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 소토지 주인은 ‘산골지주’?

워싱턴-정영 jungy@rfa.org
2023.12.29
[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 소토지 주인은 ‘산골지주’? 압록강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북한 여성의 모습.
/AP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향후 전망을 알아보는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에서 개인들의 소토지 경작 상황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예 북한에서 식량난을 완충시키는 소토지 경작, 그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게 궁금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지역에 따라서도 또 가족 구성원에 따라서도 매우 다릅니다. 그렇지만 어쨌든 북한은 80%이상이 산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지 조사를 해보면 생각보다 한 가구당 개간하는 소토지 면적이 꽤 넓습니다. 아주 작으면 몇 백 평이지만 대체로 몇 천 평 정도는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지어는 북중 접경 지역의 김형직군 같은 경우는 몇만 평을 재배하는 것도 흔하다라고 할 정도로 상당히 많이 재배를 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 김형직군 같은 경우는 양강도라고 해도 워낙 기후가 작물 재배에 적합한 땅을 가지고 있어서 투입 대비 산출이 좋아서 그런지 그만큼 많이 한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매우 특이한 경우라고도 할 수 있죠.

 

기자: 예 그렇군요. 한 가구당 수백평에서 수천 평 정도, 심지어 몇 만평 정도 재배한다면 산골 지주다 그런 말이 나올 것 같습니다. 개인이 몇만평을 다룬다는 게 참 어려울 것 같습니다. 뭐 거기에 기계가 투입되는 것도 아닐 것 같은데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물론 몇만 평 정도 대규모로 한다는 것은 가족 차원에서 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따라서 건장한 인력을 따로 돈을 주고 고용을 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예 그러면 농번기 즉, 봄과 가을에 일하러 다니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에게 일당을 주고 건장한 인력들을 고용을 해서 쓴다 그런 말씀이 되는 겁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물론입니다. 하루 일당도 주고요. 그 외에 식사도 점심만 주는 집이 있는가 하면 아침과 저녁을 주는 집도 있고요. 집집마다 좀 대우가 또 다릅니다. 어쨌든 대체로 보면 이러한 일공들에게 제공되는 식사가 대충 주지 않고 쌀밥도 주고 고기 반찬도 주고 상당히 잘 해준다고 합니다.

 

기자: 쌀독에서 인심이 난다고 소토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농촌에서도 좀 부유한 편에 속하는 사람들일 테니까 대우도 좀 해주는 것 같은데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봄철이나 가을철에 사람들을 쓰고 싶으면 도시에서 또는 주변에서 일공들이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고 재워주고 또 그리고 농사가 다 끝나고 집에 갈 때는 식량으로 강냉이 100kg 이렇게 줘서 보내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일당으로 돈을 주는 겁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지역마다 그리고 개인 사정에 따라서 다르지만, 이제는 북한도 사람을 쓸 때 얼마라는 그런 압묵적인 그런 가격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소토지 같은 곳에 고용된 사람들 같은 경우는 하루 일당이 약 북한 돈으로 1 5천원 이상이라고 하는데요. 이것은 쌀로 환산하면 한 3kg 정도 되고요. 옥수수로 환산하면 약 6kg 정도 되니까, 어쨌든 하루 식량은 해결을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일이 힘든 만큼 일당도 아주 싸게 주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러면 이런 사람들을 매일 고용해서 경작을 하려면 소토지가 사실상 이윤이 크게 나지 않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저도 그게 좀 궁금해서 조사를 했는데요. 봄 여름 가을 이렇게 철마다 사람이 필요로 하고요. 매일 고용하는 건 아닙니다. 봄이면 봄, 가을이면 가을마다 이렇게 바쁜 시기가 있잖아요. 그때만 필요로 하고 많게는 한 10명 이상을 고용하게 됩니다. 바쁜 철만 잠깐 필요로 하기 때문에 소토지를 점유한 주민 입장에서는 큰 부담은 또 아니라고 합니다.

