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 ‘양정법’ ‘허풍방지법’이 나온 배경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8일 보도한 '가을 걷이' 풍경.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달 28일 보도한 '가을 걷이' 풍경.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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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 농촌의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지난 시간에는 농민의 식량 문제가 왜 도시 주민에 비해 더 심각한지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왜 농촌이 그렇게도 못 사는지, 또 원인이 무엇인지 이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어떤 원인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사실 북한의 식량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서 해석도 다르고, 또 대응 방안도 다르게 나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나의 축은 바로 분배에 문제가 있고, 즉 분배의 문제만 해결이 되어도 풍족하지는 않지만 북한 농민들의 식량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주장이 있습니다.

기자 : 그러면 왜 국가의 분배가 문제라고 생각합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실제로 협동농장에서 식량을 생산을 하면 협동농장의 관리위원장을 비롯해서 작업반장 등 관료들의 횡령이 구조적으로 이루어져서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또한 국가에서 수매하는 곡물의 60~70%가 군대로 보내지는데, 운반 과정에서 그리고 분배 과정에서 유실 도난 횡령이 빈번하게 발생을 합니다. 이렇게 횡령된 곡물들이 시장으로 유입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북한 당국이 최근 '양정법'과 '허풍 방지법'을 내오게 된 배경이라고 봅니다.

기자 : 지난 시간에도 저희들이 양정법, 허풍방지법에 대해서 다루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북한청취자분들에게 좀 상기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법입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양정은 말 그대로 식량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에서 양곡을 통제 관리하고자 하는 법이고요. 그래서 국가가 양곡 관리소를 내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허풍방지법이 작동했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그 내용인 즉 농업지도기관과 농장은 자기 단위에 시달된 국가 알곡 의무 납부 계획을 비롯한 농업 생산물 수매 계획을 수행해야 한다고 하면서 계획을 넘쳐 수행한 농장, 작업반, 분조들의 농업생산물을 더 거두어 평균주의를 하여 농장원들의 생산의욕을 떨어뜨린 것 같은 허풍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니까 중간에 횡령되는 양이 많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분배되는 양이 적잖습니까, 그래서 농민들이 피해를 보는데,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국가차원에서는 양정법과 허풍방지법을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피해가 모두 농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기자 : 예 그렇군요. 그러면 농민들이 어떻게 피해를 보는 겁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생산물이 분배되는 과정에서 관료들에 의한 횡령 부분이 많기 때문에 농장원들에게 정작 분배되는 양이 적습니다. 실제 이탈주민 조사를 해보면 농민들의 분배량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최근에 줄고 있고 그런 의미에서 북한이 포전담당제를 실시해서 국가의 의무 수매계획량만 바치면 그 나머지 잉여분에 대해서는 농민들의 자율적인 처분을 허용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전히 국가수매량이 높게 책정되었기 때문에 실제 농민들이 가져가는 곡물들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따라서 인터뷰를 해보면 포전 담당제를 실시하든 실시하지 않든 농민들에게는 큰 변화가 없다라고 말하는 응답자가 적지 않습니다.

기자 : 예, 그러면 농민들은 어떻게 식량을 마련합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농장원들은 모내기철보다는 수확철이 되면 출석률이 굉장히 높아집니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생산물을 훔칠 수 있는 기회가 차려지기 때문입니다.

기자 : 사실 농민들이 농번기, 즉 모내기철에는 이핑계 저핑계로 많이 빠지다가 수확철이 되면 출석률이 높아진다는 말씀에 공감이 됩니다. 결국 가을에는 생산물을 훔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출석률이 높다고 볼 수 있겠군요.

정은이 연구위원 : 네 맞습니다. 농장원들은 텃밭이나 뙈기밭에서 더 열심히 하고 또 돼지를 키우거나 술을 제조하고 또 어떤 농장원들은 금광을 찾아 떠나거나 혹은 오징어 철이 되면 바닷가에 가서 별도의 돈벌이를 하는 그런 사례도 있습니다. 그래서 농촌의 아이들은 부모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삶의 현장에 내몰리게 됩니다. 토끼를 키운다든지 폐지를 줍는다든지, 아무튼 생활 전선에 뛰어들게 되는데 그렇다 보면 학교 출석률도 매우 낮고 겨우 글을 읽는 수준에 머무는 아이들이 적지 않고, 또 그렇다 보면 농촌자녀들은 대학에 가는 것은 생각조차 못하는 그런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죠. 이와 동시에 최근에는 도시와 농촌간 격차도 확대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도시 시장과 연계를 가지는 농촌들이나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밀수가 가능한 농촌들은 잘 사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내륙에 위치한 농촌은 잘 살지 못합니다. 또한 농촌도 시장과 연계를 가지면 그나마 살 수 있지만 또 그렇지 못한 농가들은 또 굶주림에 있어야 되는 이런 것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자 : 자, 그러면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과 비해 볼때 농장원들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오히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전만해도 농민들에게 그나마 분배를 주고 쌀 구경을 어느 정도 했을 정도로 분배가 이루어졌습니다. 농장원 1인당 평균 1년 분배가 한 260kg정도는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이후로 분배가 매우 줄었습니다.

기자 : 북한이 포전담당제를 실시하여 농민들에게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이 되는데요. 왜 고난의 행군 시기를 전후하여 농민들 분배 몫이 줄어들었을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 네, 주요 이유를 보면 방금 말씀드린 대로 분배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한편으로 생산량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주어지는 분배량이 줄었다고 할 수가 있는데요. 왜냐하면 고난행군 당시에는 곡물 생산량 자체가 줄어든 이유가 자연재해의 영향이 굉장히 컸고요. 또 토지의 산성화 이것도 큰 문제가 됐고, 또 무엇보다 국가가 충분한 기계나 농약, 비료 등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로 인해서 북한도 충격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무역 부분에서 충격을 받았고 그렇다 보니까 공장의 가동률도 30% 이하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이것은 바꿔 말하면 이 농자재를 생산하는 공장의 기계들이 노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 시기를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산업 기반이 매우 취약해졌는데, 그렇다 보니까 충분한 비료도 기계도 농약도 제공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리고 전력도 부족하다 보니까 가뭄 등에 매우 취약하고 결국 조사를 해보면 과거보다 훨씬 더 인력에 의존해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또 문제는 국가에서 영농자재를 충분히 주지 못하니까 농장 자체에서 생산량을 속여서 숨겨둔 식량을 시장에 팔아서 영농자재를 마련할 수 밖에 없고 그렇다 보면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분배량은 더욱 적어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죠.

기자: 북한 농촌의 생산성은 자꾸 떨어지는데 국가에서는 농민들에게 알곡 생산을 높이라고 요구하여 그 부담을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북한 협동농장 간부들, 농민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볼 수 있군요. 국가가 전반적으로 통제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 :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