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전화와 엄지손가락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04.19
손전화와 엄지손가락 한 북한 남성이 손전화로 게임을 즐기고 있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손전화와 엄지손가락’입니다.

손전화가 처음 나왔을 때만해도 작은 번호판을 누르는 게 사실 많이 불편했습니다. 크기도 작고 꾹꾹 눌러야 제대로 숫자와 글자가 입력됐으니까요. 그러다 터치 스크린이 나오면서 아주 편해졌죠. 살짝만 손이 닿아도 숫자와 글자가 입력됐습니다. 이게 처음에는 아주 신기했습니다. 이어서 노트콤과 탁상 컴퓨터, 텔레비전 화면에서도 이런 터치 스크린 기능이 등장했습니다.

손가락이 닿기만 해도 손전화가 이걸 인식하는 게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기능이 가능할까요?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요, 화면이 일정한 크기의 압력을 인식하는 기술은 초창기 터치 스크린에 쓰였고, 요즘에는 정전용량 방식이라고 해서 사람 몸에서 생기는 정전기를 화면이 인식하는 기술입니다. 반응시간이 짧고 조작감도 좋아서 화면의 여러 지점을 동시에 인식하는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지능형 손전화에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화면을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는데요, 이 기술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그런데 편하면 편한만큼 부작용도 있습니다. 하루종일 지능형 손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분들 많으시죠. 보통 한 손으로 손전화를 쥐고 다른 손 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누르거나 위아래로 움직이죠. 자판을 쓸 때도 양쪽 엄지손가락만 씁니다. 어떤 사람들은 얼마나 손전화를 많이 썼는지, 열 손가락을 다 쓰는 컴퓨터 자판만큼이나 빠르게 손전화 자판으로 문자와 숫자를 입력합니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손놀림이 아주 빠르더군요.

하지만 이런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손가락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방아쇠수지증후군이 많이 나타나는데요,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펴지거나 구부러지지 않고 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듯한 튕김 현상이 생기는 증상입니다. 심하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딸깍하는 소리가 들리고 손도 퉁퉁 붓습니다. 컴퓨터 자판과 마우스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나 부엌일을 많이 하는 주부, 손을 많이 쓰는 운동선수들이 방아쇠수지증후군에 많이 걸립니다. 그런데 지능형 손전화가 보급되면서 어린 학생들부터 노인들까지 연령대와 직업에 상관없이 이런 증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이후 이런 증상을 앓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밖에 잘 나가지 않고 집에 주로 있으면서 손전화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크게 들었는데요, 심한 경우 몇 시간동안 한쪽 엄지손가락으로 계속 화면을 올렸다내렸다 하면서 손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죠. 이러다보면 손가락을 무리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손전화로 인터넷 접속을 할 수 없지만, 손전화에 내장된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특히 게임에 중독되다시피한 사람은 손가락이 아픈지도 모르고 계속 손전화를 쓰겠죠. 만약 통보문 전송비용이 크게 떨어지거나 미국, 한국에서처럼 일정액을 내고 무제한으로 통보문을 보낼 수 있게 하면 손가락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엄청나게 늘어날 겁니다. 저희 아들도 이 무제한 요금제를 믿고 밤새도록 친구들과 통보문을 주고받더군요.

방아쇠수지증후군 증상이 심하지 않은 사람은 손전화를 내려놓고 충분히 쉬면 괜찮아집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하다면 소염진통제를 먹거나 주사를 맞아야 하고, 심한 경우에는 수술까지 필요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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