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우리 생활] 북한의 출산장려 정책과 ‘처녀 어머니’
2024.11.08
북한의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북한의 현실과 앞으로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경제와 우리 생활 진행을 맡은 정영입니다. 오늘은 인구감소에 직면한 북한이 어떻게 출산을 장려하고 있는지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과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연구위원님 안녕하십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안녕하세요.
기자: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가정과 사회에서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을 놓고 볼 때 장마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또 다른 중요한 역할도 있다고 하는데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사실 우리가 북한 여성을 이야기할 때 주로 가계와 경제에서 역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지요. 왜냐하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직장에서 배급과 월급을 주지 않아도 남성들은 의무적으로 직장에 나가서 조직생활을 해야 했지만, 여성들은 장사를 하게 되면서 가정을 먹여 살리는 주역이 되었습니다.
물론 여성이 결혼하면 부양가족이 되어서 직장에 나갈 의무에서 제외가 되는데, 이때 그만큼 시간이 확보가 되니 생계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거지요. 특히, 우리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의 변화를 보는 하나의 핵심 키워드로 장마당을 빼놓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의 역할이 부각이 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또 하나 여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인구와 관련된 사안입니다.
기자: 네 현재 세계적으로 인구 감소 문제가 큰 이슈가 되고 있는데, 최근 북한을 보면 인구 감소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저는 북한 변화의 핵심 키워드가 ‘여성’, ‘인구’, ‘세대’ 이렇게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핵심 키워드들이 바로 여성과 밀접히 연관이 되어 있지요. 왜냐하면 인구도 보면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개발학에서도 여성과 인구 문제를 함께 많이 다루고 있지요.
기자: 세계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각국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그만큼 경제 인구가 줄어들어 노년 세대를 부양할 사람이 없어진다는 게 걱정입니다. 그런 고민을 안고 있는 북한에서 요즘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본보기를 내세우고 있다고 하지요?
정은이 연구위원: 혹시 기자님, 북한에 계실 때 ‘처녀 어머니’라고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기자: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처녀 어머니”란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아닙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맞습니다. 북한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결혼하지 않는 상태에서 아이를 가진 여성, 즉 미혼모를 의미하는데요.
기자: 북한 사회는 전통적인 가족 가치관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미혼 상태에서 출산한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부정적일 것 같은데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그런데 이제는 전혀 그렇게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사실 제가 처음 이 용어를 접했을 때는 매우 생소했어요. 결혼하지 않는 어머니? 좀 어색한데요. 혹시 2016년 북한에서 제작된 예술영화 “우리집 이야기’를 아시나요? 이 영화는 2017년 6월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었고, 2018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에서도 기념영화로 방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남한에는 2018년 제 22회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소개가 되기도 했구요.
기자: 어떤 영화이길래 남쪽의 국제영화제에도 소개되었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네. 이야기인 즉 18살의 어린 처녀 리정아가 고아가 된 세 남매를 돌봐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데요. 영화 말미에 보면 리정아의 선행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전국청년미풍선구자대회에 발표 사례로 선정되어 칭송을 받고, 리정아가 노동당의 딸 ‘처녀어머니’라는 칭호를 얻으며 해피 엔딩으로 막을 내립니다.
기자: 그러니까, 처녀가 애를 낳은 것이 아니라, 어린 처녀가 고아가 된 아이들을 키웠다는 것을 선전하느라고 만들어진 영화군요. 북한도 고난의 시절 얼마나 꽃제비가 많았으면, 이렇게 영화에 고아가 많다는 것을 소개하겠습니까?
정은이 연구위원: 실제 이 ‘우리집 이야기’는 18세의 어린 나이에 결혼하지도 않은 처녀가 고아 7명을 키워낸 처녀어머니로, 장정화의 실화를 모티브로 다루었지요. 왜 이런 이야기를 요즘 북한 당국이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지 가늠을 하시지요?
기자: 여러가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지요. 특히, 고아들을 키워냈다는 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정은이 연구위원: 여성들이 “고아원이나 애육원에 갈 애들을 잘 키워서 김정은 위원장의 부담을 더는데 큰 공헌을 했다” 그런 체제 선전용으로도 해석이 되는데요. 사실은 ‘처녀어머니’는 이제는 북한 여성들이 경제활동의 증가 및 생활상의 애로로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인구 감소에 대한 하나의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이라는 판단이 되요. 즉, 북한에서 실제 아이를 많이 낳지 않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북한도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기자: 그러고 보니 2012년 북한이 어머니날을 제정했고 2023년 어머니날 특집 프로그램에 10남매를 낳아 기르고 있는 여성 박은정을 모성 영웅으로 등장시키는 장면들이 생각이 나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여기서는 ‘다산’도 중요한데, 또 훌륭한 인재와 영웅을 키우는 것도 어머니의 중요한 역할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어머니의 상으로 남포시 천리마구역 사회 급양관리소 노동자 장정화를 소개하지요. 그녀는 26살 미혼이지만, ‘처녀 어머니’이자 병사의 어머니로도 소개를 하지요. 왜냐하면 그녀는 18살때부터 아이들을 입양하기 시작해 이미 일곱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에 칭송을 받는 것이지요. 실제 최근 북한에서 이런 관련 행사들이 있으면 이렇게 다산을 하거나 처녀어머니들을 많이 동원시켜서 선전을 한다고 하네요. 아이를 많이 낳으라는 측면에서요…
기자: 어쨌든 북한도 아무리 당국에서 강조하고 강요해도 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는 일인가 보네요.
정은이 연구위원: 네. 지금은 당국이 다산을 장려하고 있고 이러한 사람들을 영웅으로 칭한다고 하지만 사실 인구 장려 정책은 자본주의 나라에서도 해결하기 상당히 어려운 일인데요. 쉽사리 여성들을 움직이기란 여간 어려워 해결해야 할 일들이 많지요. 재원문제도 그렇구요. 그런데 하물며 북한은 더 어렵겠지요. 실제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구 감소에 대해서는 당국이 인지를 하고 선전 활동도 하지만, 직접적으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어떤 혜택 등은 거의 없고, 즉, 이에 대해 딱히 내놓는 정책들이 없다고 하네요.
기자: 저희가 북한에 있을 때는 어머니를 ‘오마니’라고 불렀습니다. 그 말뜻은 아이 하나 키우는 데 ‘5만공수’가 든다는 의미에서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만큼 품이 많이 든다는 이야기 입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정말 아이가 얼마나 품이 많이 드는지는 여성들이 그 수고를 잘 안다고 볼 수 있지요. 북한도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인구 증가를 위해 북한 김일성 주석이 ‘어머니 대회’라는 것을 열고 다산을 강조했습니다. 그때는 어머니들은 애국하는 심정으로 아이들을 많이 낳았습니다. 그때 남한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켜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불렀지요. 하지만, 이제는 북한에서도 아이들을 낳아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 북한여성들이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다고 합니다.
기자: 요즘 북한 여성들은 “하나를 키워도 제대로 키우자”라고 하지 않으면, 아예 아이를 낳지 않고 사는 여성들이 많다고 하여 북한에서도 인구 감소가 사회적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듣고 다음시간에 또다른 새로운 내용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늘 수고 하셨습니다.
정은이 연구위원: 네 고맙습니다.
경제와 우리 생활 지금까지 도움 말씀에는 남한의 통일연구원 정은이 연구위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정영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