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핵·경제 병진 정책은 정치적 타락

장진성∙탈북 작가
2013.04.16
golden_district_dandong-305.jpg 중국 단둥에서 바라 본 북한 황금평 경제특구의 모습. '황금평 경제구' 기둥 너머로 새로 지은 양국 공동관리위원회 청사가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김정은 정권의 잘못된 정책결정에 대해 말씀 드리 겠습니다. 얼마 전 북한 정권은 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라며 경제와 핵 무력을 병진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장거리로켓과 핵실험을 계기로 유엔안보리 제재를 받는 시기에 나온 결정이어서 국제사회의 비난이 더 컸습니다.

사실 이번 결정은 국방공업을 우선적으로 발전시키고 경공업과 농업을 동시에 발전시키겠다는 김일성의 국방 공업 우선 정책의 연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김일성의 실책을 그대로 계승 하겠다는 정치적 타락 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김일성의 국방공업 선행노선은 1962년 당 중앙위원회 제4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처음 제기됐습니다. 그 전까지는 6.25전쟁 참패에 따른 책임 공방과, 그리고 친 소련 파와 친 중국 파간의 권력 갈등과 대립에 신경 쓰느라 자주적 노선을 준비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50년대 말부터 60년대 초반까지 이른바 종파 투쟁에서 확고한 주도권을 가지게 된 이후부터 김일성은 구 소련과 중국에 휘둘리지 않는 자립적 정권건설을 추진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김 씨 왕조 정권을 구축하기 위한 주체 이념을 현실화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는 소련과의 협의로 58년 중국 지원군이 북한에서 완전히 철수한 뒤여서 김일성은 정치 자주의 우선 조건을 안보 자주로 인식했던 것입니다. 더구나 6.25남침 때 스탈린이 약속했던 무기를 제 때에 보내주지 않아 서울에서 3일간 지체했고, 그 3일이 장기전으로 이어져 미국과 유엔의 개입을 확대 시켰다고 보았던 김일성이어서 자주국방 건설에 대한 갈망이 더 컸던 것입니다.

김일성의 국방우선정책은 단순히 공업화 수준에서만이 아니라 전군의 간부화, 무기의 현대화, 전국의 요새화, 전인민의 무장화, 이렇게 4대 노선도 포함된 군사체제 건설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에서 공산 통일을 본 김일성은 적화 통일의 자신감을 갖고 군사제일주의 정책을 더욱 무리하게 추진하게 됩니다.

하여 인민경제를 총괄하는 내각경제를 제1경제로, 군수산업을 총괄하는 군 경제는 제2경제지도위원회로 명명했지만 항상 김일성의 국가유일 경제 계획에는 그 전자와 후자가 뒤바뀌어 있었습니다. 김정일이 세습 정치를 하면서부터 북한의 제2경제 지도위원회는 더 확대됐습니다. 무기 현대화를 위해서는 필요 설비나 자재, 부속품들을 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김정일은 신격화 선전과 군수 산업 건설 명목으로 당 경제를 내각 경제보다 더 위에 놓는 정책을 추진하게 됩니다.

하여 그때부터 어장, 금광, 탄광, 광산 등 외화벌이가 될 만한 북한의 모든 원천 지들은 당 38호실과 39호실에 집중됩니다. 38호실은 비 외교권 나라들과의 무역, 39호실은 외교관계에 있는 나라들과의 무역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는 부서입니다. 현재 남북 경협을 당 38호실이 주도하는 것도 북한이 남한과 비 합법적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개의 부서들 중 초기에는 당 39호실이 핵심 부서였습니다. 사회주의 동구권이라는 시장이 있어서였습니다. 그러나 구 소련 해체 이후 북한은 어쩔 수 없이 자본주의 시장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김정일 때는 당38호실이 김정일의 주요 금고 역할을 했었습니다.

결국 1994년 배급제 붕괴와 함께 내각 경제는 완전히 와해됐고, 현재 북한에는 당 경제와 군 경제만 남게 됐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민 경제는 “자력갱생”의 장마당에 내 맡기고, 신격화와 핵무기 생산만 정권이 주도하고 관리하는 선군 정치의 3대 세습 체제가 된 것입니다.

때문에 오늘날 김정은이 핵 과 경제를 병진시키겠다는 것은 사실상 군 경제와 신격화 경제만 돌보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정말로 인민 경제를 발전 시킬 의도가 있다면 중국처럼 개방을 해야 하는데 국제 제재를 더 가증시킬 핵 무기나 만들겠다니, 이는 할아버지, 아버지 때보다 더 폐쇄적이고 도발적인 체제로 만들겠다는 공언인 것입니다.

한마디로 결코 병진이 될 수 없는 모순 노선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이는 왜 핵을 제일 먼저 앞에 놓는 정책을 고집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세습 정치의 핵심인 김정은의 신격 화 지위가 현재 안팎으로 위협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때에는 굳이 핵무기를 갖고 있지 않아도 나름 정권 안정을 과신할 수 있는 대내외적인 요인들이 많았습니다. 밖에는 사회주의 동구권이 있었고, 안에는 신격화에 세뇌된 주민들의 지지가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김정일은 참으로 힘든 지도자였습니다. 아버지의 후광이 점차 희미해지자 나중엔 선군 정치라는 계엄 통치로 체제를 지탱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렇게 물려받은 불리한 민심과 빈곤의 체제에서 젊은 김정은이 지도자 행세를 하자면 기필코 그 어떤 자극이 필요한데 그렇다고 요란한 숙청을 단행 할 실권도 없는 형편입니다. 단 하나, 더 위험해진 젊은 지도자라는 인식을 외부 에서부터 만들어내어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그러자면 핵 무기가 필요하고, 그렇게 계속 핵 무장을 떠들어야 외부의 시선을 안으로 끌어들여 신격화 근거로 조작하고 전파 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풍선은 부풀어 있지만 속은 텅 비어있습니다. 자기 푼수에 맞지 않게 더 부풀리면 터지기 마련입니다. 미국을 상대로 핵 전쟁 협박까지 운운하는 김정은 정권의 지금 행태를 보면 그런 풍선의 마지막 팽창을 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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