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삽시다] 날마다 설날이면 나는 좋겠네

0:00 / 0:00

MC:

안녕하세요. 건강하게삽시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2009년 한 해가 저물고, 힘찬 2010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면 보통 사람들이 새로운 소망을 기원합니다. 건강하게 해주십시오. 돈을 많이 벌게 해주십시오. 아들 딸이 잘되게 해주십시오. 여러분은 어떤 소망을 갖고 계시는지요?

건강하게 삽시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는 동의사 강유 선생님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강:

네 안녕하세요.

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강:

네 감사합니다.

이:

남한 생활이 5년이 됐는 데 정초면 바쁘십니까?

강:

설날 전부터 손전화로 인사도 많이 오고 요즘 문자가 하루 150건씩 들어옵니다. 그러면 제가 답을 다 해 드리고 그럽니다.

이:

새해 첫 방송은 선생님의 고향 이야기로 꾸며볼 텐데 오늘 제목 날마다 설날이면 좋겠네는 무슨 얘긴지요?

강:

김일성 주석과 함께 소년궁전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어린이의 순진한 마음을 부른 노랜데 주민들 사이에 퍼져서 북한에서 부르던 노래입니다. 그때 그 시설 부르던 노래가 생각이 나서 제목을 뽑아 봤습니다.

이:

선생님 가족은 7남매라고요?


강:

나는 7남매의 맏아들로 태나서 참으로 고생도 많이 했지만 그 고생 속에서 자수성가하여 동생들 모두를 내 손으로 장가보내고 부모님을 평생 모시고 살았습니다. 아마도 이런 생활환경이 나로 하여금 환자를 대함에 있어서 정성을 다하게 하는 인간미를 키워줬다고 생각합니다.

새해를 맞으면서 가족과 함께 날마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마다 성공하시며 복 많이 받기를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도 그러겠지만 나는 설이 오면 참으로 좋았습니다. 부모님을 모시고 모든 형제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고 그리고 흔치않게 만드는 음식이지만 이웃들과 나누어 먹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인 것만큼 서로서로 배려하고 베풀면서 사는 삶이 참된 삶이라 나는 생각합니다. 내가 살던 홍원은 북한의 명품인 명태와 털게 고장이지요. 흉작을 모르는 농경지와 과일이 탐스럽게 열리는 살기 좋은 곳이랍니다. 그래서 제대하는 군관이나 평양서 지방으로 이전하는 사람들은 모두 홍원으로 오려고 하지요. 나는 여기서 26년을 인간생명의 기사인 보건 일군으로 일해 왔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북한의 의료 일군은 북한주민의 봉사자입니다. 명절날에도 환자를 위해 봉사해야 하고 낮과 밤이 따로 없이 환자가 부르면 왕진을 가야 하며 환자에게 자기의 피는 물론 피부와 골수와 장기까지도 무료로 기증하는 것이 북한의 의료 일군들입니다. 이런 일군들이기에 그만큼 북한 주민들도 사랑해주고 아껴주고 내세워 준다고 생각합니다.

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강:

1980년 초 어느 설날이었습니다. 내 고향 홍원에서는 이때쯤이면 명태잡이로 시끌법적 거립니다. 북한 정무원과 중앙당에서는 직접 명태잡이 현장에 나와서 생산을 지휘하였습니다. 상부에서는 고기 잡는 어부들을 위하여 현장에 치료 대를 파견하였는데 뜨랄선 한 척에 의료 일군이 한 명씩 승선하여 출항해서 귀항할 때까지 어부들의 건강을 돌봐 주게 합니다. 나도 여기에 소속되어 바다로 출항했습니다. 그날이 바로 설날이었습니다.

나서 처음으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나의 마음은 흥분으로 설렜습니다. 어딜 보나 푸른 바다여서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어장에 수십 척의 명태 잡는 배들이 모인 밤이면 하나의 해상 도시를 방불하게 하였습니다. 뜨랄 그물을 바다에 던지고 그걸 끌 때면 배의 진동에 의하여 속이 메슥거리고 기분이 별스레 언짢았습니다. 그때면 갑판에 나와서 비린내 풍기는 바닷바람을 마시면 머리가 어지간히 맑아지지요. 때로는 선장실에 가서 어군 탐지기로 바다 밑을 들여다보면 고기떼가 그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습니다.

이렇게 몇 시간 그물을 끌다가 수십 미터 되는 그물에 명태가 가득 차면 그 그물이 명태 떼에 의하여 바다 위로 펑~하고 떠오릅니다. 이때면 수많은 갈매기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바다를 뒤덮고 소리를 지르면서 고기떼로 내리 꼰지고 다시 솟구치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이런 장관 속에 아침 해가 푸른 물속에서 불끈 솟아나는 모습은 사람의 마음을 환희에 젖게 하지요.

