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 북한의 노동제도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1.08.27
시장과 북한의 노동제도 원산의 신발공장 노동자들.
/AP

- 국가중심 노동, 집단주의 노동은 개인의 노동가치 훼손

- 북한 국영기업 보수 지불능력 없어 노동자들 8.3생산 동원

- 노동 생산성 높이기 위해 개인의 선택권 보장해야

- 노동자들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게 기회의 창 열어주어야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시간 입니다.

이 시간에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세계 경제 지식을 알아보고 그것을 북한 현실에 효과적으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찾아 봅니다. 도움 말씀에는 경제 전문가로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입니다.

기자: 김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김중호 박사: 네 잘 지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 지난 시간에는 시장과 노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오늘은 “경제와 우리생활” 7번째 순서로 북한의 노동 제도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북한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김: 북한 노동의 특징을 이해하려면 1978년에 제정된 “사회주의 로동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노동법의 핵심 내용을 간추려보면 네 가지로 정리가 되는데요. 바로 이렇습니다. 첫째, 북한에서의 노동은 집단을 위한 노동이다. 제3조를 보면, “사회주의하에서 로동은 공동의 목적과 리익을 위한 근로자들의 집단적인 로동이다”라고 써있습니다. 개인을 위한 노동이 아니다는 특징이 있고요.

둘째는 모든 노동의 기회를 국가가 지배합니다. 제5조를 보면, “사회주의하에서 모든 근로자들은 로동에 대한 권리를 가진다. 모든 근로자들은 희망과 재능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며 국가로부터 안정된 일자리와 로동 조건을 보장받는다.”라고 되어 있어서 매우 긍정적인 표현을 쓰긴 했지만, 결국 국가가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통제한다는 뜻이 되겠지요.

셋째는 국가가 일방적으로 계획하고 조직하는 노동이다. 노동법 제10조를 보면, “사회주의하에서 로동은 전일적인 사회주의경제체계에서 진행되는 사회적인 로동이다. 국가는 계획의 일원화, 세부화방침에 따라 전인민경제적범위에서 사회적로동을 계획적으로, 합리적으로 조직한다.”라고 되어 있어서 국가가 계획하고 조직하는 노동이라는 것이지요.

넷째는 오직 국가만 동원할 수 있는 노동이다. 노동법 제35조에는 “공장, 기업소, 협동농장의 로력을 마음대로 다른 일에 동원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다. 공장, 기업소의 생산로력은 국가의 승인없이 다른 일에 동원할 수 없다”이렇게 4가지 특징을 보면 북한에서의 노동은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해야 하며, 개인 스스로 노동의 기회를 창출하지 못하고 국가의 명령에만 복종해야 하는 노동이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 북한의 노동의 특징에 대해서 잘 말씀해주셨는데요. 북한에서는 노동은 “공민의 신성한 의무” 그리고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 틀안에서 노동력을 가진 주민들이 국가라는 하나의 집단의 발전을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력을 상품화한다, 그래서 자본가들이 노동력을 사가지고 그 대가를 주는 것이 임금이라고 교육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노동력은 상품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서 헌신해야 한다고 교육하기 때문에 무보수 노동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건설장에 나가고 농촌에 나가 일해도 보수를 안주는 것입니다. 여기 미국에서는 하루 종일 일하면 100~150달러는 버는 데 그런데 북한에서는 하루 종일 일해도 밥도 못 먹는 그런 상황이 되는 것입니다.

김: 북한의 노동이 국가중심, 집단 중심으로 계획되고 동원되고 있는데, 노동의 보수는 어떻게 정해집니까?

정: 북한에도 노동의 보수를 정하는 원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인데요. 제가 직장에 취직할 때 1년차에는 100원, 2년차에는 110원, 그리고 노동의 연한과 급수에 따라서 노임이 올라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노동 정량을 정하는 기본 요소도 노동자의 기술수준, 교육수준, 당에 대한 충실성 등이 반영되는데요. 직장마다 노동정량원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가 그것을 평가하고 노동지도원은 노동자들의 노력 배치와 노동능력, 노동의 단가 같은 것들을 정리해서 노임을 정했습니다. 그렇게 보면 북한도 노동의 질과 가치에 따라서 임금을 정했던 그런 기억이 있습니다.

