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드디어 유일지도체제 붕괴되나?

장진성∙탈북 작가
2013-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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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열린 은하수음악회를 관람한 (왼쪽부터)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경희 당비서.
지난 4월 15일 태양절을 맞아 열린 은하수음악회를 관람한 (왼쪽부터)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김경희 당비서.
사진-연합뉴스 제공

얼마 전 북한인민보안부가 대북전문매체인 뉴포커스를 향해 물리적으로 제거하겠다는 내용의 특별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대남공작부서나 군부가 아닌 북한 내부 경찰 조직의 인민보안부가 대외 협박 성 특별담화문을 발표하기는 아마 이번이 처음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그 동안 뉴포커스가 해외에 근무하는 북한출장자들의 제보를 근거로 계속 보도해왔기 때문에 그 연관 자들을 적발, 소탕하겠다는 대내적 협박으로도 해석됩니다. 그만큼 뉴포커스의 특종은 비록 많지 않았지만 적은 대신 그 신뢰의 가치와 전파력은 아주 컸습니다.

최근 그 통신원들 중 몇 사람이 북한의 변화를 알 수 있게 하는 똑같은 증언을 했습니다. 현재 3대 세습 북한에서 김정일 유일지도체제에선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중대한 권력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일 유훈을 놓고 대립하는 정책적 강경파와 온건파가 생긴 것입니다. 온건파는 강성부국 건설 차원에서 인민경제 선행을 주장하는 장성택 중심의 세력이고, 강경파는 선군 정치 명목으로 핵무장 노선을 고집하는 당조직부와 군부라고 합니다. 김정은이 ‘핵+경제=병진정책’을 공식화한 것도 이러한 양 측의 세력 짬에 끼워있는 피동적 지위의 반영인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그 세력 갈등은 단순히 노선차이가 아닌 ‘곁가지노선’에서 비롯된 역사적인 것입니다. 김정일은 집권기간 나무가 곧게 자라자면 가지를 잘라줘야 한다며 유일지도체제를 분산시킬 수 있는 친인척들을 곁가지로 분류하고 견제하도록 했습니다. 김정일의 그 ‘곁가지노선’은 과거 김성애와 김평일 세력을 숙청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그 이후에도 당 조직부의 엄격한 내규로 지정돼 왔었습니다.

하여 김경희나 장성택은 오래 전부터 그 ‘곁가지노선’의 제1호 감시 대상이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최고 권력조직인 당조직부와 김정은의 최대 후견인인 장성택과의 앙숙관계는 김정일이 남긴 최악의 유산인 셈입니다. 김정은 3대세습 정권 초기 일단 온건파의 우세가 북한 정세를 주도해왔습니다. 김정일의 누이동생이며 김정은에게는 고모인 김경희의 정치적 지위가 새롭게 조명됐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당보인 노동신문은 유일신격화 관례를 깨고 당 경공업 부 김경희 부장의 권력을 대체하는 최영림 내각총리를 제1면에 등장시키기도 했습니다. 그 전까지 노동신문 1면은 오직 김일성, 김정일의 독점 지면이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 들어서면서 최영림이나 최룡해와 같은 일개 간부들의 ‘현지료해’ 사진이나 기사도 소개되는 정치 종합지면으로 된 것입니다.

이와 동시에 장성택의 인민보안부가 국방위원회 소속으로 승격되며 사회장악 영역을 확대했습니다. 그 세력화 연장선에서 군 경제 회수 특명을 받은 최룡해가 총 정치국장으로 임명됐습니다. 당시 당 조직부나 군부가 최룡해 임명을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최룡해에 대한 김정일의 절대적 신임이 살아있어 서였습니다. 최룡해의 아버지 최현은 김정일의 후계임명 과정에 물리적 권한을 행세한 북한 군부의 노장입니다.

이런 아버지들의 인연이 아들들의 친분으로 승계되며 사실상 김정일에게 최룡해는 의붓 동생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때문에 최룡해 임명을 반대하는 것은 김정일의 신임정치에 도전하는 것과 같은 행위로 간주됐던 것입니다. 군 총참모장 리영호의 숙청도 군 경제 고집과 함께 최룡해의 부적절한 인사를 부정한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을 계기로 당 조직 부와 군부는 결집했고 비로소 반격에 나섰습니다. 그 카드가 바로 장거리 로켓 및 핵실험입니다.

김경희나 장성택도 선군 정치의 완성을 위해 핵무장을 하루 빨리 완성해야 한다는 김정일의 유훈 통치 앞에서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장거리 로켓과 핵실험의 부분적 성공은 강경파의 기세를 끌어올렸고, 유엔안보리 이사회 제재와 맞물려 전쟁 분위기를 주도하도록 했습니다. 그 통에 총 참모부가 득세하며 가뜩이나 군 복무 경험이나 인사권도 없어 군사대학 졸업생들의 기세에 밀려있던 최룡해의 총 정치국장 권한도 유명무실해졌습니다.

북한이 준 전시태세를 선포했던 지난 3월 1일부터 5월까지 북한의 당 강연회 자료에선 장성택을 겨냥한 ‘곁가지’라는 용어가 또 다시 등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김정은의 근접경호를 전담하는 당 조직 부에 의해 장성택의 접근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합니다. 이런 실정을 잘 아는 중국이어서 유엔안보리 제재에 동참한 것도 북한에 대한 제재가 아니라 그동안 골칫덩어리였던 김정일 세력, 즉 강경파에 대한 강경대응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개성공단 폐쇄로 남한에서 들어오던 외화마저 중단되면서 지금 북한에선 김정일 때와 달리 정책결정에 대한 책임문책을 분명히 따지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합니다. 현재 김정은은 김일성의 연기자일 뿐, 자기 측근세력도, 실권도 없는 상징적 지도자일 뿐입니다. 죽은 김정일을 넘지 못하는 살아있는 그림자인 것입니다. 김정일의 유훈이 어느 세력에 의해서 더 강조되는가에 따라 향후 북한의 권력재편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관건은 중국입니다. 김정일 사후 북한의 권력층 심리는 친 중 사대주의로 기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장을 고집하면 할수록 중국의 압박과 제재가 현실화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강경파의 입지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강경파에는 김정은 근접경호 권한과 김정일의 핵무장 유훈이 힘이라면 온건파에는 중국의 영향력을 지렛대로 잘못된 대외정책 결과를 추궁할 수 있는 책임 공세인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대립 속에서 김정일의 분신인 김경희가 사망하게 된다면 결국 온건파의 존재도 힘없이 무너지게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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