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택과 겨울난방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1.02.09
북한, 주택과 겨울난방 지방 도시의 아파트. 겨울철이면 난방용 연료 문제가 큰 걱정거리인 가운데 베란다에 겨우내 사용할 장작을 잘잘하게 뽀개서 쌓아놓은 지방도시 아파트. 2000년 함경남도.
/연합뉴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올해 겨울은 눈도 많이 오고 상당히 춥습니다. 물론 겨울날씨가 추워야겠지만 너무 춥다고 느껴지는 것이 문제인데요. 북한주민들은 외부활동을 끝내고 집에 돌아오면 방에서 제일 따뜻한 구들목부터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은 ‘이가 ACM 건축사무소’ 이종석 사장을 통해 겨울철 주택난방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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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 ACM 건축사무소’ 이종석 사장.


기자: 안녕하세요. 아무리 건축가라고 해도 현재 분단 상황에서 북쪽의 건축물에 대해 알기는 힘든데요. 어떻게 북한건축 전문가가 되신 건가요?

이종석 사장: 북한건축을 연구하고 관심이 있다 보니까 건축은 사실 좀 여러 학문에 걸쳐 있는 분야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북한학이라는 것을 통해서 이런 것까지 북한의 역사와 사회 문화 이런 것까지 접하지 않으면 너무 편협 된 인식을 가질 것 같아서 저는 북한학을 석사부터 전공했습니다.

기자: 그렇군요. 요즘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옛날 온돌방 생각이 많이 나는데요. 집안이라도 방에 떠놓은 물그릇이 아침이면 꽁꽁 얼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는 웃풍 즉 웃바람이 심해서 그렇다고들 했는데요.

이종석 사장: 맞습니다. 과거 우리의 주거환경은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한옥구조의 경우 매우 과학적이고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공법으로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이었으나 일반 서민들의 주택은 흙벽에 농가에서 나온 볏짚을 이용하여 지붕을 얹은 초가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옛날엔 한옥집이건 초가집이건 단열재라는 것이 개발되기 전이기 때문에 천연 흙에 목재를 이용한 외벽은 지금과 비교하면 매우 단열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고 각 부재의 접합면이 지금처럼 일체화 되어있지 않다 보니 겨울철 외풍이 틈새를 통해 방안에까지 들어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방바닥은 절절 끓고 실내공기는 차가워서 입김이 나는 건 당연합니다.

기자: 북한의 집들을 사진으로 보면 옛날 남한의 옛날 집 모습과 비슷한데요. 그 말은 온돌 난방을 하고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종석 사장: 네, 온돌은 기술적으로는 복사열을 이용하여 실내공기를 덥히는 방식인데요. 이 난방방식은 현대에 와서 거의 모든 아파트와 주택, 일반 건축물에 이르기까지 적용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해외에서도 복사열을 이용한 한국식 바닥난방 방식을 적용하고 있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외벽의 단열성능과 틈새바람에 의한 난방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이것은 밥을 지을 때 때고 남은 불씨 가득한 재를 화로에 담아 방안에 공기를 훈훈하게 해주었던 것입니다. 이 난방방식은 서양에서 주로 사용해 왔던 대류식이란 것보다도 열효율 면에서 가장 우수한 방식입니다.

기자: 예전이나 지금이나 도시와 시골은 집의 형태도 다른데요. 남한에서 집의 형태가 변한 것은 언제부터라고 보면 될까요?

이종석 사장: 남한은 1970년대에 들어서 6.25전쟁 이후의 어려운 민생문제와 경제중심의 성장정책을 앞에 두고 새마을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났습니다. 저는 이 당시 초등학생이었는데 매일같이 새마을 운동정신에 대해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기억이 납니다. 제가 노래는 잘 못하지만 한번 잠깐 불러보면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 길도 넓히고 푸른동산 만들어~”라고 했던 것처럼 시골에 있던 초가집의 대부분이 사라지게 됩니다. 초가지붕을 걷어내고 대신 양철지붕을 씌운 집이 많았습니다. 초가집 지붕은 볏짚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단열재 역할을 충분히 했는데 양철지붕으로 바뀌니 단열효과가 있을리 없죠.

