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북한의 대표적인 시장인 청진 수남시장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북한에 대표적인 도매시장이 몇 있는데요. 그 가운데 함경북도 청진에 있는 수남시장은 외부 사회에도 잘 알려졌습니다. 요즘은 어떻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제가 북한 장마당의 최근 변화를 조사하기 위해서 구글 위성 자료를 검색하다가 북한 최대 도매시장이라 불리는 함경북도 청진시에 위치한'수남시장'이 엄청 확장이 되었더라구요. 그래서 오늘은 수남시장의 기원과 최근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기자 : 수남시장은 원래부터 현재 그 자리에 있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 90년대 후반 들어서 북한 당국이 현재 자리에 시장을 건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전에는 청진시에서도 좀 먼 '청암'이라는 구역에 시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불편을 호소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아, 그러니까, 시내 사람들이 멀어서 청암시장을 사용하기가 불편하여 시내 중심에 세운 것이 바로 수남시장이라는 거군요. 그러면 지금의 시장 자리는 좀 더 중심부로 들어왔다고 할 수 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 네 맞습니다. 그전만 해도 시장의 중요성이 크지 않았으니까요. 현재 자리는 청진시에서도 중심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이 중요해지면서 여러 사람이 이용하고 그러려면 위치가 중요했으니까요.
기자 : 그러면 어떻게 시장이 그렇게 중요한 자리, 즉 노란자위를 확보할 수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 원래 이곳은 시 중심지지만, 화학섬유공장 바로 옆 자리입니다. 바꿔 말하면, 인체에 해로운 유해가스가 많이 나와서 주민 거주지가 형성하기 매우 어려운 빈 터였습니다. 이른바 버려진 땅이었지요. 땅도 파보면 흙이 아닌 미세 먼지 같은 부드러운 화학물질의 잿더미였습니다. 그런데 공장가동이 안되면서 유해가스의 배출 양이 적어지자 공터도 넓고 해서 이곳에 당국이 시장을 차린 것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막상 들어서고 나니까 땅값이 올라가고, 그러면서 현재와 같이 주택이 많아진 것입니다.
기자 : 그렇지요. 외부 사회에서는 땅값이 오르는 곳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 시장이 있는 지역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최근 수남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확장이 되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 우선 양식에서 차이가 있는데요. 즉, 기존의 재래시장의 모습을 탈피하고, 세련된 현대식 건물 형태로 증축/개축을 하고 면적도 오히려 늘었습니다. 구글 지도로 보면 외관도 보면 파란색으로 색깔이 있더라구요. 이는 아마도 일부는 중국에서 건축자재를 들여와서 리모델링 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자 : 장마당이 시장형태로 변하면 어떤 측면에서 좋은가요?
정은이 연구위원 : 모든 면에서 편리하겠지요. 우선 건물 안에 많은 시설들이 들어서 있다는 것인데요. 그 의미는 날씨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구요. 무엇보다 상인들에게 편한데요. 시장 마감 시간에 문 하나만 닫으면 건물 전체가 짐 보관창고로 변해서 굳이 퇴근할 때 상인들이 짐을 다시 집으로 가지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실제로 새롭게 시장이 증축 개축되면서 창고들이 생겨서 굳이 상인들이 퇴근할 짐을 다시 가져갔다가 다음날 다시 가져오는 고충을 겪지 않아도 됩니다.
기자 : 제가 북에 있을 때는 상인들이 자기 짐이 분실될 까봐 장마당이 마감되기 30분전부터 막 짐을 싸고 지고 다니면서 분주하게 다녔는데, 지금은 문 하나만 닫으면 상인들이 마음을 놓는군요. 그만큼 상인들끼리 신뢰관계가 형성된 것 같고, 도둑도 없어진 것 같네요, 그러면 짐 보관료를 따로 받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네 맞습니다. 시장의 면적이 넓어지고, 그러면서 그 안에 새로운 인프라가 더 많이 늘어났다는 것은 바로 세수의 증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일 시장관리소에서 거둬들이는 장세 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가져오면 자전거 보관료를 내고 맡겨야 하고, 짐이 있으면 짐 보관료를 내고 맡겨야 하지요. 이제는 국가도 주민 편의를 고려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한다고 할 수 있지요.
기자 : 그러면 매일같이 시장관리소에서 거둬들이는 각종 이용료를 누가 가져가며, 어디에 사용되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 우선 각 지역의 시장들은 해당 지역 관할 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진시 수남구역에 있는 수남시장은 수남구역 행정기관, 당기관 등에서 관할을 합니다. 바꿔 말하면, 지역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장세 등은 일정 부분 중앙으로 흡수되는 측면도 있지만, 많은 부분이 해당 구역의 재원으로 쓰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 그러니까 남한으로 말하면 지방자치단체 재량에 따라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면 해당 지역에서 그 재원을 사용한다는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 우선 그 지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이 됩니다. 예를 들어, 수남구역에 도로를 깔아야 한다든지, 특히 북한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사회적 과제가 많지 않습니까? 중앙에서 내려온 삼지연 건설 등 각종 과제들에 드는 재원을 시장에서 걷어들인 세금을 통해서 충당이 되는데, 그러다 보니 점차 시장이라는 곳이 그 지역 정부의 차원에서는 매우 중요한 재원, 자산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이라도 초기에는 몰랐는데, 점점 더 그런 인식이 강해지면서 시장 시설들을 지방차원에서 지속적으로 현대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야만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곧 세수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최근 북한의 시장을 보면 개수가 늘어나지 않지만, 면적이 늘어지고, 그 시장 자체의 설비가 현대화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습니다.
기자 : 네, 저희가 앞서 남포시 강서구역 책임비서와 강선구역 책임비서가 시장 때문에 알력이 생겼다는 내용을 다룬 기억이 있는데요. 장마당에서 거둬들인 세수로 지방 예산을 충당하다 보니 지방관리들 사이에 그런 에피소드가 생긴 것 같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 네. 그래서 현재 북한에서 시장관리소의 소장을 한다는 것은 엄청난 물질적 혜택과 더불어 권력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자리로 변했습니다. 단적인 사례로 2015년경 수남 시장의 관리소장이 교화소에 간 큰 사건이 있었는데요, 그 이유가 이 직위를 유지하기 위해 그간 윗선에 많은 뇌물을 바쳤고, 또한 여기서 벌어들인 돈으로 재산을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발각되어 교화소로 보내진 것입니다. 사실 북한 사람들도 이렇게 시장에서 벌어들인 장세가 얼마나 되는지 인식을 못했는데 이 사건을 계기로 "아, 시장이 상당히 많은 부를 창출하고 있구나"하고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자 : 그러면 시장이 대북 제재에 의해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 파악된 바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 이탈주민들에게 질문을 하면 석탄이나 수산물 등 특정 대북제재 품목에 종사했던 사람들은 "어렵다"고 말했고, 그런데 시장 공간에서 산 사람들에게 질문하면 "우린 늘 제재를 받아왔기 때문에 잘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기자 : 네 그러면 외부의 제재에도 시장은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말로도 해석될 것 같습니다. 오늘 시간은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 연구위원 :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