 

기자: 계절적으로 고용을 한다면 농사가 끝나면 이 사람들은 또 딴 데 다니면서 돈을 번다 그런 말씀이 될 것 같아요. 예 북한에서는 이렇게 고정 직장이 없는 사람들이 꽤 있나요?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소토지경작에 고용이 되고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사실은 그 소토지를 경작한 사람들은 북한에서 매우 가난한 취약계층입니다. 바꿔 말하면 이들은 도시에서 장차조차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소토지 농사를 하는 건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의 집 소토지에 고용되어 일하는 이러한 사람은 이런 소토지조차도 없는 농촌에서는 아주 가난한 극빈층의 사람들입니다. 이른바 이러한 세대들을 절량세대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절량은 식량이 끊긴 세대 즉 식량이 없어 아주 가난한 세대를 의미합니다. 이런 세대들은 그래도 소토지 경작 일자리가 있으면 하루 식량은 해결할 수 있는 겁니다.

 

기자: 지금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이지만 농촌에 현대판 머슴과 소작농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면 절량 세대들도 소토지를 경작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남의 밑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그럴 만한 여력조차 없다는 건데요. 그 소토지를 경작하기 위해서도 첫째는 인력이 있어야 하고요. 가족 중에 건장한 성인남성이 있어야 하지만 어쨌든 가족이 많아야겠죠. 그리고 두 번째는 소토지를 경작하는 데도 돈이 필요합니다. 비료나 종자 등 모두 장마당에서 구입을 해야 되는데요. 그럴 만한 시드머니 즉 종잣돈조차 없는 세대들입니다. 따라서 절량 세대 입장에서 보면 사실 소토지를 경작하는 상당히 취약한 계층인데, 그나마 소토지를 물려받은 세대는 여유가 좀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거죠.

 

기자: 소토지는 경사진 땅에서 작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평지보다 생산율이 떨어질 것 같아요. 비료나 물을 주기도 어렵고요. 실제 어느 정도 수확을 기대할 수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물론 기본적으로 보면 쌀은 어렵고요. 대체로 잡곡인데 소토지에 경작한 경험이 있는 북한 이탈주민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크게 자연재해가 없다면 3천 평 정도에서 옥수수 1.5톤에서 최대 2.5톤까지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콩이나 팥과 같은 작물들도 한 2000kg 정도는 생산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기자: 예 그렇군요. 뭐 적은 양은 아닌 것 같아요. 이 정도면 한 가족의 식량은 해결될 것 같은데요. 국가에서 주는 분배가 충분하지 않다면 농장원들이 소토지를 포기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또한 농촌에서 가뜩이나 현금 수입의 원천이 있어야 하는데요. 소토지에서 경작된 생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면 아주 중요한 현금원천이 되고 있어서 이것으로 농촌 주민들은 쌀로도 바꿔 먹고 혹은 필요한 옷이나 신발 그리고 아이들 학용품도 사주는 그러한 아주 중요한 용도로 활용이 되고 있습니다.

 

기자: 예 그렇군요. 국가에서 받는 곡물은 식량으로 사용을 하고, 소토지에서 생산된 곡물은 팔아서 현금으로 사용하면 생활이 윤택해질 것 같습니다. 소토지에서 생산된 곡물의 유통 과정은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소토지를 많이 격려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인데요. 그들은 가을철에 식량을 집에 저장해 놓았다가 언제 파는가 하면 여름철에 보리고개라든지 그럴 때 비쌀 때 팔면 2배 이상의 이윤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가을에 옥수수가 1kg 1천원이라면 여름철에는 최대 운이 좋으면 3천원까지 팔 수 있다고 합니다.

 

기자: 예 그렇군요. 가을철에 팔면 1천원 정도 받을 수 있는데, 봄철이나 여름 때쯤 가면 한 3배 정도 받을 수 있다 그런 말씀이 되네요.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는 농촌 사람들이 농산물 가격 정보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어떤 방식으로 교류가 진행되고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이제는 농촌도 휴대전화가 보급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를 통해서 시시각각 도시와 연계를 통해서 가격도 알아보고 또 좋은 가격이면 바로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기자: 예 손전화 보급이 북한 시장화에 많은 영향을 줬는데요. 결국 농촌의 선진화 시장화도 손전화가 견인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군요.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를 하고요.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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