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먼의 방북목적과 진실

장진성∙탈북 작가
2013-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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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 중인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방북 중인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의 데니스 로드먼을 만났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 시간에는 얼마 전 평양을 다녀온 로드먼의 방북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인 로드먼의 방북을 마치 김정은을 존경하는 세계의 민심으로 왜곡선전하고 있습니다. 하긴 폐쇄의 나라인데다 국제사회가 인류의 악으로 규정한 김 씨 일가를 만난다는 것이 외국인들에겐 매우 불명예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북한 정권으로서는 평양을 찾아와주는 것 자체가 귀한 선전 증거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지난 2월에 이어 9월 또 다시 평양을 방문했던 로드먼도 역시 북한 정권의 선전과 아무 상관없는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일 뿐입니다. 오히려 로드먼은 평양을 방문하기 전까지만 해도 김정은이란 이름 석자도 알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한 방송국의 제안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갔던 것이 첫 인연이 되어 이번 9월에도 또 다시 평양을 가게 됐던 것입니다. 로드먼은 평양에 가기 전 현재 북한에 구류 중인 재미교포의 귀환을 성사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김정은을 만나러 가기보다 자국민을 석방시키기 위한 구출외교 목적으로 방북 한 셈입니다.

먼저 로드먼에 대해 간단히 설명 드린다면 그는 1961년 5월 13일 생으로서 키는 204cm, 체중 95kg의 거인입니다. 1986년 '디트로이트 피스톤즈'에 입단하여 미국 프로농구 NBA 7년 연속 리바운드 왕의 자리에 등극했던 유명 농구선수입니다. 로드먼은 "악동"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한데요, 잦은 싸움도 문제였지만 사생활이나 심지어 머리와 옷차림까지도 제 멋대로였습니다. 때문에 로드먼이 김정은을 만나러 간다고 했을 때 일부 언론들에선 '두 악동이 만난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기도 했었습니다.

그렇다면 김정은의 이름도 모르던 로드먼이 지난 2월 왜 평양을 방문했었던 것일까요? 당시에는 북한이 장거로 로켓 실험과 핵실험 협박으로 정세를 긴장시키던 때여서 일부에선 스포츠외교를 내세운 미국 정부의 특사자격일 것이란 억측도 나왔었습니다. 하여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었습니다.

그의 방북 목적과 진실을 제일 먼저 세상에 알린 것은 외국의 유명 언론사가 아니라 다름아닌 탈북자신문인 뉴포커스였습니다. 로드먼 방북 일행 중 한 명이 귀국하고 나서 바로 며칠 후 우리 뉴포커스 사무실을 찾아왔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당시 뉴포커스가 소개한 로드먼의 방북목적과 일화들은 해외 유명언론사들에서 너나없이 인용보도 될 정도로 큰 관심과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로드먼의 방북은 자의적 결심이나, 농구를 좋아하는 김정은의 초청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미국에는 HBO라는 케이블 TV방송이 있습니다. 이 방송국은 전쟁 중이거나 폐쇄적, 혹은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들만을 찾아 다니며 인터뷰하거나 편집 물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이런 희소성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여기 뉴스 쇼는 미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HBO방송국은 이런 자체 방송 특성상 3대 세습을 이어가는 북한의 폐쇄성을 주목하게 됐고, 하여 프로그램 기획 목적으로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를 섭외하게 됐던 것입니다. 그 이유는 김정은이 김일성, 김정일 다음으로 좋아했던 인물이 아마 마이클 조던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농구 광이었기 때문에 유명 농구선수가 방북 하면 얼마든지 만남이 성사될 수 있고, 또 그렇게 되면 TV 쇼의 목적도 충분히 타산할 수 있다고 타산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농구선수인 마이클 조던에게 방북을 제안했지만 그는 단호히 거절했다고 합니다. 로드먼이 호화로운 사생활을 유지하느라 돈이 늘 부족했기 때문에 HBO는 그를 마이클 조던 대타로 섭외하는데 마침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은밀히 준비했던 미국 유명 농구선수의 방북이었지만 평양에 체류 중인 AP통신 특파기자의 보도로 세상에 알려지고 말았습니다. 로드먼은 돈도 벌고, 뜻하지 않았던 미지의 나라인 북한을 방문한 것에 대해 매우 만족했다고 합니다. 로드먼은 고려호텔에 짐을 풀었는데 김정은의 환대로 39층을 통째로 빌려 쓰게 됐다고 합니다. 김정은이 직접 요리사와 음식을 보내줘서 매끼마다 고급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로드먼이라도 그렇게 좋은 음식을 매끼 먹을 수 있다는데 대해 매우 놀라워했다고 합니다.

특히 매끼마다 불란서 고급 포도주가 나와 방북 일행을 흥분시켰다고 합니다. 또한 HBO방송국의 촬영 가들 중 한 명이 생일이었는데 김정은의 지시로 생일상에 고급 샴페인까지 나와 감동했다고 합니다. 2월 28일 농구 관람이 끝난 후 김정은과 함께 했던 파티에서는 너무 독한 평양소주를 많이 마신 탓에 다음 날 아침 일어났더니 선수 중 한 명이 욕조 안에 들어있었다는 일화도 알려주었습니다.

평양의 기이한 풍경에 대해서도 로드먼 일행은 깊은 인상을 가졌습니다. 평양시가 전반적으로 어둡고 침침한데다 마치 자기들이 가는 곳마다 전기가 따라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로드먼이 김정은과 농구관람을 위해 경기장에 등장했을 때는 관객들이 거의 10 분 넘게 만세를 부르며 박수를 쳐서 지루했다는 것, 이 사람들이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어리둥절했다는 것입니다.

로드먼이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때는 사인을 잘못했을 때였다고 합니다. 고려호텔 아가씨들이 김정은과 로드먼의 얼굴사진이 실린 노동신문을 들고 왔을 때 사인해달라는 관심으로 잘못 알고 사진 위에 사인을 해버렸는데 그 순간 항상 웃던 아가씨들이 화를 내고 쏘아보다 못해 야단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처럼 로드먼은 김정은의 신격화에 대해 아무 관심도 없는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일 뿐이었던 것입니다.

뉴포커스 통신원의 제보에 의하면 로드먼이 미국으로 돌아간 후 북한에선 "장군님의 농구발전 정책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 미국의 유명 농구선수가 평양을 찾아왔고, 장군님의 인품에 감동받았다."고 선전한다는데 사실 이용당한 사람은 김정은입니다. 로드먼에게 돈도 벌게 해 주었고, 구금중인 미국인을 귀환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인도주의자로 부각시켜줬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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