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외국인 투자가 만든 ‘라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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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함께 잘살아 보는 방법을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자유경제무역 도시 나선시의 변화에 대해 서울에 있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정은이 연구위원님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안녕하세요.

기자:박사님, 북한이 나선특별시를 제정한 지 13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합니다.

정 연구위원:혹시 '라선 드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기자:네, 외부에서는 좀 생소한데요. 혹시 '아메리칸 드림'과 비슷한 말인가요?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남한도 한때 잘 살지 못했을 때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있지 않았나요? 마찬가지로 북한에서도 '라선 드림'이라고 있는데요. 이는 평양 다음으로 북한 사람들이 살고싶어하는 도시가 라선이기 때문에 생긴 말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이주가 엄격히 통제된 만큼 비공식적으로 거래되는 돈이 매우 많은데요. 라선시는 평양 다음으로 비싼데요. 평양이 비공식적으로 거주를 허가받는데 1만 달러라면, 라선시는 3천달러 정도는 된다고 합니다. 북한 주민에게는 매우 큰돈이지요. 이는 그만한 돈을 주고서라도 거주를 옮기는 주민들이 있다는 말인데요. 그래서 오늘은 왜 라선 드림이라는 말이 생겨났는지, 그 배경에 대해 이야기할까 합니다.

기자:아, 라선드림이라고 하면 북한이 공식적으로 만든 말은 아니고, 아마 주민들 사이에서 도는 말 같은데요.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기자:저도 기억납니다. 1990년대 초에 북한이 전국에서 돌격대를 조직하여 라진시와 선봉시에 보냈거든요. 그래서 갔다 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니까, 라선시와 선봉시에 가서 집을 짓고 시장을 건설한다고 했다고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북한은 중국의 개혁 개방과 소련의 개혁 및 동구권 사회주의 해체 등 변화를 겪으면서 경제적 쇠퇴를 맞게 되자, 어느 정도 개혁 개방의 필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1993년 북한은 중국의 경제특구처럼 라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를 지정하고 개발해왔는데요, 1998년에는 명칭을 라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에서 '자유'를 빼고 라진-선봉 경제무역지대로 바꿨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 1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을 통해 기존 라선시와 선봉시를 합쳐 도급인 나선특별시를 설치하였습니다. 라선시는 중국과 러시아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서 중국, 러시아인 등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합니다.

기자:나선시가 북한 주민들로부터 '라선 드림'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정 연구위원:라선 지역이 다른 북한 지역에 비해 물가도 높지만 임금이 함께 높기 때문에 누구나가 이곳에 살고 싶어하기 때문에 라선 드림이라고 불립니다. 문제는 방금 말씀 드렸듯이 우리도 과거에는 특히 미국에 아무나 가서 살 수 없었듯이, 그만큼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거주의 진입장벽도 매우 높습니다. 외국인에게 개방한 도시인 만큼, 라선 이외의 현지인에 대한 출입은 당국이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한때 전기 철조망을 뚫고 라선시에 들어오다가 죽은 사람도 실제로 있을 정도로 라선은 평양을 제외하고 누구나 살고 싶어하는 꿈의 도시입니다.

기자:그때 제가 돌격대원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도 거기에 전기 철조망을 설치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도시인데, 무슨 철조망이 많아서 두르는 가 이렇게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또 전기철조망을 뚫고 들어오다가 잘못된 적도 있었네요. 그렇다면 왜 라선은 다른 지역에 물가도 비싸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높은 건가요?

정 연구위원:일단 외국인들이 많다는 것인데요. 특히 외국인들이 북한에 오려면 수속이 복잡하지만, 라선 지역만큼은 그 수속이 매우 빠르고,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예를 들어 비자를 받지 않고도 회사의 초청장만으로도 올 수 있습니다. 비자는 외무성 관할이라면, 초청장은 라선 당국의 관할이여서 이는 그만큼 외국인들이 라선에 오는 방법이 간단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기자:외국인들이 쉽게 올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라선시가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도 비싸고 임금도 높다고 볼 수 있는 겁니까?

정 연구위원:라선시는 바로 외국인 장기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이 결정적인 차이입니다. 뿐만 아니라 직접 들어와서 상업활동도 가능하고 투자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현지 주민의 입장에서 보면, 라선시가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고 엄격하지만, 일단 라선시에만 들어오면 외국인과 비지니스(사업)네트워크가 형성된다는 것이지요. 직접 외국인과 흥정도 하여 다양한 상품 구입도 가능하고, 주문도 가능하고, 따라서 후에는 라선시에 오지 않고도 전화와 택배만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 북한 주민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공간이지요.

기자:거의 자유무역시장과 같은 표현이 비슷할 것같아요. 그런데 신의주 같은 경우도 단동과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요. 그래서 웬만한 중국 사람들이 와서 북한 사람들과 경제적 교류가 활발한 곳인데, 오히려 라선이 더 낫다는 말이 되는 겁니까,

정 연구위원:라선시가 신의주시와 다른 결정적 차이는 라선시는 외국인이 상주하면서 다양한 상업 및 투자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겠지요. 따라서 라선시에는 시장에 가도 중국인이 직접 장사를 하고 있고, 식당에 가도 주인이 중국인인 경우도 많고, 수산물회사나 복장 임가공 회사를 가 보아도 사장이 중국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신의주는 외국인의 신의주 도시 진입 자체를 매우 엄격히 통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상품은 신의주까지 들어올 수 있으나, 사람만큼은 쉽게 시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자:그렇다면 나선은 개방되었고, 신의주는 인적인 교류가 없다고 볼 수 있겠네요. 실제로 도시 자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각각 다를 것 같습니다.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실제로 제가 코로나 직전 2020년도 1월에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바르에 갔었는데,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가 인건비도 비싸고, 물가 자체가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식사 한 끼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느낄 정도로 비쌌는데요. 그 이유가 바로 조호르바르는 싱가폴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도시입니다. 그렇다 보니 싱가폴에서 투자 뿐만 아니라 사람들도 많이 왔겠지요. 그 목적이 투자이든 관광이든 싱가폴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니까 조호르바르에 와서 관광도 하고 많은 소비를 하겠지요. 그래서 싱가폴과 국경을 접한 말레이시아도 물가가 많이 올랐고, 그런 측면에서 조호르바르가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 라선도 같은 원리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중국사람들 입장에서는 라선시 물가가 싸서 라선에 와서 소비하고, 또 라선시 사람들은 물가가 비싸니까, 다른 지역에 가서 소비하는 것 같습니다.

기자:그렇다면 라선에 중국어를 할 수 있는 북한주민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정 연구위원:네 맞습니다. 러시아어 같은 경우에는 평양외국어대학이나 청진 외국어대학 졸업생들이 할 수 있지만, 중국어는 전문 비공식 사설 학원들이 있습니다. 한달에 중국 돈 200~300위안 정도 내면 매일 전문적으로 중국어를 배울 수 있습니다. 특히 라선에서 가장 핫한 직업은 바로 관광가이드라고 합니다. 임금 뿐만 아니라 다른 방면을 통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호텔에서 특산품을 팔아도 그 절반을 중국과 라선 현지 가이드가 나누어 가진다고 합니다.

기자:결국엔 외국인들과 직접 상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나선시가 기타 다른 북한 도시 주민들들보다 수입이 높고, 그만큼 수입으로 이어져 중국어를 배우겠다는 주민들의 열망도 높은 것 같군요. 오늘은 여기서 줄이고요. 다음 시간에 알찬 내용을 가지고 찾아뵙겠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하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