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잘살아 보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 프로그램 ‘경제와 우리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 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직장에 나가지 않는 북한 남성들의 부업에 대해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안녕하셨습니까?
정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과거 사회주의 배급제 시절 북한 남성들은 배급표를 타온다는 명분으로 집안에서 권한이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배급제가 사라진 다음 여성들이 버는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로 변했습니다. 요즘은 아예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남성도 증가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남성들이 무슨 돈벌이를 합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은 여성의 경우, 결혼하면 '부양제도'가 있어서 직업을 그만두어도 됩니다. 우리의 '전업주부'와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여성이 가계의 80%를 책임 진다고 할 정도로 직장에 나가지 않는 대신 그 시간에 비공식 경제영역에서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 남성은 대부분 공식 직장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여성과 달리 돈벌이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여전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 시기의 산업 가동률을 회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지방의 공장기업소는 거의 가동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지요. 그래서 직장에 나가도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아예 직장에 나가지 않는 남성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기자 :이러한 남성들은 무단으로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물론 이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북한에서 남성들은 반드시 적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직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시간을 얻는 대신에 한달에 일정 돈을 상납해야 합니다.
기자 :아, 그렇지요. 이야기를 듣다가 보나까, 그걸 가리켜 "8.3 생산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한달에 얼마 가량 내면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그건 매 공장마다 다른데요. 이것은 사실 비법이기 때문에 세금과 같이 액수가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따라서 상급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혹은 지역과 단위에 따라서도 다릅니다. 예를 들어, 김형직군과 같이 농촌이지만 밀수 등이 가능하여 비교적 부유한 곳은1년에 중국돈 1천 위안 정도는 내야 합니다. 반면에 잘 가동되지 않는 지방 공장이라면, 1년에 500위안 정도면 충분합니다. 또한 돈을 잘 버는 돈장사를 한다면, 1달에 500위안을 바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기자 :아, 그렇군요. 남한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는 세금한도라는 것이 있어서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고요. 적게 내는 사람은 적게 내는 데요. 그런데 북한의 경우에는 세금처럼 원칙이랄가요. 법이 아니기 때문에 상급자, 예를 들어 지배인 당비서가 누구인지 또는 어느 지역 어느 직종에 종사하는 가에 따라서 내는 양이 다르군요. 그러면 언제부터 이런 관행들이 생겨났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관행이라기보다는 이제는 하나의 제도로 고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원래는 2002년도에 김정일위원장이 '사회주의 경제를 새로운 현실발전의 요구에 맞게끔 경제관리 체계를 개선하라'고 방침을 내려 보냈습니다. 그때 시장 활성화를 하라고 해서 기업소별로 '더벌이 과제'가 나왔습니다. 이 더벌이 과제는 예를 들어 공장기업소들에서 원래 국가로부터 받은 생산 계획이 100이라면, 더벌이 과제 실시 이후에는 100분에15퍼센트 정도는 공장기업소 자체에서 유보해서 소비하라고 했습니다. 이와 함께 더벌이 과제를 실시 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이것은 공장기업소에서 생산과정 중 나온 부산물을 활용해서 무엇인가를 만들어서 국가가 아닌 직매점에 팔고 거기서 나온 수익으로 종업원들을 먹여 살리라고 공식적으로 승인한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자 :아 그게 8월3일 인민소비품 생산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더벌이 과제가 그렇게 실시되었는데요. 그러면 출근하지 하지 않는 종업원들이 직장에 받치는 '8.3계획' 상납금은 어떻게 사용이 되나요? 간부들의 주머니로 들어가나요?
정은이 연구위원 :공장에서는 이것이 상당히 큰 수입입니다. 이걸 받아서 공장의 판매수익금으로 잡아서 공업총생산액을 보장합니다. 즉, 액상계획을 수행하는 것이지요. 물론, 이는 뒤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일정 정도는 상관의 주머니를 채우는데 전용되겠지요. 이것이야말로 공장이 가동되지 않아도 공장기업소의 지배인이 본인의 직위를 필사적으로 유지하려는 동기가 되겠지요.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종업원이 직장에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지요. 또 외부에서도 8.3 생산인력을 유치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오토바이를 한 대 가지고 있다면, 북한에서는 개인이 소유할 수 없어서 이 오토바이를 기관에 등록을 해야 합니다. 그러면 개인은 인맥을 동원하여 등록할 수 있는 기관을 알아보고 이 기관에 오토바이를 등록시키고. 그 대신 등록한 기관에 한달에 300달러면 300달러씩 매달 냅니다. 그러면 일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자기 적이 생겨서 좋고, 기관의 입장에서는 매달 일정한 돈을 벌 수 있어서 좋지요.
기자 :그렇군요. 가동을 멈춘 공장 기업소의 지배인 간부들이 어떻게 먹고 살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결국은 노동자들의 상납금 8.3계획분을 배분하여 일부는 공장 기업소의 공업 총생산액, 즉 액상계획을 수행하는데 넣고, 일부는 사회적 과제를 충당하는 데 쓰고, 일부는 간부들의 월급으로 쓰는 것으로 보이네요. 그렇게 되면 공장 기업소 간부들은 노동자들의 8.3 상납금을 받으러 다니겠네요. 돈을 받으러 다닐 것 같네요. 이렇게 되면 북한 남성들 같은 경우, 8.3 돈만 내면 직장에 출근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그러면 남성들이 어떤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북한이탈주민들을 조사해보면 예를 들어 양강도 혜산에서는 이러한 사람들을 가리켜 '뻘뻘이'라고 부른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이들은 돈을 버는데 수단을 가리지 않고 시기별로 계절별로 맞게 돈 벌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도 찾아서 다녀서 붙여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금캐는 광산에 가서 장기적이 아니고 2, 3달만 할 수 있습니다. 또 봄부터는 날씨가 풀리니 건설을 많이 하니 이런 곳에 가서 몇 달 일을 합니다. 그러다가도 산나물이나 약초 철이면 산에 가서 나무도 하고, 약초도 캐고, 산나물도 캐서 돈을 법니다.
기자 :북한 남성들의 직업이 매우 유동적이군요, 왜 뻘뻘이라고 부르는지 조금은 이해가 가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이들은 유동성이 높고, 대부분 밖에 나가서 외지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꼭 휴대전화가 필수입니다. 일자리를 시시각각 알선을 받기 위해서라도 휴대전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특히 이들은 건설에도 많이 투입이 되는데요. 따라서 공병국 1여단 사람들은 전문 특각을 짓다가 와서 미장도 아주 잘한다고 합니다. 가뜩이나 개인집 수리 수요가 많아서 이런 형태로 해서 돈을 잘 번다고 합니다. 이렇게 '뻘뻘이'이라 부르는 노동자들이 시장 어디에 가든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북한에서는 예를 들어 삼지연 건설, 농촌주택건설을 위해 인력을 동원시키는데, 나가기 싫으면 바로 시장에 나가서 이러한 뻘뻘이 노동자들에게 돈을 주고 대신 나가게 하는 일이 매우 빈번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최근 북한에서 이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기자 :네, 그렇군요. 미국에서 보면 라틴아메리카 같은 남미에서 온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서 작은 편의점이나 시장 같은 곳 앞에 모여 서있거든요. 그러다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면 와서 일을 하는데, 뻘뻘이라는 이름도 순전히 힘으로 열심히 노동을 해서 살아가기 때문에 붙인 이름 같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남성들이 어떻게 8.3 계획을 위해 돈을 버는 지 알아보았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무리 하고 다음 시간에 또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 연구위원 :감사합니다.
‘경제와 우리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