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와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01.11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와 차세대 이동통신기술 북한 만경대정보기술사 제작 스마트폰 '진달래7'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북한 노동당8차 당대회와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입니다.

지난 5일부터 전세계의 이목이 평양에 쏠렸습니다. 북한 노동당 8차 당대회 때문인데요, 올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신문에 간단한 연하장으로 신년 연설을 대신한 만큼, 이번 당대회에서 어떤 내용이 나올지 더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번 당중앙위원회 제7기 사업총화 보고에서 각 분야에 대해서 입장을 밝혔는데요, 이동통신분야도 언급했습니다.

노동신문의 간단한 보도만 있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의 이동통신 기술과 서비스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통신 하부구조의 기술 발전에 더 속더를 내서 다음세대 이동통신으로 빨리 넘어가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동통신 뿐만 아니라 체신 부문 전체가 시대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해 끊임없는 비약과 혁신을 이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과 합작회사를 세워서 2008년말에 고려링크라는 이름으로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12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3세대 기술에 머물러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4세대를 거쳐서 이미 5세대 이동통신기술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미국과 한국이 그 선두에 서서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동통신기술은 세대가 넘어갈수록 엄청난 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이동통신 서비스의 내용과 품질이 크게 향상합니다. 북한이 사용하고 있는 3세대 이동통신기술에서는 음성과 문자, 사진, 동영상 전송이 모두 가능한데, 전송속도는 그렇게 빠르지 않습니다. 4세대는 이런 단점을 보완해서 전송속도를 3세대 보다 4~5배 끌어 올렸습니다. 이렇게 되면 동영상을 끊김없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3세대에 머물러 있으면 지능형 손전화가 있더라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여전히 느려서 동영상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아주 답답한 노릇이죠.

물론 데이터 전송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북한에서는 굳이 4세대 이동통신기술이 필요없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다음세대 이동통신으로 넘어가도록 지시한 만큼 준비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보내면서도 감시와 통제가 가능하도록 하겠죠. 이걸 위해 그동안 상당한 준비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나서서 이른바 ‘정면돌파’를 국가전략목표로 외치면서 각 부문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는데요, 정보통신 부문에서는 5세대 이동통신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논의됐습니다. 북한이 4세대를 뛰어넘어 5세대까지 단번도약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 아니냐, 이런 추측을 낳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얼마나 현실성 있는 목표인지 모르겠습니다. 무엇보다 기술개발과 시설투자에 엄청난 자금이 필요할텐데요, 지금으로서는 오라스콤처럼 북한에 대규모 투자를 할 외국기업을 찾기는 어려울 겁니다. 오라스콤이 북한에서 투자수익을 거뒀지만 그 돈을 외화로 바꿔서 본국으로 가져가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허락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라스콤 입장에서는 사기를 당한 거나 마찬가지일텐데요, 추가 대북투자는 이미 오래전에 포기하고 투자한 돈을 어떻게든 건져서 빠져나올 방법만 찾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 이동통신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외국기업이 있다면 놀라운 일이겠죠. 북한이 이 문제를 앞으로 어떻게 해결할지 두고 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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