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맹퇴치운동의 전개과정

김주원· 탈북자
2020.01.29
nk_korean_letter_b.jpg 북한의 초등학교 국어시간 모습.
/연합뉴스

북녘 동포 여러분, 지난 시간에는 북한당국이 해방 후 북한의 성인 중 90%를 넘는 230여만 명에 달하는 문맹자들을 북한의 선전매체들인 당보와 당 출판도서들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맹퇴치운동을 전국적으로 진행하도록 한 데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선에서 당시 북한에서 진행된 문맹퇴치운동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 얘기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북한당국은 1946년 11월 25일에 진행된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제3차 확대위원회에서 채택한 결정 ‘문맹퇴치운동을 건국사상총동원운동과 밀접히 결부하여 진행할 데 대한 결정서’에 따라 1946년 12월부터 1947년 11월까지 1년 동안에 문맹퇴치운동을 위한 성인교육체계를 정비, 보강하도록 하였습니다.

북한지역에는 해방 후 일본이나 러시아, 중국 등에서 유학을 하고 돌아온 인텔리들과 북한 내 중학교나 사범전문학교 등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평양, 함흥, 청진, 신의주 등 전국각지에서 자발적으로 주민들에게 글을 배워주기 위한 학교들을 세웠습니다. 당시 학교 명칭은 국가에서 설립한 것이 아니라 개인들이 발기하고 운영한 학교들이다보니 성인학교, 성인특수학교, 야학회 등 다양했습니다. 그리고 교육내용이나 학과목, 수업시간과 교수방법 등도 일률적이지 않았습니다.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는 교육국 소속으로 성인교육부를 내오고 각 도·시·군 인민위원회 교육부들에 문맹퇴치운동을 전담하는 부서들을 설치하였습니다. 북한당국은 교육국지시 제65호로 성인교육지도요강을 발표하면서 농촌학교, 야간학교, 야학회, 성인학교, 한글강습소 등 각이한 명칭을 ‘성인학교’로 통일지어 부르도록 하였습니다. 김일성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제3차 확대위원회 보고서에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겨울철 농사일이 느슨한 기간동안을 이용하여 문맹퇴치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에서 혁명역사시간에 배웠던 「동기농촌문맹퇴치운동에 관한 건(冬期農村文盲退治運動에 關한 件)」입니다.

이 결정서 내용에는 동기농촌문맹퇴치운동을 1946년 12월 1일부터 1947년 3월 31일까지 4개월 동안 강력하게 전개하며 각 도·군·시·면 인민위원회 교육책임자는 동기문맹퇴치사업을 철저히 진행하기위해 각 리·동에는 동기문맹퇴치반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급인민위원회, 각 정당·사회단체·문화단체·교육기관·출판기관들은 농촌문맹퇴치사업에서 선봉적 역할을 다해야 하며 만 12세부터 50세 미만의 남녀 문맹자들은 의무적으로 취학하여 기간 내에 매일 2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했습니다.

결정서에는 문맹퇴치운동에 소요되는 자금(경비)은 각급 인민위원회가 부담하고 각 학교·교회당·구락부·독서실 등을 교실로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또한 교과서 발행과 배부는 교육국이, 학용품 보급은 각 도·시·군 인민위원회가 책임진다는 세부항목도 명시하였습니다.

북한당국은 각 시·면 위원장이 각 학교교원·정당·사회단체·문화단체원들 중에서 교사를 지명하도록 하였고 4개월의 교육과정을 마친 대상들에 한해 수료증을 발부하도록 하였습니다. 결정서 관철을 위한 비상설기구인 전국적인 각급 문맹퇴치지도위원회와 문맹퇴치검열위원회가 1946년 12월에 발족되었습니다. 문맹퇴치지도위원회는 각급 인민위원회 교육부의 책임자를 위원장으로 하고 각 정당, 사회단체, 문화단체, 공장, 기업소의 대표들로 구성되었습니다.

북한당국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문맹퇴치 교육 대상자에 대해 통계숫자를 장악하였습니다. 리나 동의 정당, 사회단체 책임자들과 교장, 직장책임자들이 일정한 지역들을 분담하여 가정집마다 다니며 조사하였는데 그 기준은 조선어를 읽을 수 있는지와 쓸 줄 아는지, 그리고 간단한 산수도 풀 수 있는지 등이었습니다. 조사결과 북한에 문맹자 수는 230만 9천 89명이라는 숫자가 집계되었습니다.

