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유사시 수도를 자강도로 정한 김정일

장진성∙탈북 작가
2011.09.27
parade_missile_go-305.jpg 지난해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중거리탄도 미사일.
사진-연합뉴스 제공
MC: 탈북자 장진성 씨가 전하는 김 씨 일가의 실체, 노동당 통일 전선부 대남 정책과 연락소 부원이었고 김정일을 두 차례나 접견한 일급작가 이었던 장진성 씨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60년 독재 체제와 현대판 봉건 세습에 대한 진실과 배경을 밝힙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쏱 뚜껑 보고도 놀란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군사적 천재라는 북한의 김정일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보고 취한 조치들과, 또 그 내용들이 어떤 시사를 주는가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911테러 이후 미국은 그 배후로 지목되는 ‘알카에다’와 그 후원국인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선언을 하게 됩니다. 2003년 3월 20일, 드디어 미국과 다국적 연합군이 군사행동을 시작하자 북한은 이를 맹비난 하며 이라크군의 입장에서 전시상황을 주민들에게 왜곡 방송했습니다.

그러나 6주 만에 미국과 다국적군의 승리로 종결되자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의 대미선전도 종적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 승리에서 자신감을 갖고 그 다음 테러지원 지명국인 북한을 향해 군사 도발을 할지도 모른다는 공연한 불안 때문이었습니다. 하여 김정일의 지시로 전쟁 경계심을 극대화하는 당 강연들이 연일 진행됐고, 미국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여 내적으로 은밀히 군에 준전시상황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조선인민군총참모부에 미국의 현대전 능력과 대응방안을 연구하라는 지시가 하달됐습니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김정일을 찬양하는 몇 안 되는 서사시 시인으로서 당과 군의 고위간부들을 자유롭게 만나 취재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습니다. 제가 군 고위 장성의 사무실을 찾아갔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이라크 전쟁이 화제여서 미국의 전쟁능력을 묻는 저의 질문에 북한의 삼성장군은 한숨을 크게 내쉬었습니다. 그가 사무실을 잠깐 비웠을 때 저는 그의 책상에서 이라크전쟁과 관련한 김정일의 극비지시문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왜 그토록 한숨을 지었는가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문건에는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한군이 어떻게 전쟁준비를 새롭게 다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준칙들이 김정일 최고사령관 명령으로 열거돼 있었습니다. 첫째는 군 지휘관들의 휴대폰과 개인 집 전화번호를 극비로 분류하고, 유사시에는 일괄 회수할 수 있도록 사전에 준비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전쟁 때 적군 장군들의 개인 전화번호를 이용하여 직접 심리전을 한 결과 항복하는 사단들이 많았다는 부연설명과 함께 말입니다.

둘째는 유사시 군 지휘관들의 전쟁집중 능력 향상과 보호를 위해 가족들의 집체관리 체계와 그 훈련을 인민군후방총국이 주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군 지휘관들의 가족들을 인질로 붙잡아두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셋째는 로켓, 미사일, 비행기, 등 허위군사 기지들을 대폭 증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이 이라크 군의 위장술에 속아 많은 페트리트 미사일을 양비했다는 것이 그 근거였습니다,

넷째는 방공호들을 증강하고 철문들에 시멘트 포장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요격 미사일들이 방공호 철문을 추적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다섯째는 전쟁 기동성과 신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화력을 바퀴 위에 올려놓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의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합니다. 원유 비축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고사포까지 자행력을 갖춘다면 정작 기름이 필요한 탱크와 비행기의 연유공급에 엄청난 차질이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여섯째는 민간지역에 대한 군 시설을 증가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라크 전쟁 시기 민간인 방패가 다소 전쟁을 지연시켰다는 대목을 읽으며 그를 모방하려는 김정일에 대해 저는 경악을 금치 못했었습니다. 그 지시에 의해 평양시 도심인 사동구역에서 중화군으로 옮기도록 돼 있던 평양시방어사령부가 그대로 눌러앉기도 했습니다. 일곱째는 군통신선을 땅 속 3m깊이까지 묻고 정전사태에 대비 하여 모든 부대들에 수동 발전 식 전화를 설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여 북한은 이 작업에 주민 담당 구역 제도까지 만들어 동원시켰으며, 새로 연결한 통신선 대부분을 남한으로부터 들여온 광케이블로 대체했습니다.

여덟째는 전연부대 지휘관들을 20대 30대로 바꾸고 승진 나이제한을 도입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결심과 행동이 빠르고 대신 보신주의가 덜한 젊은 지휘관들을 전쟁 정면에 세우는 한편 현대전에 대비하기 위한 인력 교체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소좌는 50세, 중좌는 52세, 상좌는 55세 이하로 승진제한을 하여 그 나이를 넘긴 군 지휘관들이 한꺼번에 제대 명령을 받기도 했습니다. 아홉째는 전연지휘체계의 이원화를 축소하고 정치위원도 부대장의 전투명령에 따르도록 전시명령지휘체계를 일원화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단 부대장이 상부의 명령지시대로 집행하는지 정치위원은 감시 관리 권한을 대폭 보강하도록 명시돼 있었습니다.

열 번째는 주체포, 함선, 탱크, 비행기 등 공격무기들은 물론 각 병종 사령관 관제실과 지휘 본부들을 빠짐없이 갱도화해야 선제공격을 피하면서도 작전수행을 능률화 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문건에는 전쟁준비와 관련한 단순 방어조치만이 아니라 주동적인 공격조치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현대전은 컴퓨터전이라며 컴퓨터 인재양성과 GPS교란 무기 현대화와 기술 발전, 특히 전쟁의지를 초기에 꺽기 위해 남조선에 주둔한 미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타격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이 주한미군이 서울 용산에서 경기도 평택으로 옮기는데 대해 전쟁준비의 일환이라며 외무성 성명까지 발표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문건 중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유사시 수도를 평양에서 자강도로 옮긴다는 대목이었습니다. 김정일이 내각총리까지 지냈던 최측근 연형묵을 굳이 자강도당 책임비서로 임명한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자강도는 군수산업기지들이 밀집된 곳이고, 산이 많아 요새화, 갱도화가 가능하며, 보다는 중국, 러시아와도 인접한 지역이어서 장기전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유사시 자강도에 수도의 정체성을 심을 수 있도록 평북 피현군 지하에 그동안 수 십 년 동안 감춰놨던 평양 만수대의 것과 똑같은 대체용 김일성 동상을 자강도로 옮기기도 하였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북한 고위 간부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있습니다. 유사시 김정일이 탈출할 수 있도록 중국, 러시아 방향으로 유관국들 몰래 지하 땅굴까지 이미 뚫려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이렇듯 이라크 전쟁 이후 북한군에 내려 보낸 극비 지시문에는 승리를 확신하는 최고사령관이 아니라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는 김정일의 심리가 그대로 반영돼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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