가 확인됐나요?
[정성학] 일단 위성사진은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이 운영하는 아쿠아(Aqua)와 테라(Terra) 위성에서 촬영한 자료(MODIS)를 활용했습니다. 일단 북한의 토지 이용 현황을 살펴봤는데요. 2021년 기준으로 산림이 국토의 절반에 가까운 46.9%를 차지하고 있고요. 경작지는 27.4%, 초지가 11.7%, 관목지가 10.4% 순으로 파악됐습니다. 좀 더 자세히 분석해 보면 북한의 토지이용 자료에서 지난 21년간(2001년~2021년) 산림지역의 변화를 살펴보면, 산림면적이 2001년 이후 계속 감소하다가 2015년을 기점으로 반등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에 시작된 산림복구 10개년 전투가 나름 성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 지금 저도 그래프를 보고 있는데요. 북한의 산림면적이 2001년 이후 내려가다가 2015년부터 다시 올라가고 있네요.
[정성학] 그렇습니다. 북한 산림이 2001년부터 매년 0.8%씩 감소하다가 2015년을 기점으로 다시 0.8%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지난 7년 동안 북한 산림이 매일 축구장 125개 크기만큼 늘어난 겁니다. 좀 더 정확한 수치로는 산림면적이 558만 헥타르에서 580만 헥타르로 약 22만 7천 헥타르가 늘어났는데요. 이는 서울시 면적의 3.8배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 북한에서는 식량난 때문에 많은 북한 주민이 산에 토지를 일구지 않습니까. 북한 당국이 산림보호를 이유로 소토지 개간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는데요. 실제 산에 나무를 심어 산림을 복구한 모습도 확인할 수 있나요?
[정성학] 있습니다. 어린 나무를 심으면 이 나무가 자라 울창한 숲과 산림지대를 형성하는데요. 위성사진을 분석해 보면 그런 곳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한 예로 2015년에 평양시 샛마을 인근에 나무 한 그루 없이 흙바닥이 드러난 벌거숭이 산이 있었는데, 2019년 위성사진에서는 산비탈에 나무를 심어 푸른 숲을 조성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2013년 당시 개성시 춘재리 마을 인근에 있는 야산에도 황폐한 비탈면이 있었는데, 2020년 위성사진에는 가지런히 심은 나무가 푸르게 자라고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기준이 산림복구 전투를 시작한 2015년이라는 것도 눈에 띕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지난 7년간 묘목을 심어 산림이 늘어난 면적은 약 80만 헥타르 정도인데, 매년 11만 4천 헥타르씩 나무를 심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북한의 산림복구 10개년 전투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나요?
[정성학] 위성사진과 여러 자료를 종합해 평가하면 황폐한 산림을 복구하고, 산을 푸르게 하려는 김정은 정권의 노력이 일정 부분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지금도 북한에서는 취사와 난방을 나무 땔감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섣부른 판단은 금물인 것 같습니다. 나무 대신 취사와 난방에 이용하는 대체 연료, 즉 석탄이나 연탄 등을 대량 생산해서 공급하거나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것도 시급합니다. 또 한국이 6.25 한국전쟁 이후 잿더미에서 산림녹화를 이룬 훌륭한 본보기가 되고 있는데요. 북한이 한국과 교류를 통해 산림녹화를 이룬 경험과 기술, 정책 등을 전수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동안 많은 탈북민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당장 취사나 난방에 나무를 때지 않도록 하는 것이 산림녹화를 위한 최우선 과제인듯 한데요. 북한의 강압적인 산림정책에 따른 부작용도 있지 않습니까?
[정성학] 북한의 산림정책은 엄격한 단속과 함께 강제적으로 추진되는 면이 없지 않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이나 한국의 연합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앞서 언급하셨지만, 예를 들어 산비탈 개간이나 경작을 금지하는 조치가 있는데, 이는 산에 소토지를 일궈 먹고살던 북한 주민의 생활에 큰 어려움을 주고요. 땔감 채취나 매매를 금지하는 것은 주민들의 취사나 난방에 있어 큰 애로사항입니다. 또 산지 보호를 이유로 공동묘지를 철거하거나 매장 문화를 폐지하고, 화장을 종용하는 정책도 주민들의 큰 불만을 사고 있습니다. 산림을 해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주는 북한 당국의 노력이 선행돼야 하는데, 무조건 금지하고 단속만 앞세우는 산림복구 정책이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 네. 오늘은 북한의 산림복구 10개년 전투에 대한 중간평가를 해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