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이 즐기던 천우고기

김주원∙ 탈북자
2016.08.30
woongok_animal_farm_b 사진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안남도 운곡지구 종합목장을 현지지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 혹시 천우 고기라는 말을 들어보신 분이 있으신지요? 천우고기는 김일성과 김정일이 즐겨 먹었고 이제는 김정은에게 남겨진 육류입니다. 하늘 천(天)과 소 우(牛)라는 한자를 써 ‘천우’라고 불렀는데 하늘소라는 뜻입니다.

하늘소는 해방 후 김일성이 당나귀에 붙여 준 이름입니다. 당나귀 고기를 특별히 즐기던 김일성이 듣기 거북하다며 새로 지어준 당나귀의 이름이 하늘소였습니다. 천우는 하늘소라는 뜻을 한자로 바꾼 것으로 김정일이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당나귀의 조상은 말인데 우리말로는 나귀가 표준어입니다. 중국 당나라에서 들여왔다고 하여 앞에 ‘당’ 자를 붙였다는 설이 있는데 정확한 사연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당나귀는 사람들이 물자 운반용으로 사육하면서 오늘날처럼 진화되었습니다.

13세기에 간행된 ‘삼국유사’나 18세기말에 편찬된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따르면 당나귀는 단순히 물자운반만 아니라 벼슬아치들의 이동수단이었습니다. 당나귀는 말처럼 빠르고 소처럼 우직한 짐승이어서 길들이기 쉽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옛 기록에는 당나귀 고기가 양기와 음기를 조화롭게 하며 보양과 보혈작용이 뛰어나다고 서술되어 있습니다. 중국속담에 ‘하늘에는 용고기요, 땅에는 나귀고기요’, ‘나귀고기를 먹어 본 사람은 절대로 끌고 다니지 못 한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당나귀는 예로부터 소나 돼지처럼 식용이 아닌 약용으로 많이 키워졌는데 고기는 나이 많은 사람들의 건강에 특히 좋다고 알려졌습니다. 당나귀 고기는 맛이 달고 독이 없어 풍을 예방하고 혈기를 보강시켜주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김정일은 풍을 만나 거동이 불편해지자 천우라고 이름 지어준 당나귀 고기를 누구보다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건강에 좋다면 무엇이나 가리지 않는 김정일은 심혈관계 질병에 좋다는 당나귀 고기를 항상 자신의 식탁에 올릴 것을 지시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로 금수산의사당 경리부는 김일성의 생일 70돌이 되는 1982년 운곡 특수목장에 천우직장을 따로 내왔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의 먹을거리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운곡목장은 일반 협동농장 7개와 맞먹는 면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운곡목장에는 육류용 소를 키우는 1직장과 무균돼지를 키우는 2직장, 젖소를 전문으로 하는 3직장, 꿩과 토종닭, 진주닭 등 특수가금을 기르는 6직장, 칠면조를 사육하는 7직장 외에도 천우만을 전문으로 사육하는 4직장이 있습니다.

천우라고 불리는 당나귀의 암컷은 태어나 1년 반 정도만 되면 새끼낳이를 할 수 있는데 임신 360일째에 새끼를 낳습니다. 당나귀의 수명은 대략 30년 정도이며 한 마리의 암컷은 평생 10여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합니다.

운곡목장에서는 고기의 품질이 가장 높은 3년생 천우만 도살하여 김일성, 김정일의 식탁에 제공했습니다. 수컷 당나귀의 생식기는 길이가 어른의 팔만큼 되는데 무게가 1.5kg까지 나가며 가공한 고기 맛이 부드럽고 쫄깃하여 인기 있는 식품입니다.

천우의 수컷생식기는 중년이 지난 남성의 발기력을 강화시켜 주는데 기쁨조까지 거느렸던 여성편집증 환자 김정일에겐 반드시 섭취가 필요한 식품이었습니다. 운곡목장을 찾는 간부들이 일부러 천우직장에 들려 구경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천우의 수컷이 암컷을 부르는 행동이 특이한데 간부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 저희들끼리 시시덕거렸습니다. 천우 수컷의 행동이 간부들의 관심을 끌던 시절이 ‘고난의 행군’ 시기였는데 당시 굶주리던 인민들은 나무껍질을 벗겨 먹었습니다.

