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 농촌기술혁명 ‘4대과제’ 어디까지?

평양 남사협동농장에서 농민들이 이앙기를 이용해 벼를 심고 있다.
평양 남사협동농장에서 농민들이 이앙기를 이용해 벼를 심고 있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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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농촌기술혁명의 4대 과제의 현실태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안녕하세요.

기자:올해는 북한이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제시한 5개년 계획 수행의 네번째 해입니다. 특히 올해를 주요 돌파구를 여는 해로 정하고 특히 농사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북한은 2021년 1월 개최된 8차 당대회에서 인민들의 식량 문제, 먹는 문제를 결정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농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제8기 제7차 전원회의에서는 알곡생산목표점령을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 고지의 첫 번째 고지로 내세웠습니다. 북한 노동당 전원회의 제8기 제1차에서 9차에 이르기까지 농업 부문을 강조하였으며, 이 전원회의를 계기로 농업부분을 사회주의경제건설의 2대 분야 중 하나로 명명하였습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그만큼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새롭게 제시한 5개년 계획의 실행에 농업 부문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고요. 이번에 개최된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했는데, 그런 측면에서도 농업부분은 더 강조될 것 같습니다.

기자: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지난해 가을 대풍작을 거두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는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지난 10월 노동신문에서도 "풍요한 가을이 다시금 새겨주는 진리" "온 나라 방방곡곡에서 풍요한 농사작황이 마련됐다는 소식들이 끊임없이 전해지고 있다."고 실제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난해 큰 자연재해가 없었던 점을 고려해 보면 작황이 예년에 비해 크게 나빴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지난해 국경지역을 다녀보면, 외관적으로 농작물이 잘 자라고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다른 12개 고지 중 유일하게 무난히 계획을 수행했다라고 할 수 있는 부문입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주장하듯이 수리화, 화학화, 기계화, 전기화의 측면에서 평가해 보면 전망이 밝은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북한은 알곡 생산증대를 위해 김일성 시대부터 농촌기술혁명 4대과제인 수리화, 기계화, 전기화, 화학화를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정 연구위원:네. 전기화, 수리과, 화학화, 기계화라는 것은 북한의 농촌기술혁명 목표인 '4대과제'인데요. 말그대로 기계화는 인력에 의존하지 않고 농사에 기계를 도입하는 것이고, 화학화는 화학비료의 의존도를 높이는 것이고, 수리화는 홍수와 가뭄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관개 체계를 확립하는 일입니다. 또한 전기화는 전력체계가 갖추어진 상황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80년대에 이미 이러한 체계가 확립되었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선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농장들은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집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에는 무역 봉쇄로 인해 중요한 농기계나 부품들이 들어오지 못한 부분들이 있어서 그나마 있던 농기계 관련 공장들의 운영이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북한의 농촌기술혁명의 4대 과제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계속 강조됐던 것인데요. 그런데 지금도 강조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진전이 없다고 볼 수있는데요. 왜냐면 전기화라고 말씀하셨는데, 현재 전기는 평양시에도 공급이 어려운 상황인데, 농촌에까지 전기를 충족시켰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기계화 수준은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 북한은 코로나 기간 농업 부문에서 성과가 두드러졌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계화에 따른 결과라기 보다는 과도한 인력에 의존한 성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즉, 더 집단 동원체제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농장이 갔다는 것이지요. 사실 김정은 시대 들어 포전담당제가 실시되면서 작업반 및 개별 농가의 권한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협동농장이 운영된 측면이 있습니다. 사실 그렇지만, 코로나시기에는 농업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코로나 방역 등을 빌미로 포전담당제가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집단 동원체계가 더 강화되는 방향으로 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지역 차이도 존재할 것입니다. 실제로 보면, 북한이탈주민 면담 조사에 의하면, 국가에 수매해야 할 계획량이 오히려 코로나 시기 일부 더 증가해 농장원들이 힘들다고 합니다.

기자:그렇다면 화학화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중국으로부터 화학비료가 많이 수입이 되었지만, 국경봉쇄로 인해 감소했습니다. 따라서 그만큼 유기질 비료 생산을 독려하고, 동시에 북한도 흥남, 남흥화학비료공장 등 화학비료 공장이 있습니다. 물론 인비료를 생산하는 공장도 세웠지만 인비료는 생산이 국내에서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질소 비료를 생산하는 산업 기반은 구축되어 있습니다. 흥남비료공장이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이 부분에 석탄과 전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기계화는 완성이 어렵지만, 화학화는 특히, 북한이 비료 생산능력이 있어서 가능했을 것으로 추정해 보입니다. 왜 국산화 대체 운동도 벌이고 있지 않나요? 그 정책적 효과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그렇다면 현재 수리화는 어떤가요?

정 연구위원:북한은 코로나시기 오히려 황해남도, 평남, 평북 등 물길공사(자연수로)를 대대적으로 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인력 동원에 의해 가능한 일이니까요. 코로나를 핑계로 집단 체제 강화 및 더 많은 인력을 동원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전기화, 기계화는 어렵지만, 코로나 기간 노동력에 의존하고, 기타 수리화와 화학화를 통해 그나마 농업생산량이 저하되는 것은 막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네, 혹시 기억하시겠는지 모르겠지만, 지난해 8월 22일자 노동신문에 보도된 내용인데요. 김정은 위원장이 무릎까지 잠기는 논밭에 들어가 "김덕훈 내각이 국가경제사업 다 말아먹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당시 평안남도 남포시 간석지 제방뚝이 터져 논벼 270여 정보를 포함해 560여 정보의 간석지 구역이 침수되었다고 북한 매체에 발표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수리화가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면 이런 내용이 나오지 말아야 하는 그런 내용이거든요. 하지만, 가뭄철에는 물이 모자라고, 장마철에는 홍수피해를 피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의 농민들도 이제는 단념하는 듯한 반응들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 재작년 10월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이 쌀을 중국으로부터 들여오지 않았나요?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따라서 식량사정은 항상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비교해서는 그나마 좀 나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중국에서 쌀이 들어온다는 것은 북한에서 농사가 잘 안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최근 2023년 가을 이후 곡물가격은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실제로 보면 최근 북한 쌀가격은 안정적이구요. 특히 옥수수가 코로나 기간 약간 상승했는데, 최근 2023년 들어서 코로나 직전의 가격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기자: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