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 못 하면 낭패본다

중국 단둥시 외곽에 위치한 수풍댐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한 초소 너머로 어디론가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중국 단둥시 외곽에 위치한 수풍댐 인근에서 바라본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서 한 초소 너머로 어디론가 이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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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옛날에는 비가 오랫동안 오지 않아 가뭄이 들면 임금을 비롯한 조정대신들이 기우제를 올렸습니다. 물론 민간에서도 비를 내리게 해달라고 각종 주술적 방법을 동원해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요. 요즘 그런일이 벌어진다면 아마도 웃음꺼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봄철 한반도 강수량과 관련해 케이웨더 차상민 공기지능센터장을 통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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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 지난해 2019년 100년만의 최악의 가뭄이란 보도가 있었습니다. 3월 현재 한반도 강수량 상황은 어떻습니까?

차상민 센터장: 북한은 2019년에 누적 강수량이 1171.8mm로 평년값(1207.6~1446mm)보다는 적었으나(1973년 이후 하위 16위) 최악의 가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 5월10일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북한이 “기상 관측 이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실제로 작년 5월까지 북한의 강수량은 54.4mm로 평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었습니다. 작년에 북한에서는 물이 가장 필요한 농번기에 최악의 가뭄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10월에는 비가 한꺼번에 내려 1973년 기상관측 이래 10월에 내린 비로는 최고의 강수량(169mm)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이처럼 연간 강수량으로 보면 평년보다 강수량이 적은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가뭄이 심각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정작 물이 필요한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고 겨울에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기 때문에 필요한 때에 물이 부족하게 된 겁니다.

기자: 그래서 북한에선 저수 시설 보강에 대해 주민을 독려하는 일이 있었지만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차상민 센터장: 네. 북한에 저수시설, 즉 댐이나 저수지가 많아서 겨울에 내린 비를 저장할 수 있거나, 여름에 이 물을 필요한 지역에 공급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재 북한의 수자원 관리 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 비가 아무리 많이 내린다 하더라도 대부분 바다로 흘러가 버려서 큰 도움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북한을 비롯한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이상이 산악지형이기 때문에 내린 비가 바로 바다 쪽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기자: 올 겨울 유난히 눈이 안 내린 해였습니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차상민 센터장: 지난겨울(2019.12~2020.2)은 역대 기상관측(즉 1973년)이래 가장 기온이 높은 겨울이었습니다. 북한의 평균기온은 -3℃로 평년(-5.6℃ ±0.5℃)보다 높았습니다. 그래서 눈이 안 내렸습니다. 그러나 눈은 안 내렸지만 대신 비가 내려서 강수량이 적은 것은 아닙니다. 지난겨울 북한의 강수량은 90.7mm로 평년(8.7~15.9mm)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이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이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이 북한에서는 겨울에 내린 비는 저장이 안 되기 때문에 농번기에 모내기하거나 농작물에 필요한 물을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겨울에 내리는 비가 눈으로 내렸다면 쌓인 눈이 지표면에 머물러 있게 되어 바로 강으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봄철에 녹으면서 농사시기에 물을 공급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이렇게 보면 겨울에 눈 대신 비가 온 것이 또 다른 봄철 가뭄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기자: 올해도 지난여름처럼 농번기에 강수량이 적어 가뭄이 예상 된다면 북한에서 준비할 것은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차상민 센터장: 강수량이 적었다고 말하기 보다는 필요한 물이 부족하게 된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입니다. 강수량이 많고 적음이 물 부족의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는 있어도 물 부족의 결정적인 유일한 원인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물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강우량이 적더라도 잘 저장했다가 필요한 시기에 쓸 수 있도록 댐이나 저수 시설을 잘 구비해야 하고, 아울러 이 물을 필요한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수도관이나 수로를 잘 정비해야 합니다. 아울러 산에 나무를 많이 심어서 눈이나 비가 지표면에 오래 머물러 있다가 조금씩 흘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아니지만 꾸준히 준비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코로나19(COVID-19)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끼고 대대적인 식목행사를 하는 것을 뉴스에서 봤는데, 이러한 일들이 의미 있는 것들입니다.

기자: 보통 사람들은 비가 안와서 가뭄이다 생각하는데 대표님 말씀을 들어보면 관리만 잘하면 비가 안와도 그렇게 심각한 걱정은 없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런데 한국은 물 부족 국가로는 세계에서 5번째라는 말도 기억이 나는데요.

차상민 센터장: ‘물 부족 국가’인가 아닌가 하는 문제는 사실 간단하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작년 8월에 ‘세계 수자원 위험지도 (Global Water Risk Atlas)’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전 세계 164개 국가를 대상으로 ’물 스트레스‘ 가 높은 순서를 평가했는데, 이에 따르면 북한이 69위로 53위인 한국보다 물부족 스트레스가 덜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 부족 여부를 계산할 때 쓰이는 방법이 인구밀도에 강수량을 비교하는 것인데, 이러한 방법으로 계산하면 인구밀도가 높은 한국과 벨기에는 물 부족 국가가 되고 사하라 사막 국가들은 인구 밀도가 낮아 물 풍요국가가 되는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이라 여름 우기에 빗물을 저장하지 않으면 바다로 흘러갑니다. 물의 공급은 그때그때의 강수량과 물 정화 능력, 물 공급 능력, 국토 내 담수 능력 등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계자원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북한은 물부족 국가에 속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물관리 능력이 최하위권에 있어서 가뭄과 홍수에 대한 위험이 ‘극도로 높은 나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민 생활안전과 식량안보가 위협을 받게 되는 겁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올해도 북한을 식량부족국가로 지정했습니다.(3월1일) 유엔식량농업기와 세계식량계획(WFP)이 분석한 식량안정평가에 의하면 북한 주민의 40%인 1010만 명의 식량에 해당하는 158만5천톤이 부족할 것이라고 합니다.

기자: 북한 봄농사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시기에 도움이 될 말씀 해주십시오.

차상민 센터장: 지난겨울에 눈은 내리지 않았지만 겨울비치고는 많은 양이 내려서 다행히도 봄 농사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기후변화에 의한 강우 패턴이 달라지고 있고, 특히 물이 필요한 농번기, 즉 모내기 시기인 4월~6월에 가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수년간 반복되고 있어서 쌀 등 주곡농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됩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수리시설, 산림녹화 등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오늘은 봄철 한반도 강수량과 관련해 케이웨더 차상민 공기지능센터장을 통해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