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휴대전화로 본 북한 명품 소비 심리
2024.04.12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된 북한에서 나타나는 베블렌효과(명품소비욕구)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북한에 휴대전화가 널리 보급되어 삶의 많은 부분을 변화시켰습니다. 어떤 부분을 주목해 볼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에 시장화가 진전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북한에서도 베블렌 효과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자: (웃음)베블렌 효과는 무엇입니까? 처음 듣는 북한 청취자 분들을 위해서 소개를 바랍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베블렌 효과’는 미국의 사회학자이자 사회평론가인 베블렌이 1899년 출간한 저서 <유한계급론>에서 “상류계급의 두드러진 소비는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하여 자각 없이 행해진다.”는 말에서 유래되었는데요. 즉, 가격이 오르는데도 특정 계층의 허영심 또는 과시욕으로 인해 수요가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현상을 가리킵니다. 이는 주로 명품과 같은 사치품 시장에 존재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사실 북한에서 ‘의식주“는 여전히 극복하기 힘든 문제인데요. 즉 과시 소비를 위한 계층이 싹트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북한에서 왜 휴대전화가 과시 소비의 전형으로 되었는지 의문이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사실, 경제활동 가능 인구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2명 중 1명꼴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조사를 해 보면, 휴대전화의 가격은 북한에서 최소 1대에 150달러에서 700달러가 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나 게임 등 컨텐츠 구입을 위해서도 건당 1달러에 가까운 지출을 하는 사례도 생겼습니다. 이는 북한 주민 1인당 연간 실질 소득이 약 1,300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굉장히 과도한 소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의 기기 및 관련 부대비용은 상당히 고가이지요. 따라서 이와 관련된 소비가 자제되어야 하지만, 북한의 고급 휴대전화는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기자: 북한 주민들이 직장에 나가서 받는 한달 월급도 고작 5천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즉 달러로 환산하면1달러도 못 받는데, 스마트 폰으로 게임 하나 내리 적재 받는 데 1달러를 쓴다고 하면 과소비가 아닌가요? 그것이 생계를 위해 꼭 필요한 것 아닌것 같은데요.
정은이 연구위원: 물론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목적을 조사해 보면, 초기에는 주로 ‘장사’ 등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장사를 위한 필수품이니까요. 그러나 휴대전화기를 바꾸는 동기를 더 심층적으로 조사해 보면, 고장이나 분실, 또는 기능 향상을 위해 휴대전화를 바꾸는 것보다는 전혀 성능상 문제가 없음에도 과시용으로 최신 폰을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였으며, 이러한 과시적 소비 경향은 특히 젊은 층과 남성에게서 두드러졌습니다.
기자: 예를 들어 어떤 사례를 들 수 있습니까?
정 연구위원: 예를 들어 북한에서는 부인들이 장사 등을 통해 경제적 영역을 보유하는 가계가 적지 않은데요. 부인들은 남편들에게 비싼 휴대전화를 사주는 데 이는 장사가 아닌 남편의 사회적 체면을 위해서라고 답한 비중이 매우 높았습니다. 처음에는 휴대전화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장만되었는 데 나중에는 고가의 스마트 폰이 보급되면서 신분 과시용의 재화로 변질된 것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일부 상류층을 중심으로 시작되다가 이제는 일반 주민들에게로 확대되어 나가는 이른바 ‘속물효과’로도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기자: 네? 속물 효과라면 어떤 의미인지 설명 바랍니다.
정 연구위원: 속물 효과라는 것은 일명 스놉(Snob)효과라고도 부르는데,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차이를 두려고 비싼 물건이라도 구매해서 쓰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와 비슷한 말로 ‘백로 효과’라는 말도 있는데, 어떤 사람이 잘난 척하면서 일부러 비싼 상품을 구매해 쓰는데, 그 상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면 희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차별화를 위해 또 다른 고가의 상품을 구매하려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자: 사람마다 각자 자신의 경제적 환경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게 실리적인데, 북한에서는 자신이 과소비를 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과소비를 부추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네요?
정 연구위원: 네, 고가의 소비가 제한적인 북한 사회에서 스마트폰은 그 자체가 ‘신분’과 ‘권력’의 상징이 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북한에서도 부유층과 권력층들은 과시용으로 고가의 휴대전화를 사용합니다. 이에 비해 일반 주민들 입장에서도 고가의 스마트폰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소비문화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실제 일상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나요?
정연구위원: 북한이탈주민들을 조사해보면 고가의 휴대전화가 크게 필요 없음에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구입하였습니다. 즉, 전화가 있어야 책도 보고 사진도 찍고, 통화도 하고, 연애도 하고, 앱도 깔 수 있고, 그래서 폰이 없으면 없는 사람은 가난한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솔직히 인터넷이 안되니 스마트폰 휴대전화를 꺼낼 일이 뭐가 있겠어요? 게임하는 것뿐인데도 없으면 창피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친구들과 만나 이야기 할 때도 “나 어플 깔았어, 이거 보았어?”라고 보여준다고 합니다. 이것을 통해서 새로운 트렌드가 북한에서도 싹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이러한 변화가 북한에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을까요?
정연구위원: 과소비는 의식주를 해결한 사람들 사이에서 오락거리로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심한 북한 사회에서 부유층의 과시적 소비는 일반 주민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배블런 효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정보와 오락 매체에 접근하고자 하는 인민의 욕구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북한 내부에서 정보화 기기와 판매시장이 확산이 되고 있습니다. 즉, 스마트폰과 정보기술교류소 이용료가 높아 중산층 이상이 소비해야 되지만, 북한 주민들 눈에는 이런 것을 소비해야만 부유층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보니 경제적 여건이 안되더라도 자기 과시적 소비를 통하여 신분 상승이 되었다는 착시효과를 거두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빈곤층 가운데서 스마트폰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네 그렇군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고요.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