김: 네, 자본주의 체제에서도 노동의 대가를 정하는 게 아주 민감한 이슈이거든요. 그래서 대기업에서 노동 보수를 올리는가 마는가 하는 문제를 가지고 매년 실랑이를 벌이고, 임금 투쟁을 하는 데, 북한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을 계획하고 조직하고 평가하는 시스템을 고집하고 있는데, 편리한 것은 있는데 효율성이 전혀 없을 것 같습니다. 그게 역사 속에서 이미 증명되지 않았습니까?

정: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서도 노동의 질과 양에 따라 노임을 정하는 원칙은 있는데, 문제는 노동자들이 받는 월급으로 생활이 되는가, 안되는가 하는 문제이거든요. 예를 들어 현재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4천원인데, 장마당에서는 쌀 1킬로그램에 4천원씩 합니다. 그러면 한 달 벌어서 쌀 1킬로그램밖에 구입하지 못하는 그런 상황이 되거든요. 이렇게 되면 생활이 안되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좀 더 받기를 원하고, 직장에서는 월급을 주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직장에서는 8.3 생산이라는 것을 시킵니다.

김: 그러면 8.3 생산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주시겠습니까?

정: 8.3생산이란 1984년 8월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국가가 상품을 다 생산하지 못하니까, 공장마다 인민 소비품을 몇가지 씩 생산하여 그것을 상점에 넘겨서 인민들의 수요를 만족시키고, 노동자들의 수입을 올리라는 지시에 따라 시행되는 것인데요. 직장마다 8.3인민소비품 생산 과제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노동자들이 공장에 나가봐야 일거리도 없고, 직장에서는 월급도 못 주니까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에게 시간을 주니까, 8.3생산을 해서 금액을 바쳐라”고 과제를 줍니다.

그러니까 노동자들은 마음대로 시간을 쓸 수 있고 하니까, 그 시간에 어디로 가는가 하면 비공식 사설 노동시장으로 나갑니다.

예를 들어 돈주들이 아파트를 지어 파는 부동산 사업을 하는 건설장이라든가, 모래 채취를 하는 돈주들도 있고요. 그리고 송이버섯이나 약초 캐기 등 외화벌이 자원을 생산하는 돈주들도 있고요. 심지어 농촌에 나가면 어떤 농민들은 소토지를 약 10정보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은 노동력이 필요하니까, 공장의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일 시키고 그 사람들에게 보수를 주거든요. 거기에 가면 먹여주고 나중에 삯돈을 받아올 수 있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직장에 나가는 것보다는 8.3생산을 하고 대신에 8.3생산 수익금을 바치는 것입니다.

김: 북한 노동자들이 고생하면서 일하는데,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현실이 참 안타깝습니다. 북한에서도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일하고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기업들도 충분히 노동에 대한 보수를 주면서 일을 시키면 생산을 통해서 수입을 얻을 수 있을 텐데, 그런 경제의 흐름이 막혀 있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정: 오늘 시간상 관계로 여기서 마무리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박사님, 오늘 말씀을 정리해 주시죠.

김: 네, 노동 제도를 개선해야 인민경제 활성화가 가능해질 것 같습니다. 노동을 어떻게 조직하고 동원하고 또 어떻게 보상하느냐 에 따라 노동의 효율성도 바뀌고 생산성도 바뀔 것 같습니다. 북한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노동자들이 시장에 나가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기회의 창이라도 열어주면 합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노동자들의 질적 수준이 높기 때문에 반드시 짧은 시간 내에 인민 생활의 수준이 크게 향상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됩니다.

정: 네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김중호 박사: 네 감사합니다.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다음주 이 시간에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움말씀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객원 연구원 김중호 박사, 진행에는 정영 이었습니다. 기자 정영,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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