당시 성인학교 문맹퇴치운동을 위한 계획이 발표되었는데 성인학 교수와 예정인원은 전국적으로 1만개의 학교에 인원은 40만 명에 달했습니다. 북한당국은 이 계획을 달성하기 위해 각 정당, 사회단체, 문화단체의 간부들과 각 급 교원, 학생들이 문맹퇴치반 교원으로 파견하였고 문맹퇴치운동에 대한 선전선동사업을 광범위하게 진행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각 급 학교 학생들로 문맹퇴치학생대, 문맹퇴치운동대 등을 조직하여 정치선전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당시 [문맹퇴치] 완장을 낀 민청 산하의 소년단들은 사람들을 만나면 “문맹퇴치 합시다”라고 합창하면서 소년단 경례를 하기도 하였고 가창대를 조직하여 북과 징을 울리며 거리를 행진하면서 구호를 외치기도 하였습니다.

북한당국이 문맹퇴치 대상자의 나이를 12세부터 50세로 규정한 것은 그 나이대가 노동활동에 활발하게 참가할 수 있는 연령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방 후 어려운 경제난을 타파하고 1947년도 인민경제발전계획을 성과적으로 수행하자면 문맹퇴치운동을 통해 주민들이 당정책과 선전선전물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타산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문맹퇴치운동을 통한 성인교육을 기술교육과 결합시켜 당시 부족한 기술인력을 보충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한창 농촌문맹퇴치운동이 벌어지던 1947년 2월 19일에 북한당국은 북조선 도·시·군 인민위원회 대회에서 문맹퇴치를 위한 성인학교를 1만개에서 4만개로 늘이고 80만 명의 성인문맹자들을 더 공부시킬 데 대한 내용이 담긴 ‘1947년도 북조선 인민경제부흥과 발전에 대한 예정 숫자에 관한 도·시·군 인민위원회 대회의 결정서’를 채택하였습니다. 그 결정에 따라 북한당국은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교육부 산하 성인교육부를 사회교육과로 개편하도록 하였고 같은 해 4월 8일에는 북조선인민위원회 결정 제25호로 ‘북조선 성인교육 및 직장교육체계에 관한 결정서’를 채택하여 발표하였습니다.

1947년 4월 3일 노동신문에는 북한당국에 의해 동기농촌문맹퇴치 운동기간에 19,000여의 성인학교에서 교원 38,300명이 동원되어 492,122명의 문맹자들이 조선어를 읽을 수 있게 되었다는 내용을 봐도 당시 북한에서의 문맹퇴치운동이 얼마나 중시되었는지 잘 알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은 여성들에 대한 문맹퇴치도 소홀히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여성 문맹퇴치사업을 위해 김일성이 직접 관여한 사실만 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1947년 8월 4일 강원도 평강군 서면 옥동리를 현지지도하면서 김일성은 이 농장의 여성농장원인 리계산이 문맹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에게 성인학교에 입학하여 3달 후에 그 결과를 자필로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낼 것을 제안합니다. 성인학교에 입학한 이 여성농민 리계산은 약속대로 3개월 후에 김일성에게 자필로 편지를 써보냈고 여기에서 감동을 받은 김일성은 노동신문에 그 사연을 싣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1947년 11월 20일에는 리계산 여성이 농사일을 하던 강원도 평강군에서 평강군문맹자열성자대회가 열렸고 이 대회에서 전국의 농민들과 여성들에게 문맹퇴치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자는 내용의 호소문이 발표되면서 북한전역에서는 ‘리계산 운동’이라고 불리는 문맹퇴치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1947년 11월에 진행된 북조선인민위원회 제52차 회의에서는 ‘문맹퇴치운동에 관한 결정‘이 채택되어 1947년 12월 초부터 1948년 3월 말까지 4개월동안이 ’동기문맹퇴치 돌격운동기간‘으로 정해졌고 1949년 3월말까지 북한전역에서 문맹자를 완전히 퇴치할 데 대해서도 강조되었습니다.

이렇듯 북한의 문맹퇴치운동은 북한주민들을 선전선동을 위한 강연제강이나 노작, 당 출판도서 등 세뇌선전용 책자나 간행물들을 읽도록 하여 현대판 노예로 만들기 위해 계략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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