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남북통일 되도 합계출산율 오를까?
2024.03.29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남북 통일시 미칠 출산율 변화 상황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요즘 남한은 인구감소로 인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북통일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어 왔는데요. 실제로 어떤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이러한 논리는 소득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을 따르고 있다면 어느 정도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저소득 국가는 인구변천 초기 단계에 머무르면서 높은 출산율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도 소득 수준이 낮은 저개발 국가인 만큼, 고령화 문제가 아직은 심각하지 않다고 착각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인구구조가 저소득 국가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에서 많이 벗어나 있습니다. 북한도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하였고, 2033년에는 이른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제가 이와 관련해 통일연구원에서 나온 논문을 가지고 최근에 북한의 인구 상황에 대해 다룬 적이 있습니다. 실제 북한이 다른 저소득 국가들에 비해 고령화 및 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북한 인구가 통합된다고 해도 인구 감소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아이 수)은 2023년에 0.88명으로 나타났습니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여성 한명이 2명은 낳아야 하는데, 한 명도 안된다는 겁니다. 인구가 감소하면 일할 사람이 적어지고, 대신 사람이 오래 살게 되면서 사회는 고령화가 됩니다. 때문에 줄어드는 인구만큼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는 게 급선무로 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으로 노동력을 대체하고, 일할 수 있는 연한(정년)을 연장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고요. 또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의 값싼 노동력이 모자라는 남북한의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하지만, 인구가 줄어들기는 북한도 마찬가집니다. 이미 북한도 인구 고령화가 많이 진행되어서 2003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중이 전체 인구의 7.2%를 차지해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남한은 2000년에 이미 65세 이상의 인구가 7.2%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남한의 차이가 3년에 불과합니다. 또한 고령사회로의 진입 또한 북한은 2033년으로 예상이 됩니다. 이때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할 비중이 14.5% 정도가 될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남한보다 15년 정도 늦은 것에 불과합니다. 참고로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의 합계출산율은 4.5명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출산율은 어떤가요?
정 연구위원: 유엔 인구기금(UNFPA)의 2022년 세계 인구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9명에 불과합니다. 이것은 전 세계의 합산 출산율인 2.4명에 못 미치고 인구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최소 합계출산율인 2.1명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특히 최빈곤국의 출산율이 3.8명인 것을 고려하면 북한의 출산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앞서 말씀하신 합계출산율이라는 것 여성이 가임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요. 그렇다면 남북한 모두 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 우려스럽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특히, 통일 이후 인구의 이동과 이를 통해 초래되는 효과를 감안하면 더욱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동서독의 통일 사례를 보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통일동독으로 이루어져가는 과정에서 100만명이 넘는 동독인이 서독으로 대량 이주하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와 함께 출산율 변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이는 인구 변수에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즉, 1990년 통일 당시 동독의 합계출산율은 1.52명이었지만 통일 직후 합계출산율은 절반 수준인 0.77명까지 떨어졌습니다.
기자: 그러면 동부독일과 서부독일이 통일하는 과정에 동독 사람들이 서독으로 대량 이주했는데, 그 가운데는 여성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이런 여성의 대량이주가 합계출산율 감소에 어떤 영향을 미쳤습니까?
정 연구위원: 통일의 경우 젊은 여성에 주목을 해봐야 하는데요.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동독이 서독으로 흡수 통일되는 과정에서 동독지역의 많은 젊은 여성들이 서독으로 일자리를 찾아 이동하였습니다. 그들은 변화된 체제에 적응하기 위하여 출산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동독의 합계출산율이 1990년 수준인 1.4명까지 회복하는 데는 통일 후 무려 18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2014년이 되어서야 동독 합계출산율이 1.52명이 되어 24년 만에 통일 당시의 동독 출산율로 회복되었습니다. 따라서 통일 이후 동서독 지역의 합계출산율이 일치했던 해는 2019년입니다. 즉 통일이 되고 29년 만에 동서독의 합계출산율이 같게 되었습니다.
기자: 아무래도 새로운 사회에 적응하자면 많이 배워야 하고, 그 사회에 걸맞는 수입을 벌자면 열심히 일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여기에 치우치다보면 출산을 꺼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공산주의 체제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된 동유럽 공산권 국가들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났던 현상이 아니었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예를 들면, 체코의 합계출산율은 1989년 1.87명에서 2000년 1.15명으로 떨어졌으며, 슬로바키아는 2.07명에서 1.3명으로, 에스토니아는 2.22명에서 1.36명으로 각각 하락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체제의 변화는 단기적으로는 합계출산율 급락 현상을 보였고, 이는 국민이 새로운 체제에서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한 사회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기자: 남북도 통일이 되어 북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남한으로 올 수 있는 데요. 이런 가운데 많은 젊은 여성들이 일자리를 찾아 남한으로 올 수 있는 가능성도 높지요. 동서독 통일과정을 보면요. 그렇게 되면 북한의 합계출산율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겠네요?
정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이것은 체제경쟁에서 우위에 있었던 서독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을 수 없듯이 남북한 통일 이후 남북한에 많은 인구 이동이 예상되고 특히 경제가 어려운 북한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일자리를 찾아서, 그리고 복지 혜택을 누리기 위해 남한으로 이동할 것입니다. 따라서 통일된 독일이 29년이 지나서야 동서독의 합계출산율이 일치됐던 것과 같이 남북이 통일이 되더라도 남북한 합계출산율이 일치되기까지는 30년 이상 더 넘게 걸릴 수도 있습니다.
기자: 인구숫자가 많은 것도 강대국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인데, 남북이 인구 숫자를 늘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