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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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 동포 여러분, 북한주민이라면 누구나 노래 ‘그이만을 생각하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이 노래의 가사 중에 있는 김정일이 ‘쪽잠에 드신 채로 새날을 맞이하고’, ‘줴기밥을 먹으면서 먼길을 걸으시네’라는 가사 내용은 일반 주민들에게는 김정일이 인민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는 인민의 지도자라는 인식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한 선전선동 가요였죠. 오늘은 시작에 앞서 이 노래 일부를 잠깐 듣고 방송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노래 ‘줴기밥’ 삽입)

그러나 이 노래가 나올 당시,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김정일은 인민들처럼 고난을 겪지도 줴기밥이나 먹으면서 생활하지 않았다는 것이 시간이 가면서 밝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당시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가 쓴 도서 ‘김정일의 후계자 왜 김정은인가’에 공개한 김정일의 식사차림표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후지모토 겐지는 1980년대 초부터 2001년까지 13년 동안 북한에서 김정일의 전용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입니다. 그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작 전부터 고난의 행군 전 기간 동안 김정일의 식탁을 책임졌던 인물입니다.

우선 김정일이 일본인 요리사까지 데려다가 자기가 먹는 음식을 하도록 했다는 것만으로도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일은 진수성찬으로 배를 채웠다는 것을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들은 짐작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가 일본으로 돌아간 후 자신의 양복주머니에 보관했던 김정일의 식사차림표가 남아있어 당시 김정일이 먹었던 음식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 고스란히 공개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가 공개한 김정일의 식사차림표에는 2001년 3월 25일부터 30일까지 6일 동안에 김정일이 매일 저녁에 먹었던 음식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선 그동안 저녁식사로 먹었던 식사차림표의 일부를 그대로 제가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읽어드리고 나서 일부 요리들에 대한 설명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김정일의 3월 25일 식사 차림표는 단고기국, 조밥, 소천엽냉채, 꽃간낭쥐무우초침, 메추리알 냉묵, 꿩편구이, 쌀국수볶음, 일품버섯볶음, 소쫄뚜기튀기은행즙, 통배추향찜, 홍차 등입니다.

다음 3월 26일 식사차림표는 백미밥, 콩나물국, 야자상어날개탕, 물고기목이버섯술찜, 염소고기 샤슬리크, 자라함찜, 게장즙 서란화볶음, 통배추볶음, 풋고추장, 홍차

그리고 3월 27일에는 일본식 생선회밥을 먹었는데 식사차림표에는 다랑어도로, 쏘가리, 깡빠치, 뱀장어카비아, 네기도로, 도비꼬 새우뎀뿌라 등 입니다.

3월 28일에는 상어날개 소라탕, 가재미간장찜, 코야, 포즙버섯구이, 통배추건밥조개살찜, 하루말린고등어구이, 풋고추명란찜, 풋고추초장무침, 3월 29일에는 대군상어날개 홍쏘, 물고기룡정차철판볶음, 비둘기간장찜, 동과참나무버섯찜, 왕새우회, 남새생채, 카레밥입니다. 그리고 3월 30일에는 죽생상어날개탕, 쏘가리룡정차찜, 참깨닭구이, 라클레트치즈구이, 돌버섯생채, 도라지볶음, 가지파볶음 등입니다.

이 식사차림표의 음식들은 저녁 한 끼에 먹은 김정일의 식탁에 오른 주 요리에 불과하며 여기에 부채(副菜)라고 부르는 밑반찬이 약 20~30 가지가 더 오릅니다.

김정일의 식사차림표에서 주 메뉴는 당시 김정일의 음식조리 책임자였던 장두봉과 김정일 음식 영양사가 상의해서 매끼마다 30가지의 음식메뉴를 김정일에게 보여주고 이것을 김정일이 직접 보고 정해서 만들어졌습니다. 그러면 이 식사차림표는 요리담당인 일본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에게 전달되며 그는 이 차림표에 따라 음식을 만들어 김정일에게 제공했던 것입니다.

