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종합병원 건설사업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0-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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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종합병원 조감도
평양종합병원 조감도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대동강 유역 문수거리에 종합병원 건설을 위해 많은 사람이 땀 흘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주민 건강을 위해 병원 건설은 어디서나 환영 받는 일인데요. 오늘은 아이에프 건축사사무소 차상욱 대표를 통해 평양에 건설중인 병원에 대해 알아봅니다.

기자: 지금 북한이 평양에 대형 종합병원을 건설하느라 총력전을 펴고 있는데요. 외부세계에서는 공사기간이 너무 짧은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잖습니까? 병원의 위치와 공정기간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차상욱 대표: 네, 현재 건설되고 있는 ‘평양종합병원’은 평양의 도시계획적 측면에서 대단히 상징적인 장소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대동강을 중심으로 좌측 만수대 언덕에서 우측의 당창건 기념탑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축선 위에 놓여졌기 때문입니다. 그 관념적인 동서축의 의미가 북한의 입장에서는 워낙 중요한 것이어서 축선이 지나가는 하부를 오랫동안 선형의 광장형태로 비워두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곳에 병원을 짓기로 결정한 것을 보면 북한당국이 이 병원건설에 부여하는 ‘상징성’ 못지않게 ‘병원건축의 질적인 완성도’에 있어서도 예사롭지 않은 준비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말씀하신 바와 같이 ‘속도전’ 그것도 ‘200일짜리 속도전’이 착공 당시부터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여되는 것을 보면서 저 또한 ‘질적인 완성도’에 대한 기대 보다 우려하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은 200일 안에 20층 규모의 병동 2개가 포함된 대형병원을 건설한다는 건데요. 일반적으로 20층 건물 한 동을 짓는데 평균 기간을 얼마나 책정합니까?

차상욱 대표: 층수 이외에 여러 가지 조건에 따라 건축물의 공사기간은 달라지므로 일반화해서 말씀 드리기는 곤란하지만 조감도에 표현된 병동만을 떼어내서 생각해 본다면 비슷한 조건일 경우 상부 구조물의 골조 공사에만 약 150일정도 소요된다고 예상합니다. 여기에 내부와 외부의 마감공사와 각종 설비공사까지 마무리되는 기간을 더하면 300일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자: 그러니까 정말 속도전이란 표현이 맞는데요.

차상욱 대표: 네, 그런데 평양종합병원은 지상층 연면적이 약 22만 ㎡에 달하는 대규모 수평적 건설공사라는 관점에서 판단해야 합니다. 이 병원은 4층 규모의 넓은 구조물로 기존의 광장을 가득 채울 만큼 거대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말씀하신 병동 2개는 그 거대한 수평적 구조물의 동측 일부에 마치 끼워놓은 것같이 설계되어 있다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설계자가 병동을 2개로 나누어 배치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앞서 말씀 드린 관념적 축선의 흐름을 막지 않기 위한 의도였다고 판단되는데요. 북한의 설계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그들에게 대단히 중요한 제약요인 하나를 설계에 반영하자니 병동 상호간의 거리가 너무 좁아져서 병실이 서로 훤히 마주 보이는 문제가 포착되었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주보는 병동을 서로 어긋나게 배치한 것 같은데 이것은 오히려 북한의 병원건축에 과거와 다른 특성을 허용하는 동기를 만들어 준 것으로 보입니다. 즉, 권위적인 대칭성에서 탈피함으로써 비대칭이 만들어내는 형태의 다양성을 연출해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기자: 좀 쉽게 설명을 해주십시오.

차상욱 대표: 네, 간단히 말하면 병원의 생김새가 다소 복잡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건물의 형태가 복잡해지면 골조공사뿐만 아니라 마감공사로 이어질수록 공사기간을 많이 잡아먹는 요인이 되기 때문에 이점은 분명히 ‘200일 속도전’에 부담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하지만 북한에도 나름 우수한 전문가 집단이 존재하는 만큼 200일이라는 공사일정은 북한의 건설여건에 근거하여 그들이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결과로 발표된 것일 테니 북한 당국이 완공을 선언하는 시점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다만 병원기능의 질적인 완성도는 따로 평가해야겠지요.

기자: 노동신문에 따르면 ‘치기공사 과제의 76퍼센트 계선을 돌파했고 20층에 달하는 2호동 골조공사를 끝냈다’ 고 하는데 무슨 말입니까?

