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폐기물과 손전화

김연호-조지 워싱턴 대학교 한국학연구소 부소장
2021.06.07
플라스틱 폐기물과 손전화 한 캐니다 여성이 새로 구입한 아이폰을 들고 있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연호입니다. ‘모바일 북한’, 오늘의 주제는 ‘플라스틱 폐기물과 손전화’입니다.

북한에서도 플라스틱 제품 많이 쓰시죠. 가볍고 여러가지 모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는 특성 때문에 일상용품의 재료로 많이 쓰입니다. 특히 빨대나 컵, 봉투, 물병, 그릇, 이렇게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에 많이 쓰입니다. 다른 재료에 비해서 싸니까 그러겠죠. 그런데 탈북자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북한에서는 플라스틱이 귀해서 플라스틱 제품, 심지어 비닐 봉투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한다고 하는데, 요즘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전에는 플라스틱 그릇을 결혼선물로 많이 줬죠. 물론 요즘은 북한에서도 전기밥솥이나 믹서기 정도는 돼야 결혼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그런데 플라스틱 제품이 편리하기는 하지만 버릴 때 큰 골치덩어리로 전락합니다. 잘 썩지 않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신문지는 자연에서 미생물에 의해 완전 분해되는데 6주가 걸리는 반면에 플라스틱 병은 100년이나 걸립니다. 그냥 쓰레기로 계속 남는 거죠. 강과 바다로 버려지면 시간이 지날수록 아주 잘게 부서지기는 하는데요, 이게 사람이 먹는 물고기 뱃속으로 들어가면 결국 사람이 플라스틱을 먹는 셈이 되죠. 이걸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하는데, 양으로 따지면 한 달에 플라스틱 치솔 한 개를 사람이 먹고 있다, 이런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지만, 쉽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도 플라스틱을 바다로 많이 버리고 있나 봅니다. 국제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나온 논문을 보면, 북한에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년에 320톤 정도 나오는데, 그 중에서 바다로 버려지는 양이 15%에 이릅니다. 전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입니다. 물론 북한에서 플라스틱이 귀하다 보니 쓰레기도 절대적인 양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적습니다. 한국은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년에 1만 톤 넘게 나오니까요.

플라스틱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다면 이런 문제를 크게 줄일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너도나도 갖고 있는 손전화의 보호 케이스를 쓰다버린 플라스틱 병으로 만든다면 큰 효과가 있겠죠. 실제로 손전화 회사들이 이런 사업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병을 녹여서 작은 조각으로 만든 다음에 여기서 플라스틱 실을 뽑아냅니다. 이 실로 다양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데요, 손전화 보호 케이스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보통 500미리리터 용량의 플라스틱 병 한 개로 최신 지능형 손전화 케이스 두 개를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손전화 제품 포장도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한도 자체 생산한 지능형 손전화를 보면 상자 안에 손전화와 충전기, 귀수화기를 플라스틱으로 따로따로 포장해서 팔고 있죠. 한국이나 미국산 제품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요즘에는 친환경,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잘 분해되는 원료로 포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능형 손전화 본체를 포장한 플라스틱 틀, 충전기와 귀수화기의 비닐 포장지를 모두 종이 원료로 바꾸고 있는 겁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식당에 가기를 꺼리고, 대신 집에서 손전화로 주문 배달을 많이 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많이 쓰게 되고 쓰레기도 전보다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북한은 아직까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이런 걱정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친환경이란 개념 없이 플라스틱 제품을 계속 생산하고 사용하다 보면, 북한도 나중에 큰 환경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한 때 외국에서 돈을 받고 플라스틱을 포함한 재활용 쓰레기를 받아서 함경도 산간 오지에 매립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재활용, 자력갱생을 내세우고 있는 북한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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