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호의 모바일 북한] 북한 원화와 거스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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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모바일 북한’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북한 원화와 거스름돈’입니다.

북한 원화, 국돈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다는 건 오래된 사실입니다. 2009년 화폐개혁 때 그동안 쌓아두었던 북한 원화가 하루아침에 휴지조각이 되는 걸 본 북한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일일 겁니다. 그래서 장마당 거래에서 사람들이 원화 보다 중국 위안화와 미국 달러화를 더 선호하는 이른바 달러라이제이션이 북한에 만연하게 됐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서는 정말 답답한 노릇이겠죠. 국민들이 다른 나라 화폐로 거래하기를 원한다면, 자국 화폐를 통해 경제를 관리할 수 있는 정부의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막기 위해서 억지로 원화만 쓰게 한다면 경제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알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위안화와 달러화 사용을 눈감아줬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이 최근 이런 원화 기피 현상을 더 부추기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공장, 기업소 노동자들의 월급이 전국적으로 2천3백 원에서 5만 원으로 올랐는데, 현금이 아니라 5천 원짜리 돈표로 지급됐습니다. 월급은 20배 이상 올랐지만, 장마당에서 돈표를 받지 않아서 결국 북한 당국이 월급을 올려줬다는 생색만 낸 결과가 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대규모로 찍어낸 돈표만큼 생활필수품이나 식량 공급을 늘렸다면 돈표가 활발히 쓰이겠지만, 그냥 월급을 올려준 만큼 돈표만 찍어내면 말그대로 종이 쪼가리에 불과합니다. 오히려 넘쳐나는 돈표 때문에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가 더 떨어져서 환율이 더 오를 것 같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원화가 꼭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바로 거스름돈입니다. 장마당에서 중국 위안화로 물건을 사면 원화로 거스름돈을 받죠. 이렇게 받은 원화를 그냥 버릴 수는 없으니까 이 돈으로 다른 거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주 자유아시아방송에서 북한 원화가 아직도 널리 유통되는 구조를 설명한 보도가 있었는데요, 불법적으로 외화를 들여오다 보니 장마당에서 유통되는 외화도 1백 달러나 1백 위안 같이 큰 금액의 외화 밖에 없다는 겁니다. 1위안이나 10위안짜리 지폐는 코로나 사태 이후로 구경하기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이 소식을 듣고 저는 제 호주머니에 잔돈이 얼마나 있나 확인해 봤습니다. 한 푼도 없었습니다. 지갑에는 10달러 짜리 지폐가 몇 개 있었지만 거의 쓸 일이 없습니다. 혹시 몰라서 갖고 다니는 거죠. 물건을 사거나 택시, 지하철을 탈 때, 식당에 갈 때 전자결제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현금을 쓸 일이 거의 없습니다. 지능형 손전화에 있는 전자 돈자리를 사용할 때는 지갑을 꺼낼 필요 없이 지능형 손전화만 계산대에 갖다 대면 결제가 이뤄집니다.

가격은 예를 들어 10달러 25센트, 이렇게 작은 단위까지 매겨져 있지만 거스름돈을 받을 이유가 없습니다. 모두 전자결제로 제 돈자리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자세한 거래 내역은 한 달마다 나오는 전자결제 내역서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손전화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자결제 내역을 하나하나 곧바로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바라는 금융체계는 바로 이런 걸 겁니다. 북한 원화로 거래가 이뤄지고 전자결제체계를 통해 모든 거래가 간편하고 빠르게 이뤄지고, 거래 내역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체계 말입니다.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경제에 대한 장악력을 확실하게 쥐고 통제, 관리하고 싶어하겠죠. 이렇게 되면 북한에서도 거스름돈이란 말이 점점 사라질 겁니다. 문제는 이런 금융체계를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북한 원화에 대한 신뢰가 굳건한가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