식사차림표에 자주 등장한 상어지느러미 요리는 김정일이 특별히 좋아했던 음식이었죠. 여기서 상어는 철갑상어를 말합니다. 철갑상어는 세계적으로 가장 값비싼 요리로 인정되다보니 무리한 포획으로 심각한 위기 종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국보급 천연기념물로 취급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도1996년에 야생동식물 보호어종으로 지정하였습니다.

김정일이 먹는 철갑상어는 마카오에서 수입했습니다. 마카오 상어밀무역 사장인 알로에 일행은 북한의 4대명절과 국가적인 행사가 있는 달을 포함해 해마다 5회 정도 북한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의 임무는 중앙당 5과에서 관리하고 있는 김정일 전용 냉동창고에 철갑상어를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또 김정일이 좋아하는 요리는 뱀장어요리입니다. 김정일은 뱀장어를 때에 따라 찜요리와 구이요리로 요구했고 자기만을 위한 뱀장어 양식장도 만들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김일성종합대학 생물학부 동물과 졸업생들에게, 이 양식장에서 자기의 식탁에 오를 뱀장어를 양식하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일을 맡도록 했고, 중앙당 5과에서 뽑혀온 여성들로 양식공을 두도록 했습니다.

김정일은 소고기도 송아지 암컷의 어북살을 좋아했습니다. 어북살은 대한민국에서는 안심살이라고 합니다. 안심살 중에 제비추리라고 하는 이 어북살은 소 한 마리를 잡아도 기껏해야 0.8k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 특수부위입니다. 김정일이 좋아하는 이 어북살은 고기 색깔이 진하고 탄탄하며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해 고기 향이 좋고 질기지 않아 소고기 부위에서는 최고의 식재료입니다. 김정일은 이 소고기 어북살도 프랑스식으로 덜 익히는 요리방식인 ‘미디엄’이나 ‘레어’로 만들도록 했습니다.

김정일이 먹는 소고기는 평안남도 안주시와 개천시 인근에 있는 특수목장인 운곡목장 1직장에서 전문적으로 키웠습니다. 1980년대 말에 김정일은 덴마크에 만수무강연구소인 만청산연구원 연구사들과 운곡목장 현장기사들을 보내 소 사육방법을 실습 받도록 했고 소고기 질을 좋게 하기 위해 소에게 약초와 맥주도 먹이고 사양공들이 안마를 하도록 해 만문한 소고기를 식탁에 올리도록 지시했습니다.

김정일은 송이버섯도 자주 먹었는데 한번에 8개 정도씩 먹곤 했고 지어 밥을 지을 때에도 자연송이버섯을 넣어 송이향이 진한 송이버섯 백미밥을 즐겨 먹었습니다.

그리고 김정일이 즐겨먹던 요리 중에는 다랑어 요리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다랑어를 참치라고 부릅니다. 다랑어에서 가장 고소하고 맛있는 부위가 다랑어 뱃살 부위입니다. 후지모토 겐지는 김정일이 다랑어 뱃살 회를 먹을 때는 얼굴에 웃음이 만연해지곤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김정일의 식탁은 노래에 있는 줴기밥과는 거리가 멉니다. 지금 김정은도 김정일 못지않게 진수성찬을 차려놓고 고급요리로 배를 채우고 있죠. 그러면서도 인민의 지도자라고 허풍을 떨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이나 김정은처럼 30가지가 넘는 진수성찬을 먹지 못하더라도 백미밥에 고기국물이라도 떨구지 않고 먹는 날이 과연 언제일까요? 핵무기와 미사일무기 개발에 탕진하는 돈을 인민생활에 돌린다면 가능하겠지만 자기의 권력유지를 위해 핵을 보검으로 생각하는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기 전에는 그런 날이 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