운곡목장에서는 약 200여 마리의 천우를 사육하고 새끼낳이를 하면서 도살장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한국 농림축산부가 조사한데 따르면 현재 남한에서 사육되고 있는 천우는 다 합쳐야 4백여 마리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 부자 일가를 위해 기르는 천우 2백 마리라는 숫자가 결코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외국방문의 길에서도 천우라고 이름 지은 당나귀의 고기를 식탁에서 빼놓지 않았다고 합니다.

2001년 8월 러시아를 방문하는 김정일이 모스크바로 향하던 특별열차에서 천우 고기 요리를 즐겨 외신에도 그 내용이 크게 확산된 적이 있었습니다. 김정일은 평소 즐겨먹던 천우고기를 '하늘소 고기'라면서 러시아 수행원들에게 대접했습니다.

천우 요리를 먹어 본 러시아 수행원들은 닭이나 돼지보다 고기 맛이 훨씬 좋다고 하며 ‘하늘소(天牛)가 무슨 짐승인가’고 물었는데 그것이 당나귀라는 사실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러시아나 유럽인들은 당나귀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2000년 6월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을 만나 모란봉초대소에서 만찬을 할 때에도 천우 요리가 올랐는데 한국의 언론들은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이 좋아하는 당나귀 고기를 천우, 즉 ‘한울소’라고 부른다는 것이 알려졌습니다.

김일성 사망 후 수백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시기 김정일은 거액의 외화를 투자해 ‘금수산 기념궁전’을 짓고 자신의 건강관리에 더욱 집착하게 됐습니다. 운곡특수 목장에서 키우는 천우의 고기질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더욱 쫄깃하고 부드러운 고기 맛을 내기 위해 천우의 운동시간을 줄이고 안마시간을 늘이는가하면 먹이에 오갈피와 삼지구엽초와 같은 자연산 약초들을 더 많이 섞어 세상에 더 없을 우수한 천우를 키워냈습니다.

이렇게 키운 천우도 기존에 운곡특수 목장에서 직접 도살하던 방법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채로 평양에 끌고 와 김정일의 식탁에 오르기 직전에 도축을 하는 방식으로서 고기의 신선도를 최상의 수준에서 보장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인민들은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죽는데 운곡특수 목장에서 천우를 키우기 위해 매일 물 대신 값비싼 룡성맥주를 먹이고 인민들은 밤이면 새까만 세상에서 살고 있음에도 천우의 생태에 최적화된 실내온도를 맞추기 위해 전기를 펑펑 써버렸습니다.

운곡목장의 다른 축산물들도 다 그랬지만 김일성의 사망으로 더욱 귀한 대접을 받게 된 짐승이 바로 천우였습니다. 천우 한 마리가 하루 소비하는 귀한 약재나 맥주, 전기료까지 제가 근무하던 만청산연구원에서 계산을 해봤는데 놀라웠습니다.

1995년 기준으로 장마당에서 룡성맥주 1병은 60원, 입쌀은 30원, 가정집에서 몰래 만드는 밀주는 20원이었습니다. 삼지구엽초나 인삼, 오갈피와 같은 약재들은 kg 당 중국인민폐 수십 위안으로 중국에 밀수되던 시절이었습니다.

만청산연구원에서 천우 한 마리가 하루에 소비하는 조건들을 대충 돈으로 환산해 봤더니 당시의 북한 돈으로 900원 정도였습니다. 9백원이면 장마당에서 입쌀 30kg을 거뜬히 살 돈으로 굶주린 인민들 수십 명은 살려 내고 남을 돈이었습니다.

그런 천우를 2백여 마리나 키웠으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당나귀 고기 생산에 희생시켰는지 짐작키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위성사진을 보니 김정은 집권 후 운곡특수 목장이 더욱 현대화되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제 몸뚱이의 수명을 더 오래 끌기 위해 수백만 인민의 고혈을 짜내는 북한, 운곡특수 목장의 진상이 낱낱이 밝혀지는 날이 되면 ‘고난의 행군’을 기억하는 수천만 인민들은 분노에 치를 떨 것입니다. 지금까지 탈북민 김주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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