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삼흥전자지갑 응용프로그램과 환율 ②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4.12.03
[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의 삼흥전자지갑 응용프로그램과 환율 ②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로 온라인 쇼핑을 하는 모습.
/연합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북한의 삼흥전자지갑 응용 프로그램과 환율’에 대해 더 살펴보겠습니다.

 

북한의 전자결제 응용 프로그램들이 최근 한국의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 NK’를 통해 알려졌는데요, 삼흥전자지갑, 전성, 나래, 앞날, 새별, 강성, 만물상, 이렇게 여러 응용 프로그램들이 소개됐습니다. 북한의 전자 상업 봉사 체계는 2015년부터 전자결제 체계울림과 함께 도입했습니다. 처음에는 내화 현금카드인 전성카드에 연동됐지만, 5년 뒤에 나온 울림2.0은 외화카드인 나래카드와 지방 무역 카드, 무역기관이 발급한 카드까지 연동됐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때라 전세계적으로 비대면 전자 결제가 대세를 이뤘는데 북한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그리고 4년이 더 흘렀으니 그 사이에 전자 결제 응용 프로그램이 여러 개 더 생긴 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강성 2.0은 중앙은행과 상업은행에서 개인과 기업소 명의로 발급된 카드를 등록할 수 있는데, 강성망 손전화 봉사체계 가입자들을 우대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북한도 나름 전자 결제 응용 프로그램마다 특색을 더해서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흥전자지갑은 손전화와 유선전화, 주민사용료, 지하철도, 버스, 전력 요금을 지불할 수 있고, 표 예약과 관광 예약도 할 수 있습니다. 새별 응용 프로그램은 건물 사용료, 주차요금, 수도 사용료에 교통벌금까지 낼 수 있게 했습니다. 여기에 삼흥전자지갑처럼 날씨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데 삼흥전자지갑 기본화면에 ‘유휴화폐 자금동원’ ‘최우대 조건이런 문구가 담긴 선전이 이 보였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은행을 믿지 못해 장롱 속에 꼭꼭 숨겨 두고 있는 돈을 전자 결제 체계로 끌어들이겠다는 뜻일텐데요, 이런 의도를 감추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게 과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전자결제 응용 프로그램에서 그 날의 화폐시세, 환율을 확인하고, 화폐 교환과 송금까지 할 수 있는 건 사용자 입장에서는 분명 편리한 기능입니다. 그런데 화폐별 잔고에 충전된 외화를 국가가 정한 환율에 따라 내화원이나 외화원으로 바꿔서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일부 외화만 내화로 교환할 수 있고 외화원은 내화로 교환할 수 없게 한 것도 불편할 수 있습니다. 내화 교환은 지난 해 1월 현재 하루에 8만 원까지만 허용했습니다. 지금은 한도가 변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규제들을 받아가면서 전자결제 응용 프로그램으로 화폐 교환과 송금을 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당국 입장에서는 주민들이 갖고 있는 외화를 빨아들이고, 외화 현금의 유통을 막으면서 내화 교환의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여러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유휴화폐 자금동원을 달성하는 거죠. 궁극적으로는 외화에게 빼앗긴 내화의 화폐로서의 가치를 도로 찾아오겠다는 계획일 겁니다.

 

그런데 국가가 정한 환율은 시장의 환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합니다. 어떻게든 당국이 더 이익을 취하고 손해를 덜 보려고 하겠죠. 요즘같이 환율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국가가 정한 환율이 시장의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두 시세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전자결제 응용 프로그램에서 화폐 교환과 송금을 하려는 사람은 줄어들 겁니다. 더구나 환율이 이렇게 계속 떨어지지 않으면 2009년의 화폐개혁처럼 북한 당국이 갑자기 지금의 내화 가치를 땅에 떨어뜨리는 조치를 단행할지 모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합니다. 그럴수록 어떻게든 외화를 더 손에 쥐고 있으려는 심리가 강해질 겁니다. 북한 당국의 목표가 이용자들의 편의보장이 아니라 유휴화폐 자금동원에 맞춰져 있는 한 전자결제 응용 프로그램을 열심히 개발해도 이용자들에게 환영받기 어려울 겁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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