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을 보고

장진성∙탈북 작가
2013.03.05
park_inauguration_305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식을 마친 뒤 차량으로 이동하며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북한인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남한의 18대 대통령 취임식과 관련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25일 대한민국 국회 앞에서는 7만 여명의 국민들이 모인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이날의 취임식은 누구보다도 탈북자들에게 큰 관심과 감격을 주었습니다. 그 이유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취임식과 관련한 탈북자들의 반응을 들어보니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2009년에 탈북한

황순복 씨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이란 말부터가 놀라웠다. 북한에선 지도자 취임식이란 단어 자체가 아예 없지 않는가. 간부들조차도 그냥 위에서 임명하면 그것으로 끝이지 취임식을 못한다, 그러면 개인우상화를 했다고 아마 다음날로 해임될 것이다. 세상에 취임식이란 단어 자체가 있는 줄도 몰랐다. 북한은 대신 '추대'란 단어가 있다. 북한은 김일성의 유훈교시라며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직함을 선포하고 전체인민의 한결같은 의사라며 전국적으로 추대행사들을 진행하게 했다. 김정은도 아버지와 똑같은 절차를 밟아 3대세습 지도자가 됐다."고 했습니다.

2002년에 탈북하여 남한의 16대, 17대 대통령 취임식을 TV 생방송을 통해 지켜봤다는 탈북자 김영철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대통령이 손을 들고 국민 앞에 선서하는 모습이었다. 북한에서 선서는 오직 인민의 것이다. 그래서 선서라는 개념 자체가 위에 충성할 때에만 하는 것인 줄 알았지 지도자가 아래 사람들에게 선서를, 그것도 손을 들고서까지 하는 것인 줄 몰랐다. 대통령이 손을 든 모습을 보며 국민 앞에서는 일개인에 불과한 자유민주주의 지도자의 모습을 보고 매우 감동을 받았다."

또 다른 탈북자 김순미 씨는 "외국 정상들이 많이 온 것을 보고 놀랐다. 북한에선 큰 국가행사 때 외국 정상이 한 두 명 온 것을 갖고도 세계의 민심이 다 모인 것처럼 요란하게 떠든다. 북한 인민들에게 김일성이나 김정일이 세계혁명의 지도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남한 대통령 취임식을 보니 세계 지도자는 남한 대통령이구나 싶었다. 외국정상들이 많이 온 것도 놀랍지만 그런 세계의 관심이 특종으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놀랐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이 참가하는 "1호행사"에 참가해 본 경험이 있다는 탈북자 최형만 씨는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초대받았던 당시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에선 김정일이 참가하는 행사라고 하면 보통 6개월 전부터 행사준비를 한다. 오전 10시에 행사를 한다면 몇 십 만의 군중이 하루 전날 밤에 행사장소에 모여 온 밤을 새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십만이든, 백만이든 국가보위부가 일일이 신분 확인을 하고, 일단 그 절차를 거치면 경호 원칙 상 행사장 밖으로 누구도 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가보니 입구에서 들이대는 금속탐지기도 형식적이었다. 행사장에 들어가서 마음대로 화장실을 가고, 사진도 찍고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모습들이 매우 불결해보였다. 취임식 과정에도 춥다고 발을 동 동 구르며 시계를 보던 사람, 함부로 코를 풀고 대통령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만약 북한에서 그랬다가는 당장 보위부에 끌려갔을 것이다."

그들 외에도 많은 탈북자들이 대통령 취임식 소감을 흥분해서 이야기했는데 그 중에는 이런 증언도 있었습니다. “대통령 취임식 TV생방송 대신 다른 채널의 오락 프로그램을 보며 자기들의 일상에 빠져있는 남한 사람들이 신기했다. 북한은 김정일 참석 행사가 생방송이 될 경우에는 전역의 모든 직장들에서 강연회들을 진행한다. 그때는 옷차림이나 시청 자세도 정중해야지 혹시 빠지거나 시청 도중 잡담 할 경우 큰 불이익을 당한다.” 아마 탈북자들의 생각이자 북한 인민 여러분의 생각일 것이라 믿습니다.

저도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 받았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명 깊었던 장면은 5년 임기를 마치고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이명박 대통령을 바래주는 새 대통령의 밝은 미소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국민이고 또 정치인들은 국민으로부터의 선택을 받기 위해 보다 좋은 정책으로 도전하는 것이 바로 자유민주주의 우월성임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20분간 진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57번)이었습니다. 그 뒤로 행복(20번), 창조(10번), 희망(9번), 신뢰(8번)을 반복 언급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앞으로의 국정과제 의지를 나타내는 순위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올해 초 3대세습을 시작한 북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에서는 과연 어떤 단어가 많이 쓰였을까? 하고 찾아보았습니다. 김정은도 역시 한국의 국민과 같은 “인민”이란 단어를 총 73번이나 반복했습니다. 그러나 2위부터는 남과 북의 확연한 차이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2위는 선대수령을 지칭하는 "김일성", "김정일", "대원수님", "수령님", "장군님" "영원한 태양"이란 단어를 다 합쳐 61번을 반복했습니다. “행복”이 한국에서 2위를 차지 한 것과 많이 다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단어는 “당”(39번) "조국"(34번)," 위대"(24번), "혁명" (18번), "장병"(13번)이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행복, 창조, 희망, 신뢰라고 답했다면 김정은은 인민을 위한 정치를 "수령", "당", "조국", "혁명", "장병", 이렇게 전통적인 유일지도체제로 강조한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들을 김정은 신년사에서 찾아보니 창조(5번) 행복(3번) 신뢰(2번)이었습니다. 놀랍게도 김정은은 육성 신년사에서 희망이란 단어는 단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김정은도 희망이 없는 현 북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장진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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