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북한의 코로나 사태’입니다.
지난 2년여 동안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한 명도 없다고 밝혀오던 북한이 환자 발생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발열자가 80만 명이 넘었고 사망자도 40명이 넘었습니다. 북한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국가비상방역사령부의 공식 통계를 전하고 있는데요, 대외적으로도 사실을 알리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북한이 공식적으로 환자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뒤에 확산세가 뚜렷합니다. 말하자면 그동안 막아 놓았던 둑에 구멍이 생겨 둑이 터진 셈인데요, 한동안 이 기세를 누르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 관영매체가 ‘확진자’가 아닌 ‘유열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실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감염여부를 검사할 수 있는 용구나, 이보다 더 정교한 유전자증폭, PCR 검사 물자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까, 고열이 있는지 여부로 환자를 찾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이 정확한 환자 수조차 통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겁니다. 무증상 환자들까지 포함하면 실제 환자 수는 북한의 공식 발표치 보다 훨씬 많을 수 있습니다.
일단 북한은 지금 상황을‘건국이래 대동란’이라고 규정하고 극약처방을 내렸습니다. 전국의 모든 도, 시, 군을 완전 봉쇄하고, 사업단위와 생산단위, 거주단위별로 격폐했습니다. 조선중앙TV에 나온 평양 거리는 사람과 차가 전혀 다니지 않는 썰렁한 모습이었습니다.
미국도 2년전 코로나 사태 발생 초기에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환자들을 감당하지 못해 검사장비가 한동안 턱없이 부족했고 사람들은 집안에 있어야 했습니다. 주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긴 했지만, 식료품 구입과 같은 꼭 필요한 이유가 아니면 집밖에 나가지 말라는 행정명령이 내려졌고 공원과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들은 모두 폐쇄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방송과 통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상황을 전국과 지역별로 신속정확하게 주민들에게 알리고, 가족과 친지, 직장 동료들과 긴밀하게 소통해야겠죠. 꼭 중요한 용무가 아니더라도 무사히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손전화 통화가 많았습니다. 저도 하루종일 불안한 마음에 텔레비전 뉴스에서 눈을 못 떼고 손전화를 붙잡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갑자기 학교와 직장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처음에는 손전화 음성통화와 통보문, 이메일로 연락하다가 점차 화상회의가 중요한 소통수단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비대면이라는 말이 일상생활 곳곳에 들어온 것도 이 때부터였습니다. 사람을 직접 만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골몰한 거죠. 물론 통신수단의 뒷받 침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2년넘게 지속되면서 북한에서는 손전화 사용이 많이 줄었습니다. 장마당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에서 통화료 부담이 컸겠죠. 지금과 같은 엄격한 봉쇄조치가 지속되면 장마당은 아예 기능이 멈춰 버릴테고 그만큼 주민들의 식량난과 물자난이 심각해질 겁니다. 북한 당국이 이런 긴급상황에서 손전화 봉사체계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도 두고 볼 일입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김소영,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