여름철에는 철재지붕에서 내려오는 열기가 엄청 났을 것이고 겨울에는 훈훈한 공기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때도 좀 잘사는 집이나 도시의 주택은 또 다른 상황으로 바뀌어 갑니다. 소위 양옥집이란 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그전에도 잘사는 분들이야 좋은 집을 지울 수 있었지만 일반 서민들에게는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새마을 운동의 시작으로 인해서 이 양옥집이 광범위하게 공급이 되었습니다. 이때 주로 벽돌이나 블록을 이용한 주택구조이기 때문에 일부 성능이 좋지는 않았지만 단열재 시공을 하기 시작한 겁니다.

기자: 북한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종석 사장: 북한은 1953년 남한하고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이 끝나자마자 전후 복구사업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루려는 노력을 했던 모양입니다. 당시 광범위한 건축물의 건설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양은 거의 제로그라운드에서 새로운 도시를 건설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반면 농촌주택은 남한과 상황이 달랐습니다. 남한은 전통적인 자연지형을 따라 과거부터 군락이 형성됐고 각자 소유하고 있는 농지에서 개별적인 농사가 가능한 반면 북한은 농지와 농작물의 사유화가 어려운 관계로 집단영농체제에 따른 농촌주택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초등학교 교실에 책상이 줄 맞추어 놓여있듯이 북한의 농촌주택은 이와 비슷한 배치 형태를 취하고 있고 몇 가구씩 한 개 동을 공유하는 일종의 공동주택개념을 가진 주택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남한의 자연발생적 마을형태와는 달리 매우 인위적이고 뭔가 강요 받는 듯한 형태로 보입니다. 이것은 사회주의 경제체제와 그 구조를 건축에서도 볼 수 있는 내용일 것입니다.

기자: 남한에선 겨울 난방연료를 현재 기름이나 가스를 쓰는데 북한은 사정이 다르잖습니까?

이종석 사장: 북한은 아직도 도시의 아파트건 외곽의 농촌주택이건 나무나 일부 연탄을 이용해 난방을 합니다. 그 바람에 인근 산에서 자라던 나무는 땔감으로는 제격이었겠죠. 그 결과 어떻게 되었습니까? 북한의 산에는 나무가 별로 없는 민둥산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남한보다 훨씬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 에너지난에 허덕이고 주민들에게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또한 남한과 같이 고도화 된 난방설비나 주택의 단열성능을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요?

그 이유는 북한에는 관련 산업이 거의 없거나 작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거의 모든 생산설비를 국가가 소유하고 관장하기 때문에 일반소비자의 수요에 대해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집에 나무 때는 구조를 연탄보일러로 바꾸고 싶어도 우선 연탄을 공급받지 못하고, 집을 개량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공급받을 수 없습니다. 즉, 건축관련 산업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재원, 자재 및 설비, 기술, 인력이 쉽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북한에서는 일부 계층만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기자: 요즘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매일같이 신기술이 나오고 집을 짓는데 들어가는 내구재도 좋아졌지 않습니까?

이종석 사장: 그렇죠. 남한에서는 일반 국민에게 제공되는 에너지가 국가적인 자원이기 때문에 효율을 무척 강조합니다. 전기나 전자제품을 판매할 때도 에너지 효율을 명시하듯이 주택에도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단열재의 두께부터 각각의 단열재의 성능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한의 건축물은 일정수준 이상으로 에너지에 대해 좋은 성능을 갖출 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기자: 올해처럼 추운 겨울에는 남한보다 북한의 기온이 더 낮기 때문에 주민들의 고생이 말이 아닐 텐데요. 겨울 난방에 도움이 되는 말씀으로 정리를 좀 해주시죠.

이종석 사장: 네, 아마 올해 같은 경우는 다 아시겠지만 북한지역의 겨울 날씨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주택에 훌륭한 난방기가 있는 것 보다 단열 성능이 조금이라도 확보된 외벽구조가 훨씬 중요합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향후 지금의 난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모르지만 주택문제는 앞으로도 심각한 숙제입니다. 우선은 쉽고 빨리 개선할 수 있는 문제를 짚어본다면 첫째 북한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난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리적인 외벽단열 시스템의 적용 둘째 간편한 에너지 공급이 가능한 태양광이나 풍력 등을 이용한 대체에너지 공급방안 셋째 북한에 최소한의 건축산업이 가동될 수 있도록 건축관련 유통구조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넷째 남북의 보편적 기술의 공유를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해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노력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거환경을 개선해 주려는 노력이 왜 중요한지 고민해야 하겠습니다. 즉, 북한주민의 인권문제를 북한의 주거환경과 연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북한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주민들의 겨울철 고된 삶으로 이어져 인간의 존엄성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이가 ACM 건축사무소’ 이종석 사장을 통해 겨울철 주택난방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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