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실체] 북한은 세계저작권법 위반국

장진성∙탈북 작가
2012.11.20
Share on WhatsApp
Share on WhatsApp
learning_center_dell-305.jpg 인민대학습당에서 자료를 열람하고 있는 북한 주민.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은 인민대학습당을 지었을 때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라고 대거 선전했습니다. 이유는 건물의 규모도 규모지만 3,000만권의 서적을 보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그 정도의 도서를 보유한 도서관은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있는데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전해지는 사회 각 분야의 전문서적들을 따로 갖고 있는 도서관들도 많습니다. 그런 유명 도서관들에 비하면 별로 자랑 할 것도 못 되지만 폐쇄국가인 북한의 실정에서 봤을 때는 과히 크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3,000만권의 도서들 중 일반인이 어느 때나 열람할 수 있는 공개용은 많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그 이유가 외국에서 증정한 귀한 책들이라는 점도 있지만 보다는 북한이 불법적으로 복사 출판한 외국도서들, 즉 세계 저작권 법에 위반되는 책들이 국외로 유출될 염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선 그런 책 을 ‘100부도서’라고 합니다. 그 ‘100도서’는 100부밖에 번역 출판하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된 북한만의 고유 명사입니다. ‘100부도서’의 유래는 김일성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 조직 부 유일지도체제를 완성한 김정일은 국사에서 손을 뗀 김일성의 여가시간을 위해 세계 유명 소설들을 번역해서 주석 궁에 보내도록 했습니다. 눈의 피로를 덜어 준다며 조선중앙방송 위원회 라디오 총국 안에 아예 김일성을 위해 소설을 읽어줄 1호 성우 들을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그 배우들 중 김일성이 가장 좋아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김일성 사후 인민방송원 칭호를 준 “김주먹”이란 여성입니다. 그녀는 6.25전쟁 고아입니다. 전쟁 이후 고아 학원을 방문했던 김일성이 훗날 커서 미국과 남한을 꼭 복수하는 사내처럼 살라는 뜻에서 직접 “주먹”이라고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그 뿐이 아니라 김정일의 아들 들과 친인척 들을 위한 세계에서 유명한 음악교제들도 북한은 ‘100부도서’로 대거 복사 인쇄하였습니다. 김정일은 1987년 그런 예능 분야의 ‘100부도서’들을 자신의 명의로 평양 음악 무용대학과 각 예술 대학에 각각 한 부씩 선물로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때문에 북한에는 외국 유명 도서들만 전문적으로 번역하는 번역가들이 사회과학원과 그 산하에 수 백 명 이나 달합니다. 그들은 상부가 지정한 번역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하루도 쉬지 못하고 번역에 시달려야만 합니다. 특히 그들이 가장 바쁠 때에는 외국인들이 김 씨 일가에게 도서를 증정했을 때입니다. 그 책을 보든 말든 무조건 번역도서로 만들어 빠르게는 다음날, 늦으면 삼일 내에 김정일 책상 위에 올려놓아야 하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수십 명이 한 책의 장수를 분담하여 번역전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번역의 수준이 떨어져서도 안 됩니다.

한번은 김일성이 한자단어 하나가 잘 못 번역된 점을 지적한 관계로 사회과학원이 보배로 아끼던 박영일 이라는 중국어 번역가가 10년 동안 농촌으로 혁명화 내려갔던 적도 있습니다. 김일성은 젊었을 때 조금 익혔던 중 어와 러시아 어를 뽐내기 위해 꼭 번역 도서와 원본을 같이 요구했는데 때로는 틀리는 지적도 신격화 교시로 되어 번역의 기술교본으로 미화되기도 하였습니다. 김일성에게 뒤질세라 김정일도 때로는 과시 차원에서 번역이 잘 못된 점을 찾아내어 격하게 야단치기도 하였습니다. 그 통에 출당 해임되거나 이의를 제기했다가 수용소로 끌려간 번역가들도 많습니다. 번역도 제의 창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김 씨 일가의 말이 곧 법으로 되는 북한이어서 1호 번역가들은 자신들의 지식에 대한 믿음이 없는 직업적 고민이 누구보다 많은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처음에는 김 씨 일가의 여가시간과 취미만을 위해 만들었던 불법적 도서들의 범위를 북한 정권은 점차 과학, 인문학, 역사, 등으로 넓혀가기 시작하여 지금은 사회과학원이 아예 불법도서 번역 집단으로 돼 버렸습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북한에는 영화 광인 김정일만을 위한 영화 필름 보관소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4만 점에 달하는 외국 번역 영화들이 쌓여있습니다. 이를 위해 평양 시 중구 역 경상동에는 번역 영화 제작소가 아예 따로 존재할 정도입니다. 역시 그 영화들도 북한이 공식적으로 돈을 주고 사온 것들이 아니라 각 나라에 파견된 문화 참사들이 외국도서들과 함께 불법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반입시킨 것 들입니다. 김정일은 공작원들을 시켜 납치해온 남한의 영화감독 신상옥과 배우 최은희 씨와의 사석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영화가 3만 점에 달한다고 자랑했었는데 그것은 자기의 불법 성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얼마 전 북한 노동 신문과 조선중앙 통신사는 어느 가정집을 방문한 김정은의 현지시찰 사진들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김정은이 선물한 외국 유명 만화들과 CD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그것들도 북한이 외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복사 인쇄한 ‘100부 도서’ 들일지도 모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