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세대와 사상통제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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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대와 사상통제 지난 2019년 북한 건군절에 청춘 남녀들이 춤을 추고 있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새 세대와 사상통제’입니다.

지난주 열린 노동당 세포비서 대회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고난의 행군을 거론하면서 내부기강을 확실히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세포비서 대회 폐회사에서 한 말인데요, 당중앙위원회에서부터 시작해서 세포비서들까지 모두 고난의 행군에 동참하라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되겠지’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이런 생각은 접어라, 대신 앞으로 한참 동안 더 고생할 각오를 해라, 이런 얘기로 들립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1년 넘게 엄청난 고생을 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답답한 소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요, 이런 불만을 잠재우는 방법의 하나로 북한이 사상통제를 꺼내든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와의 투쟁을 강조한 겁니다. 특히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낮은 장마당 세대에 대한 통제의 고삐를 더 죄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표현을 빌자면 “새 세대들의 사상 정신상태에서 심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가 주는 배급으로 먹고 산 기억이 거의 없고 장마당에서 스스로 알아서 생존한 경험만 있는 새 세대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북한의 최고 권력자도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북한의 사활이 달린 문제로 규정하고 당 전체가 나서서 청년들의 옷차림과 머리모양, 언행, 인간관계까지 통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상황은 분명히 파악한 것 같은데 해법으로 내놓은 것들이 과연 효과를 발휘할지 모르겠습니다. 디지털 전자기기의 맛에 푹 빠져있는 청년들을 무슨 수로 통제하고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물론 손전화를 불시에 검열해서 한국 드라마나 노래를 갖고 있는 사람을 붙잡을 수는 있겠죠. 또 손전화와 컴퓨터에 전자서명 기술을 집어넣어서 허가받은 내용만 재생하거나 전송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한때 블루투스 기능이 북한 사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니까 당황한 북한 당국이 손전화를 수거해서 블루투스 기능을 없애버린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국의 정책이 있으면 주민들에게는 대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건 꼭 술래잡기와 비슷한데요, 시간이 지나면 당국의 기술적 통제를 몰래 빠져나가는 방법을 주민들이 찾아냅니다. 디지털 전자기기에 능통한 청년들이 중국에서 기가막힌 방법을 들여와서 친구들에게 전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우연히 검열에 걸리거나 누군가 밀고를 할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북한 당국이 새 세대들과의 디지털 술래잡기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한번 편하고 좋은 것을 맛 보고 나면 다시 뒤로 돌아가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1년 전만해도 당연하게 받아들였지만 이제는 그게 다 시간과 노력 낭비라는 걸 알아버리면,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 싫어집니다. 손전화와 컴퓨터와 같은 디지털 기기에 대해 북한 당국이 통제를 강화해도 새 세대들의 새로운 정보에 대한 욕구를 억누르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걸 알고나면 이걸 남들에게 자랑하고 싶어지죠. 나이가 들수록 자기한테 편한 것들에 안주하고 새로운 걸 받아들이는 데 관심이 줄어듭니다. 하지만 새 세대들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과 변화를 자기 정체성으로 삼고 삽니다. 이들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새로운 말투와 몸짓, 행동을 거부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생각을 막기는 더 어렵죠. 제가 탈북자들을 만나보면 손전화를 이용해 장사를 많이 하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신용이 중요하게 됐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한번 눈속임으로 푼돈을 벌기 보다는 약속을 잘 지켜서 지속적으로 큰 돈을 버는 게 더 이롭다는 걸 알게 된 겁니다. 사회주의 사상 보다는 장사 신용을 지켜야 잘 살 수 있게 된 지금, 사상통제는 공허한 소리로 들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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