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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북한은 최근 몇 달 사이에 발생한 큰물 피해와 태풍 피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남한의 대한적십자사는 북한 이재민 긴급복구에 사용할 물자와 식량을 인도적 차원에서 다음 달 중순까지 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북한의 식량 사정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알아보고 이번에 북한에 지원되는 물품들과 그 의미에 대해 알아봅니다.

북한은 예년에 없이 7월 말부터 퍼부은 많은 비 때문에 피해 지역에선 농경지가 침수되고 살림집이 물에 떠내려가는 등 그 피해 정도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도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남한에 사는 탈북자 이철수(가명) 씨는 RFA 자유아시아방송에 알려왔습니다.
이철수: 저녁에 아들하고 전화를 했는데 굶어 죽고 난리가 났답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옛날이라고 합니다. 인민반들이 담당 주지원, 인민반장들에게 지시해서 사람이 죽었으면 소문나지 않게 통제를 한다는 겁니다. 말이 나가지 않게 한다는 겁니다.
기자: 어느 지역이 그렇다는 겁니까?
이: 함북도 함남도 단천, 길주 등 다 그렇답니다.
기자: 함경도는 다 어렵다는 거네요.
이: 수해가 난 신의주는 물론 올해는 평양 가까운 곳까지 수해가 크게 나서 심한 것 같습니다.
북한에 사는 가족과 정기적으로 전화 연락을 하는 이 씨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굶어 죽는 사람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지난 1990년대 말 북한에 있었던 고난의 행군 시절처럼 제대로 먹지 못해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히 수해 피해 지역인 함북도와 양강도는 밭 농작물의 피해가 커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전해왔습니다. 이 씨는 또 추석을 즈음해 가족을 찾는 사람이 많은데 큰물 피해의 여파로 연결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철수: 대한민국에 와 있는 사람들이 추석이 가까우니까 돈을 보내려고 북한에 있는 가족 찾는 사람이 많습니다. 또 북한에 있는 사람도 여기 와 있는 형제 가족 찾느라고 부탁하는 사람들이 많거든요. 부탁을 받으면 북에 있는 사람이 집에까지 찾아갑니다. 열차 타고 자동차 타고 갑니다. 열흘 전에 평양 가라고 보냈는데 가지 못하고 도중에서 일주일 만에 되돌아왔더라고요. 왜 왔는가 하니까, 장마로 다리가 다 끊기고 철길, 자동차 길도 막히고 갈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의 식량사정이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은 장마당 통제가 많이 약해진 것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철수: 장사하는 것도 원래 시장 안에서만 하는데 보름 전부터는 아무 곳에서나 장사해도 된다고 허락했다는 겁니다. 함경북도만 그런 것이 아니고 신의주도 그런데 황해도 이남 평양은 사람을 띄우지 못했습니다.
북한의 큰물 피해 상황이 알려지면서 남한을 포함한 외부 세계의 긴급복구 지원이 북한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한적십자사도 민간 차원의 지원을 이미 밝혔습니다.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의 말입니다.
유종하: 쌀은 5kg짜리 100만 포대로 이것은 약 20만 명의 50일 분 식량입니다. 그리고 시멘트 40kg짜리 25만 포대.
신의주의 수해지역 주민에게 전달될 구호물자는 쌀과 시멘트 이외에 뜨거운 물을 부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포장된 컵라면 300만 개 그리고 약간의 생필품과 의약품이 포함됐습니다. 특히 이번에 북한에 전달되는 쌀은 과거 남측에서 40㎏짜리 포대에 넣어 보낸 것과 달리 5㎏ 포장을 해 보다 많은 가정에 분배되도록 그 단위를 작게 했습니다.
