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의 서비스 실태와 활성화 방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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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38번째 순서로 북한의 서비스 실태와 활성화 방안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북한의 서비스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김중호 박사 : 북한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서비스는 "북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으로서, 사람들의 생활상 편의를 보장하기 위한 상품공급, 려객운수, 주민들에게 봉사하는 체신, 보건, 문화 후생 등의 활동"이라고 합니다. 즉, "인민들에게 보다 유족하고 문명하고 편리한 생활조건을 마련해주기 위한 사업"이라는 거죠.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정부가 편리한 생활조건을 마련해 줍니다만 민간이 주도적으로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도록 필요한 법적, 제도적 지원을 하는 것에 국한되죠. 그러나 북한의 경우엔 국가가 계획하고 실행하는 공식 서비스가 있고 인민들이 생존을 위해 자발적으로 구상하고 고안해서 실행하는 비공식 서비스가 공존하는 상황이네요.

기자 : 외부세계에서는 북한의 서비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요?

김중호 박사 : 한국의 산업연구원이 2018년 3월에 발간한 보고서 '북한의 서비스산업'을 보면, 민간이 주도하는 서비스산업이 북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산업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과거에 제조업, 특히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추진되어 온 북한의 경제모델이 1980년대말부터 무너지게 되었는데요, 그 이후로 서비스 산업이 북한 경제회복과 성장을 이끌어가는 새로운 모델이 등장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자 : 그렇군요. 계획경제체제가 마비된 이후로는 국가가 운영하던 봉사 사업소들이 문을 닫고, 대신 인민들이 주도하는 서비스 사업들이 그나마 인민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역할을 했죠. 예를 들어 개인들의 신발 수리와 자전거 수리가 고난의 행군 때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로 되었습니다. 왜냐면 국가 신발 공장이 멎었고, 장마당에서 신발이 비싸서 사람들은 신발을 자주 교체할 수 없었습니다. 또 경제활동을 위해 많이 다녀야 했기 때문에 신발도 튼튼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개인들이 길거리에서 신발 밑창을 덧 대주거나 꿰진 신발을 기워 주는 길거리 ‘신발 수리공’이 각광을 받았어요. 그리고 자전거 수리공들도 인기가 있었는데요. 북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가지고 장사를 많이 하거든요. 사람들이 장사를 위해 먼 길을 다녀야 했기 때문에 자전거 수리공들이 길거리에 나와 자전거 수리점을 차려놓고 돈을 잘 벌었습니다. 고난의 행군 때 괜찮게 벌어먹고 살았습니다.

김 박사 : 그렇군요.

기자 : 그러다가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북한이 개인 서비스 업을 국가 서비스 산업으로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을 보였는데, 외부에서 보기에는 북한의 서비스 산업이 커지는 것처럼 보였죠.

김 박사 : 한국의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북한의 서비스산업 비중이 전체 산업구조에서 점점 더 커져가는 추세임을 알 수 있습니다. 1990년 이전에는 서비스업 비중이 18% 수준에 불과했고, 1992년에 20.9%, 1995년 30.3%로 올라간 이후로 계속 30%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2014년 국내총생산(명목 GDP) 기준으로 본 북한의 산업구조는 농림어업 21.8%, 광업 13.1%, 제조업 21.3, 서비스업 31.3%, 건설업 8.2%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중 서비스업에서는 국가가 주도하는 서비스가 72.5%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기자 : 국가 서비스 비중이 상당히 크군요?

김 박사 :네 그런데 이러한 추정치를 볼 때 주의할 것은 국가 서비스는 과대평가되고 기타 서비스는 과소평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서비스 산업의 평가에 있어서, 그 산출물을 직접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종사자 수를 통하여 생산액을 추정하게 되는데요, 북한의 경우에는 명목적으로 국가 서비스 종사자의 수에 거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국가 서비스의비중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사회주의 국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죠.

1990년대말 경제위기로 인해 정부 재정능력이 약화되면서 국가 서비스는 질과 양에서 크게 위축되었고, 반대로 시장화의 진전과 함께 도소매, 운수 등 민간 서비스는 크게 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났죠.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말씀드린 서비스 산업의 구조가 실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특히, 시장화가 확산되면서 민간 서비스 부문도 확장되었다는 사실이 한국은행의 북한 소득 추정치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죠. 그래서 추정치 보다 북한 서비스 산업의 비중이 보다 높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자 : 추정과 현실에는 항상 거리가 있는듯 합니다. 최근 들려오는 소식에 따르면 북한 정부의 서비스 활동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세요?

김박사 : 2021년 1월 열린 노동당 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사업총화 보고를 통해 "국영상업을 발전시키고 급양(식당), 편의봉사(미용, 사우나, 각종 수리점, 가내 수공업등)의 '사회주의 성격'을 살리는 것을 현 시기 매우 간절한 문제로 상정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경제제재와 코로나 방역으로 인해 경제가 추락한 상황인데도 북한 정부는 사회주의 체제 공고화에 역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북한 정부는 전국에 있는 500여개의 장마당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하면서 개인 이발관, 미장원, 가정교사, 길거리 음식 장사, 길거리 상품 판매, 리어카꾼, 자전거꾼 등 상인들의 사적 거래를 차단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어요. 즉, 개인이 하는 서비스는 모두 차단하고 대신 국가기관이 지정하고인정하는 지역 편의봉사소, 급양관리소, 여객사업소 등을 활성화하겠다는 건데요, 한 마디로 개인의 재산 증식을 막고 국가기관의 사업을 통해 국가수입을 늘려보겠다는 발상이라고 봅니다.

기자 : 북한 경제일꾼들도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는 방안을 고민할 텐데요, 우선 무엇을 고려해야 할 까요?

김 박사 : 국가가 주도하건 민간이 주도하건 서비스의 핵심은 소비자의 만족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생산하고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국가기관의 편의성 중심으로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기획하고 관리하지 않나요? 미국이나 한국에서도 과거에는 소비자가 찾아가서 서비스를 구매했다면 오늘날에는 소비자를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로 탈바꿈하고 있거든요. 소비자가 구매하고 사용하기 편리하도록 위치나 시간, 지불 방식, 선택 종류, 등급 등을 매우 다양하게 구성해야 합니다. 국밥 한 가지만 파는 식당도 있지만 수십 가지 음식을 파는 식당도 있잖아요. 어떤 게 좋은가 문제라기보다 다양성이 존재해야만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 될 겁니다.

기자 : 과거에는 구매자들이 상점에 찾아가서 구매했는데, 그런데 이제는 인터넷이 발달되어 사람들은 앉아서 쇼핑을 하고 물건은 24시간 이내로 배달 받고, 음식도 문 앞까지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세계적인 서비스 발전추세에 맞게 북한의 서비스 질과 방법도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참여자: 김중호, 진행: 정영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