잡은 물고기를 퍼 올리는 갑판은 전투장을 방불케 합니다. 선장의 고함과 기중기의 호르래기 소리 어부들의 익숙하고 조화로운 작업 동작들, 그리고 어창에 쏟아지면서 펄떡거리는 고기떼를 보노라면 자기도 모를 흥분에 휩싸이게 됩니다. 물고기가 어창에 다 찰 때까지 선장의 고함은 한시도 멎지 않고 울립니다. 물고기를 제때에 퍼 올리지 못하고 물고기 떼가 죽으면 바다로 가라앉게 되는데 그러면 배도 옆으로 기울어 침몰할 수 있기 때문에 방법 없이 수십 톤이나 되는 물고기를 그물 채로 버려야 배를 살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날은 한 그물에 백 톤이 넘는 명태가 들어서 어창이 차고 넘쳤는데도 그물에 적지 않은 물고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남는 물고기는 바다에 버려야 하는데 선장은 선미 쪽에 고기가 가득 담긴 그물을 동여매라고 지시하고는 서서히 귀항하였습니다. 배 갑판으로는 바닷물이 찰랑대면서 배가 금시 바다에 묻힐 것처럼 위험했습니다. 이날의 바다는 호수처럼 잔잔하였습니다.

바다가 처음인 내가 보기에도 천만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배에 있는 사람들은 선미에 서서 묵묵히 담배만 피울 뿐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배에서는 선장이 왕이고 독재자였습니다. 선장의 말이면 그냥 복종하는 것이 바다의 예의고 법칙이었습니다. 몇 시간 동안 이런 침묵 속에서 배의 엔진 소리만 귀청이 멍멍하게 울리다가 드디어 배가 부두에 닿았습니다.

부두에서는 만선 했다고 사업소의 악대가 나와서 부두가 들썩하게 환영 곡을 불렀습니다. 지배인도 나오고 당 간부들도 나왔는데 지배인은 배를 보자마자 물이 출렁거리는 배우로 성큼 뛰어 올라와서 선장을 잡아먹을 뜻이 노려보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습니다. (야, 너 정신 있어, 뱃사람이 네 사람이야, 배가 네 배야, 이 배가 사고 나면 어떻게 책임질 거야?) 지배인이 선장에게 소리 질러 대는 데 선장은 거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기를 하선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일이 처음인지라 선장이 지배인한테 봉변을 당할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배인을 지켜보았는데 지배인의 욕 속에는 가시가 없음을 느끼었습니다.

선장은 욕먹은 티도 없이 오늘은 설이니깐 고기를 하선하는 시간에 선원들을 집으로 보내면서 배에 있는 선물을 한 꾸러미씩 나눠주게 특무장에게 지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배에는 선장과 특무장 그리고 갑판장과 나까지 대여섯 명만 남고 10여 명은 가족에게 갔습니다. 나서 처음으로 배에서 그리고 어부들과 설을 보낸다는 것이 어찌 보면 참으로 신기하기도 하고 흥겹기도 하였습니다.

나는 술은 잘 마실 줄 몰라서 조금씩 마시는데도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되였고 선장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은 사발에 담아서 꿀꺽꿀꺽 잘도 마셨습니다. 주흥이 올라서 목소리도 커가고 있는데 지배인이 사업소 간부들을 대동하고 여러 가지 술과 안주들을 가지고 나타났습니다. 아마도 선장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어 온 걸로 나는 생각했습니다. (역시 우리 수산사업소에는 네가 최고야. 올해 어로전투만 잘하면 영웅메달은 떼놓은 당상이지 허허허) 지배인은 취흥에도 만족하여 선장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은 홍원에서 나서 홍원에서 자랐고 바다에서 30년을 배를 타고 고기잡이를 하다가 한 사람은 지배인이 되고 한 사람은 선장이 된 막연한 사이였습니다. 이제는 어지간히 취기가 올라서 이야기 장단에다 노래까지 부르면서 춤을 췄습니다. (날마다 설날이면 나는 좋겠네...날마다 술 날이면 나는 좋겠네) 하하하!!! 설날이 되었다가는 술 날이 되었다 이렇게 이 구절만 반복하면서 지배인도 선장도 그리고 거기에 참여한 모든 사람이 곱새 춤을 추었습니다.

이 노래는 북한의 어린이들이 설날이면 평양소년궁전에서 김일성주석을 모시고 부르던 노래로서 북한 어린이들이 날마다 설날이면 김일성주석을 모시고 노래할 수 있어 좋겠다는 뜻으로 부르던 노래였습니다. 그런데 바닷사람들은 그들대로 날마다 술 날이면 온갖 시름 잊고 흥겹게 놀 수 있음을 가식 없이 표현하여 부른 것으로 생각합니다. (날마다 설날이면 나는 좋겠네, 날마다 술 날이면 나는 좋겠네.)

이 말 속에도 인간의 소박한 소원이 담겨 있었음을 지금도 가끔 느끼곤 합니다. 그해는 2월까지 바다에서 어부들과 보냈습니다. 육지에서는 느낄 수 없던 바다생활을 체험해보면서 바다 사람들의 독특한 우의와 집결력을 보게 되었습니다. 설이면 따뜻한 마음을 담은 연하장을 친구들과 동료에게 그리고 나의 정성에 의하여 병을 털고 새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보내던 일이며, 소박한 음식이라도 나눠 먹던 그 시절이~ 복 많이 받으라고 친구들과 어울려 설 인사를 다니던 그런 설이 그립습니다. 꿈같은 그 시절이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겠지요.

어려운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는 북녘에 계신 여러분께서 이 한해에도 건강한 몸으로 행운에 임하시길 간절하게 기대합니다. 날마다 설날이면 나는 좋겠네, 그런 날이 꼭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

이:

건강하게삽시다. 오늘 순서를 마칩니다. 여러분 건강한 한 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