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북한] 사라지는 비행장 활주로… 드론 대체 가능성
2023.12.26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사진으로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위성사진을 통해 북한의 변화를 살펴보고, 정치·경제·사회의 의미를 분석해 보는 ‘줌 인 북한’. 한국 한반도 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합니다. 진행에 노정민 기자입니다.]
북한에서 비행장과 활주로가 계속 사라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이용하는 강원도 원산, 자강도 묘향산, 평양시 룡성, 황해남도 신천 비행장 등 4곳은 이미 승마장으로 바뀌었거나 다른 용도를 위한 건설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함경남도 연포 비행장, 함경북도 경성 비행장, 평양시 강동 비행장 등 군용비행장은 남새 온실농장으로 탈바꿈했으며,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은 이미 코로나 검역소로 활용 중입니다. 또 금강 비행장은 활주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방치돼 있습니다.
이처럼 비행장과 활주로가 사라지는 이유로 북한 공군 자산과 전투력의 낙후가 꼽히는 가운데 앞으로 무인기를 이용한 대남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군사 전문가들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 전용 활주로는 ‘승마장’으로
- 정성학 연구위원님.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시절과 김정은 북한 총비서 집권 초기 북한에서 비행장 활주로 건설 공사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 비행장과 활주로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면서요?
[정성학] 미국 상업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에서 9곳의 활주로와 비행장 시설이 철거되고, 오랫동안 방치되거나 폐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에는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 4곳, 군용 비행장 4곳, 그리고 민간 비행장 1곳인데요.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은 승마장으로 바뀌었고, 군용비행장은 남새 온실농장으로 탈바꿈했습니다. 또 활용도가 없는 민간 비행장은 그대로 방치돼 거의 폐기 상태인데요. 한때 김 총비서의 전용 활주로가 잇따라 새로 만들어지고, 공군 전투력을 강화했던 과거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 북한의 여러 비행장이 각각 승마장과 온실농장 등으로 바뀌거나 거의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방치됐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좀 더 구체적으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부터 살펴볼까요?
[정성학] 네. 현재까지 용도가 변경된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은 4곳입니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원산시 송도원에 있는 1호 비행장이 있는데요. 지난 2019년 여름에 이곳이 철거되고 불과 3~4개월 만에 승마장이 들어섰습니다. 이 승마장은 두 개의 트랙으로 구성됐고, 33개의 조명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야간 승마도 가능합니다. 또 황해남도 신천에 있는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도 승마장으로 바뀌었는데요. 2017년과 2019년 위성사진을 비교해 보면 김 총비서의 전용 활주로가 사라지고 약 1.3km 길이의 승마장 트랙이 새로 조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 총비서의 승마 사랑에 발맞춰 비행장 시설을 철거한 자리에 승마장을 지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 4월 16일에 촬영된 위성사진에 따르면 평양시 대성구역 림흥동에 있는 용성 1호 비행장도 철거 중인데요. 비행장 시설을 철거하면서 한쪽에서는 건물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것을 볼 수 있고요. 자강도 향산군에 있던 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도 이미 철거돼 넓은 부지만 남아 있는데, 원산 1호 비행장의 사례를 비추어볼 때 이곳에도 승마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군용비행장은 남새 온실농장으로
- 김정은 총비서의 전용 비행장 4곳을 철거한 정황 외에 군용비행장이 새로운 용도로 바뀐 곳도 있지 않습니까? 어떤 곳입니까?
[정성학] 김정은 총비서 집권 이후 사라진 군용비행장도 4곳입니다. 함경남도 연포 비행장과 함경북도 경성 비행장, 평양시 강동 비행장은 남새 온실농장으로 바뀌었고요. 평안북도 의주비행장은 잘 아시다시피 코로나 대유행 당시 검역소로 활용됐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리에 있는 군용비행장은 과거 KN 계열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던 장소였는데요. 공군 비행장 시설 전체를 철거하고, 2022년 10월 10일, 약 277헥타르(약 84만 평) 넓이로 세계 최대 규모의 남새 온실농장이 건설됐습니다. 또 함경북도 경성군에 있던 군용비행장도 사라지고 온실농장이 들어섰는데요. 이곳의 공군시설이 모두 철거된 이후 약 200헥타르(약 60만 평) 부지에 토양재배와 수경재배를 할 수 있는 남새 온실 수백 동이 2019년 12월 준공됐습니다.
또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서 보도했지만, 평양시 강동군에 조성 중인 강동 온실농장도 기존 군용비행장을 철거하고 짓는 것이거든요. 2023년 12월 기준으로 공사가 90%가량 진행된 것으로 판단됩니다. 마지막으로 평안북도 신의주시 고성동에 있는 의주비행장은 코로나 대유행 당시 용도가 변경돼 코로나 검역소로 활용되고 있는데, 지금도 압록강 철교를 통해 열차 편으로 중국 단둥에서 유입되는 화물을 의주비행장에 하역하고, 방역과 격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2년 1월 북중 열차 운행이 재개되면서 의주 비행장으로 화물이 지속해서 드나들고 있는데,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도 화물의 수량과 위치가 조금씩 바뀌는 것이 계속 포착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민간 비행장 한 곳도 용도가 폐기된 채 방치돼 있다고요?
[정성학] 네. 강원도 금강군 단풍리에 있는 금강 비행장인데요. 활주로의 폭은 60m, 길이는 990m였습니다. 그런데 2023년 6월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활주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방치돼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 금강 비행장은 내륙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데요. 오랜 기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됐고, 코로나 대유행의 여파로 이용객이 없다 보니 수년간 방치되면서 지금은 폐허나 다름없이 버려진 것으로 풀이됩니다.
“공군 전투력의 차선책으로 드론 개발 주력할 것”
- 지금까지 용도가 변경됐거나 방치돼 있는 9곳의 비행장 시설과 활주로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북한에서 이렇게 비행장이 사라지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정성학] 직접 군사 전문가의 견해를 들어봤는데요. 전문가 분석에 따르면 북한 공군의 전투 자산이 낙후했고, 전술과 전략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비행장 시설을 철거하거나 용도를 변경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예로 과거 위성사진에서 북한 공군 활주로에 옥수수를 널어 말리는 모습이 여러 번 포착됐는가 하면, 겨울철 눈 덮인 활주로를 전혀 치우지 않아 그만큼 정비가 안 된 북한 공군 전투력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었는데요. 실제로 북한이 “한국 공군의 자산과 전투력에서 비교가 안 될 뿐 아니라 경쟁력에서도 절대적 열세를 인정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 그렇다면 북한이 공군 전투력을 대신할 차선책으로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정성학] 군사 전문가들에 따르면 북한이 열등한 공군 전투력의 대비책으로 핵과 미사일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는 한편, 앞으로 드론, 즉 무인 정찰기나 무인 공격기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핵미사일과 함께 무인기 기술 개발에 주력할 수 있다는 분석이고요. 드론을 이용한 대남 도발 가능성이 점점 커질 것으로 우려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요구됩니다. 또 북한 공군 비행장과 활주로의 변화에 대해서도 계속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네. 오늘은 북한에서 계속 사라지고 있는 비행장과 활주로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줌 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위성사진 전문가 정성학 연구위원과 함께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
정성학 연구위원: chungsh1024@naver.com
에디터 박봉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