차상욱 대표: 네, 우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전체 콘크리트 타설 공사의 공정이 목표치의 76%를 넘어섰으며, 두 개 병동 가운데 2호 병동의 골조공사는 완료되었다.”라고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기사를 보고 북한이 속도전을 가능하게 만드는 방식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목표달성의 결과를 ‘근위영웅여단’과 ‘8건설국 건설자’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병원 건설에서도 치열한 경쟁구도가 활용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러한 방식은 성과를 높이기 위해 어느 나라에서든 쉽게 활용되는 것이기도 하지만 공사현장에서 잘못 관리될 경우 치명적인 문제가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단점도 큽니다.

기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겁니까?

차상욱 대표: 예를 들어 경쟁자들이 할당 받은 공사영역이 서로 맞닿는 부분에 이르면 책임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예외 없이 취약부분이 만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단기적인 성과만을 확인 받는데 급급하다 보니 향후 발생하게 될 부실시공을 합의하에 은폐해 버리기 쉽다는 점입니다.

기자: 보통 고층건물을 시내에서 건설할 때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나 그 기준이 있잖습니까? 이런 것이 잘 안 지켜져서 외부세계에서는 부실공사를 우려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어떤 것일까요?

차상욱 대표: 대한민국의 건축법령에 따르면 30층 이상 건축물을 고층건물로 분류합니다. 이런 건축물의 건설에는 그 위치가 어디든 상관없이 수많은 기준들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적용됩니다. 중요한 것 몇 가지를 말씀 드리면 구조내력, 지진내력, 화재예방, 피난안전, 불연재료 사용 등에 관한 기준을 들 수 있습니다. 이 기준들은 고층건물이 아니어도 설계에 반영하는 것들이지만 고층건물로 계획될 경우 훨씬 강화된 기준을 따라야 합니다. 이 기준들을 가만히 보게 되면 공사과정의 안전뿐만 아니라 향후 있을 수도 있는 재난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기자: 직접 현장을 보지 않고 사진으로 보도 되는 것만으로는 자세한 것을 알 수 없지만 보통 시내에 고층건물을 건설 할 때 기본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있을 것 같은데요. 예를 들어 주차장 시설 같은 것 말입니다.

차상욱 대표: 물론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현장을 방문한다 해도 아는 만큼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사진이나 영상자료를 통해 분석해 내는 이해의 정도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건축분야는 설계와 시공 과정의 경험치가 사진과 기타 자료만으로도 건축물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되는 영역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예로 드신 주차장 시설을 평가하자면 북한의 건축관련법에서 우리와 같은 주차장설치 기준이 확인되지 않는 것을 통해 사진 상으로 파악되는 주차장 부재의 현실이 입증되기도 합니다. 차량의 개인 소유가 오랫동안 제한되어 있던 북한에서 굳이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서 지하주차장까지 만들어야 할 이유도 없을 것입니다.

또 다른 사례를 말씀 드리자면 북한의 고층건물이 지닌 구조적 불안을 들 수 있습니다. 북한은 공사에 투입된 인민들의 가열찬 분위기를 홍보하기 위해 많은 공사현장 사진을 활용해왔는데요. 그런 사진들을 모아 분석해 보면 여지없이 상식에서 벗어난 시공을 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와 외부세계의 건축전문가들이 축적된 경험을 통해 정립한 시공기준과 순서를 따르지 않은 채 건설되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 너무나도 뚜렷하게 보인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면 고층건물인데도 철근의 배근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철근의 조립방법 또한 허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쪽에서는 소요강도가 검증되지도 않은 콘크리트를 삽으로 떠 넣고 있는 장면들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사례 가운데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도 사진을 본 건축전문가들로 하여금 향후 북한 건축의 지속성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게 만드는 단서가 되고 있습니다.

기자: 이제 마칠 시간이 됐습니다. 현재 공사 중인 ‘평양종합병원’을 건축전문가의 관점에서 정리해 주시죠.

차상욱 대표: 네, 대동강 구역의 문수거리 주변에는 대형 전문병원들이 상당수 위치하고 있습니다. 김만유병원, 평양산원, 옥류아동병원 등이 그것입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2016년에 눈을 형상화한 대형창문을 달고 등장한 류경안과병원도 바로 이곳에 있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이 이와 같이 의료시설로 특성화된 지역에 조성되는 만큼 훌륭하게 지어져서 북한 주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임무 또한 훌륭하게 수행하게 되길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병원의 기능을 담고 있는 건축물의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너무 서두르지 말고 정확하게 시공하는데 중점을 두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평양에 건설중인 병원에 대해 아이에프 건축사사무소 차상욱 대표를 통해 이모저모를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이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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