유 총재는 수송비를 제외할 때 북한에 전달되는 긴급구호물자는 남한 돈으로 110억 원 정도며 미국 돈으로 하면 약 1,000만 달러 정도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남한 정부는 북한의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에도 인도적 차원의 대북 수해지원용으로 쌀 10만t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긴급복구 지원은 아니지만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거의 매년 정부 차원에서 30만t 이상의 쌀을 북측에 지원했습니다. 남한 농촌경제연구원 북한농업담당 권태진 박사입니다.
권태진: 2000년 들어서는 두 번 있었는데 보통 10만 톤 정도 건너갔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수해지원은 과거와 비교하면 수해 피해가 작기도 했지만 지원량도 줄었습니다.
이번에 남측에서 북으로 가는 쌀은 2007년산 재고량으로 당시 남한 농림수산부의 양곡판매 고시 가격은 쌀 1t당 154만 원으로 미화 1,300달러 정도입니다. 북한에 보내는 쌀은 현재 벼의 상태로 보관 중이던 것을 북한에 보낼 때는 바로 신의주 주민이 밥을 지어 먹을 수 있도록 해서 보내게 됩니다.
권태진: 도정을 해서 보냅니다. 잘 못해서 우리가 도정을 하지 않고 보내면 그것을 오랫동안 보관을 할 수 있거든요. 길게는 10년 이상 보관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군량미 전용으로 가는 우려도 커지고 해서 쌀을 도정해서 보내면 대개는 몇 달 이내에 먹어야 하기 때문에 어떤 형태로든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는 것이죠. 벼로 보관하고 있는 상태가 보통 한 2년 정도 된 벼를 가지고 도정해서 바로 보내기 때문에 밥맛이 굉장히 좋은 쌀입니다.
북한에 지원되는 식량은 예전 규모에 비해 크게는 10분의 1수준도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더 많이 보내야 된다는 주장도 합니다. 하지만 남한의 통일관련 민간학술 단체인 북한전략센터 김광인 소장은 정부 차원이 아닌 민간이 주도해 인도적 차원에서 보내는 식량지원이기 때문에 그 의미는 충분하다고 말합니다.
김광인: 구호 즉 긴급지원은 많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과거 정부는 사실은 구호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 지원에 가까웠습니다. 지금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봐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남을 돕는 일은 보통 국민이 십시일반 낸 성금으로 물품을 구입하고 피해 주민들에게 전달됩니다. 그래서 민의 즉 북한 주민을 도와줘야 한다는 남한 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지원이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남측의 군함이 북측의 공격에 의해 침몰했다며 북측에 사과를 요구하는 등 꽁꽁 얼어 있는 남북관계 현 시점에서 남한 주민의 대북지원에 대한 분위기는 어떤지?
김광인: 우리 국민의 생각이 다들 조금씩 다른데 남북관계와 상관없이 인도지원과 인권문제는 상시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 보통 양식 있는 사람들의 생각입니다. 문제는 남북관계가 경색상태인데 그럼에도 일각에서 특히 야당에선 대북지원은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그런 분위기도 있기 때문에 마침 북한에서 수해를 당했고 동족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냥 가만히 있기도 사실은 그렇습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지원은 없고 다만 인도지원 차원에서 성의를 표시한 것으로 이해합니다.
기자: 김 소장님 북한은 예전처럼 남측의 대규모 식량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더 어렵게 됐는데요. 보통 협상을 자기에게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면 손에 쥔 패가 좋아야 한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북한이 남한에 꺼낼 수 있는 협상카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김광인: 거의 없어요. 북한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 수는 없는 것이고 북한도 전례로 볼 때 손을 잘 내밀지 않습니다. 다만 자기들이 불리할 때 하는 것이죠. 이번에도 이산가족 상봉도 전례 없이 먼저 손을 내밀었는데 물리적으로 추석 때 열릴 수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내민 것을 보면 북한이 대단히 궁색하고 아쉬운 처지에 놓은 것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궁금증을 풀어 드립니다.’ 오늘은 북한의 식량사정과 북한으로 가는 긴급구호물자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