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안녕하십니까?
기자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39번째 순서로 지난 시간에 이어서 북한의 서비스 실태와 활성화 방안에 관해 좀 더 얘기해 보겠습니다. 서비스 산업에는 여러가지 사업들이 존재하는데 서로 영향을 주고받나요?
김 박사 :미국이나 한국에는 쇼핑몰이 많이 있잖아요. 큰 건물 안에 옷, 구두, 악세사리, 침구, 가구, 가전제품 등 다양한 것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죠. 게다가 그 쇼핑몰 안에는 식당과 카페, 미장원, 체육관, 사우나 같은 것들도 같이 있더라구요. 소비자들이 여기저기 다닐 필요 없이 한 장소에 와서 필요한 것들을 한꺼번에 해결하면 좋겠다는 심리가 서비스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소비자가 어떤 소비를 하면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른 소비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머리를 다듬으면 옷도 바꾸고 구두도 바꾸고 차도 바꾸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다는 거죠. 대체로 같은 업종의 사업들이 경쟁관계에 있다면, 다른 업종의 사업들은 서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지금 미국 같은 경우에는 쇼핑몰에 들어가면 모든 게 다 있거든요.
김 박사 :네 그렇습니다. 평양에는 백화점들이 여러 개 있잖아요. 평양제일백화점, 광복백화점, 보통강백화점, 역전백화점, 서평양백화점, 낙원백화점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2019년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새로 개장한 대성백화점에 해외 명품 판매대가 설치되어 있는 사진이 뉴스에 나왔는데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기자 :네 2019년 새로 문을 연 대성백화점에서는 외화와 북한 돈을 다 쓰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외국상품이 많이 보였는데요. 예를 들어 독일의 토블론 초콜릿, 스위스의 오메가와 롤렉스까지 진열되어 있다고 북한 매체가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명품 화장품들로는 샤넬, 크리스티안 디올, 그리고 일본의 시세이도와 같은 화장품도 있었고요. 그리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명품 가방인 샤넬도 진열되어 있어서 김정은 시대에는 세계적 수준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김 박사 :언론 보도를 보니까, 광복지구 상업중심같은 대형마트도 북한 시내 여러 군데에 등장했다고 들었어요. 식품, 의류, 잡화, 전자제품 등 각종 상품들을 구획 별로 나누어 판매하더라구요. 소비자 중심으로 판매 방식을 바꾸었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매대를 사이에 두고 소비자가 원하는 물건을 말하면 봉사원이 꺼내 주는 식이었습니다만, 현재는 소비자가 상점 내부를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상품을 직접 만져보고 고를 수 있게 하고 있다고 소개되었는데요. 그것이 북한 주민들에게는 새로운 변화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식료품 코너에서 반찬을 조리해 파는 경우도 있고, 맞춤옷을 만들어 팔기도 하고, 구매한 물건을 집까지 배달해주는 그런 서비스도 새롭게 등장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북한 무역부문에서 일했던 탈북민들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생전에 평양시에 슈퍼마트를 그렇게 갖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동당 39호실에 과업을 주어 광복지구 상업중심을 운영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북한매체들도2011년 12월 15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마지막으로 현지지도를 했다고 보도하는 곳이 바로 광복지구 상업중심인데요. 조선신보에 따르면 중국 비해몽신유한공사와 합영해서 수입품을 들여다 팔게 되었는데요. 중국에서 물건을 전량 들여다 팔면 중국만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래 김정은 위원장도 국산화 비중을 높이라고 계속 강조하는 것도 국산품이 없으면 중국이나 다른 나라 투자자만 좋아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인민을 위한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 되려면 어떤 부분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김 박사 :북한 서비스 산업이 발전하려면 상품 시장 분야와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구매력이 중요합니다. 구매력을 갖추려면 결국 소비자의 소비 능력, 다른 말로 하면 수입 수준이 상당히 향상되어야 소비가 가능하고 그래야 결국 상품 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서 더 좋은 서비스, 더 많은 서비스를 요구하게 되고, 그런 것들이 시장에 제공이 되는 거겠죠. 그와 함께 북한의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되려면 무엇보다 민간투자가 들어와야 합니다.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이 허용되어야만 서비스 품질이 보장되고 그래야 소비자 만족이 높아지고 기꺼이 지불하려는 사람들의 수요가 유지되죠.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상이 퍼지면 그 서비스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기자 :우선 북한 사람들이 소비가 이뤄지려면 북한 사람들이 돈을 좀 벌어야 한다는 말씀 같고요. 북한 정부도 나름대로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계획과 실행 방안이 있는 듯 합니다만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김 박사 :지난 2년동안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어떤 사업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만, 그 이유를 제외한다면, 서비스 산업에 대한 북한 정부의 거시적 접근법이 잘 못되어 있지 않는가 이렇게 생각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정부의 시장 규제와 간섭은 존재합니다만 그것의 목적은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죠. 그러나 계획경제체제에서 하는 정부의 규제와 간섭은 인민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경제 수입 극대화를 위해 인민의 활동을 통제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무리 계획경제체제라 해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인민들의 신뢰가 쌓여야 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법인데요, 북한의 경우엔 정부의 경제적 역량과 수단들이 많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정책을 쉽게 철회하거나 매우 극단적인 조치들을 과격하게 도입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북한 정부와 개인의 신뢰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개인 이발관, 미장원, 가정교사, 길거리 음식 장사, 길거리 상품 판매, 리어카로 짐을 운반하는 사람, 자전거꾼 등 서비스 상업활동을 허용했다가 "아, 이러다가 체제가 위험하게 된다"고 하면서 갑자기 2~3년 안에 돌변하여 개인들의 서비스 활동 권리 등을 몰수하고 결과적으로 당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김 박사 :네. 그렇게 되면, 인민들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게 되니까 정부의 입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거나 정부를 속이게 됩니다. 어떤 기사를 보니, 종합편의시설 창광원에서 일하는 이발사는 국가의 하루 과제로 할당된 12명의 머리를 국정가격만 받고 다듬어준 후에 뇌물과 웃돈을 얹어주는 사람들에게 별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는 일화도 들었습니다. 겉으로는 국가의 서비스 사업들이 잘 돌아가는듯 합니다만 현실 속에서는 서비스에 종사하는 기술자들이 공적 시설이나 공적 네트워크를 사적으로 활용하여 개인적 이득을 챙기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죠. 공식적으로 기관에 소속된 이발사나 미용사가 겉으로는 일개 노동자처럼 보입니다만 실제로는 자본주의 방식으로 경제활동을 해서 돈을 모으고 사업을 확장해가는 사장님인 경우가 있다는 거죠. 사람들은 누군가 다른 방식으로 돈을 벌게 되면 그걸 따라하게 되어 있습니다.
기자 :중국의 경우, 등소평의 구호가 '선부론'이거든요. 이렇게 하면서 근 30년 동안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데 북한은 맹아단계에서 싹을 잘라버리거나 뭉개 버리기 때문에 중산층이 사라지고 다 같이 가난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 박사 :네 바로 그겁니다. 북한 정부의 목적이 인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라면 중국처럼 인민들의 경제활동을 억누르는 규제와 제한조치들을 모두 철폐해야 되겠죠.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 경제발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 다음에 단기적인 경제조치들을 유기적으로 실시하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기자 :네 오늘은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시간에 유익한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 박사 :네 감사합니다.
기자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참여자 김중호, 진행 정영 기자,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